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이광연 앵커
■ 출연 : 최민기 / 기획이슈팀 기자
[앵커]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법안이 시행령 단어 하나 때문에 사실상 무력화된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가장 큰 혜택을 봤는데, 해당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는 전국경제인연합도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문제 단독 보도한 최민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시행령 단어 하나 때문에 현대 일가가 세금 수백억 원을 아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먼저 말씀을 좀 해주시죠.
[기자]
지난 2011년, 재벌들의 편법 증여, 일감 몰아주기가 기승을 부리자 당시 정부는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그런데 기준이 있어야겠죠.
그때 친족이나 그룹 계열사 등을 특수관계 법인이라고 하는데, 이들과의 거래 비중을 따져 30%가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30% 초과분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매긴 거죠.
[앵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생긴 거죠?
[기자]
기재부가 시행령안을 마련할 때 수출 목적으로 거래한 해외 계열사와의 매출액은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조항을 넣습니다. 우리가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표현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그 경우입니다.
이 조항 덕분에 재벌가들은 막대한 증여세를 피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여기서 최초 입법 예고안과 실세 신설안이 다릅니다. 입법예고 안을 보면 제품만으로 한정하는데 실제로는 느닷없이 상품이 추가됩니다.
제품은 제조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걸 뜻하고요. 상품은 그냥 도·소매 과정을 거쳐 유통만 한 것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 작은 변화로 재벌가에는 막대한 증여세가 빗겨갑니다.
[앵커]
특히 이득을 본 곳이 현대차 일가였다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핵심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비율은 최고 80%를 웃돕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유통·물류 회사라 조항이 제품으로만 한정됐다면 이 초과분만큼의 증여세를 다 내야 했습니다. 그 금액이 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정작 기획재정부에 왜 이를 바꿨느냐고 물어보자 둘이 같은 게 아니냐는 황당한 해명을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때 전경련이 등장하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경련은 제품과 상품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재부의 입법 예고 이후 문건까지 만들어 상품을 포함해달라고 하고 결국 이후 현대가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도록 조항이 바뀝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재벌 봐주기로 보일 수 있는 행정, 기재부뿐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위는 1년에 한 번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율을 공시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공정위도 내부거래 비율에서 해외계열사와의 매출을 뺀 축소된 비율을 공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령 2017년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율은 66%가량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는 20% 남짓이었습니다. 상당한 차이었죠.
이 공정위의 발표는 상당수 언론이 공신력 있게 받아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는 공정위가 실은 재벌 봐주기식 공시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거죠.
[앵커]
그러면 해외 매출액을 빼주는 데 무슨 근거가 있는 겁니까?
[기자]
확인 결과, 법적인 근거도 명시적인 근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냥 예전부터 해온 기준으로 사실상 관행이란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특수관계 법인매출액을 빼는 건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보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는데요. 그런데 만약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보겠다면 국내 매출액 가운데 국내 내부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굳이 해외매출액까지 다 더한 총매출액에서 국내 내부거래 비중만 보니까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거죠. 이에 대해서 공정위는 그런 지적에 대한 논의가 예전부터 있었다며 그에 대해선 보완점은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앵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시행령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지 명확하게 밝혀지고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없는지 사회적 감시도 더 철저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기획이슈팀 최민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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