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한 번도 꽃을 달아드리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으로 부모님을 여읜 유족들입니다.
백발이 된 자식들은 한 데 모여 희생된 부모님을 추모했습니다.
송재인 기자입니다.
[기자]
75살 동정남 씨는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동 씨가 태어난 바로 그 해,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동정남이란 이름 석 자만이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흔적입니다.
[동정남 /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 : 아들 낳았다니까 사다오라고 일본말로요. (국어로) 정남이. 그렇게 이름을 아버지가 지어주셨답니다. 고생해서 찾았어요.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여섯 살이던 1944년, 아버지와 생이별한 최두용 씨.
전쟁터로 끌려가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최두용 /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 : 축음기를 사달라고 졸랐던 게 기억이 나. 떠날 때 내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못 가게 울고 발버둥 치니까 축음기 사다 준다 하시면서 떠나셨다고.]
일제 강점기 외국으로 강제동원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올해에는 어버이날을 기념해 희생자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백발이 된 자식들은 사무치는 마음을 담아 아버지가 지났을 그 바다, 그 길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습니다.
[정윤현 /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 : 언제 오시는 거여….]
전시회에는 유족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받기 위해 싸워온 역사가 낱낱이 기록됐습니다.
[김승은 / 민족문제연구소 식민지역사박물관 학예실장 : 강제동원 피해가 본인의 삶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그리고 대를 이어서 그 삶을 파괴했다는 그런 유족들의 삶을 통해서 강제동원의 피해 실상을 전달하고요.]
가족의 정을 나누는 어버이날, 역사에 희생된 부모를 기억하는 공간엔 애틋함이 가득했습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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