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법안 개정, 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집회 현장에서 한국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14일 저녁 홍콩 도심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홍콩 어머니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한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광주민주화노래'로 소개한 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100만 명의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부른 노래"라고 설명하며 이를 중국어로 번역한 '우산 행진곡'을 불렀다.
이날 집회 현장에 모인 수천 명의 참가자는 촛불 대신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하여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와 환호성 등으로 큰 호응을 보냈다.
범죄인 인도법 법안 개정은 홍콩 행정부가 범죄인을 인도하는 국가에 중국을 포함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위를 촉발했다. 홍콩 시민들은 고문이 만연하고 자백을 강요하는 등 인권과는 거리가 먼 중국의 사법체계로 인해 홍콩 사법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을 중국 본토로 소환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시위 규모가 점차 확대됐다. 이에 15일에는 고공 농성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사망하는 등 사고가 발생했고 144만명이 넘는 인파가 반대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결국 홍콩 정부는 지난 15일 송환법 추진 중단을 발표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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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홍콩 집회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린 것에 대해 "몇 년 전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의 김일성을 찬양하는 종북 노래이기 때문에 5·18 때 제창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분들이 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홍콩시민들도 종북이냐"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이분들은 홍콩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며 "홍콩 시민들도 종북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보수 일각에선 여전히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 찬양곡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시민들이 보여주었듯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 행진곡일 뿐이라며 "홍콩 거리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언젠가는 평양에서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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