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리베이트' 사건이 다시 터졌습니다.
경찰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국내 유명 의료기기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찰은 대학교수 20여 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압수물을 담을 상자를 들고 수사관들이 잇따라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비혈관용 스텐트를 만드는 유명 의료기기 회사를 상대로 경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지 2달 만입니다.
[경찰 관계자 :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왜 그러냐면, 지금은 수사 중인 단계예요. (찍으시면) 큰일 나요.]
지난 5월, 이 업체 영업사원 출신 김 모 씨는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업체를 고발했습니다.
의료기기를 납품하기 위해 수년간 유명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고발장에 거론된 병원만 10여 곳, 소속 대학교수도 20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업체가 집중적으로 관리한 교수 14명은 실명까지 적시됐습니다.
김 씨는 자신이 신입 사원 때부터 다양한 형태로 금품과 향응이 제공됐다며 수십 건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김 모 씨 / ○○메디칼 영업부 출신 : 교수님들 관리 차원에서 식사라든지 아니면 학회 가서 투어라든지 그 외에 유흥비를 대략 2억5천에서 3억 정도 사용하는 거로 알고 있고, 예전부터 관행상 이어오던 패턴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지난 2010년, 이른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되면서 제공하는 업체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도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박호균 / 변호사 : 음성적으로 보이지 않은 방법을 통해서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봐서 없어져야 할 악습으로 봐야 합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하지만 YTN의 취재 과정에서 해당 업체와 거론된 교수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메디칼 관계자 : 합당하게 로열티를 판매 수량 같은 걸 계산해서 지급하는 부분은 있어도, 개인적인 부분으로 지급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영업 내역과 회계 장부 등을 바탕으로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의료기기의 경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있는 만큼, 고발장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사례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업체 대표와 관련 교수들의 소환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입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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