[앵커]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이른바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유명을 달리하면서 수사가 중단되고 재판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관계 확인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김준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토론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뇌물 640만 달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번 TV 토론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 문재인 후보 거짓말한 걸 내가 쭉 이야기하겠습니다. 제일 첫째가 노무현 일가 640만 달러 수수를 갖다가 그런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거 거짓말입니다.]
지난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발표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 수사 결과를 보면 이와 관련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미화 합계 640만 달러를 뇌물로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가 5백만 달러,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백만 달러, 딸 노정연 씨가 40만 달러를 각각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권양숙 여사와 연철호 씨의 금품 수수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연철호 씨 금품 수수 등은 퇴임 이후에 알았다면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체포된 정상문 비서관은 잘못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직접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그러나 뇌물 수수 혐의도 부인과 조카사위, 딸이 받았다는 사실만 드러났을 뿐 노 전 대통령에게로 흘러간 흔적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 노무현 대통령 아까 640만 달러, 당시 가족이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관계는 참고인들의 사생활과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커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관련 사건에 관한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된다고 말해 지금도 대검찰청 어딘가에 기록이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검찰 기록이 남아 있더라도 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어서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노 전 대통령 등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은 관련 기록이 공개되고, 재판을 거치지 않는 한 사실 확인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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