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억 달러라는 황당한 금액을 은근히 흘리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던 미국 측이 협상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의 태도 변화는 한국에서 반미 정서가 조성되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에 대해 반응한 것으로 보이지만, 획기적인 방위비 인상이라는 초기 목표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왕선택 통일외교 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는 지난 9월 제1차 회의 이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 질문에 성의있게 답변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지난 3차 회의에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과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내용에서도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금액으로 알려진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원은 현재 협상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협상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도 태도 변화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미국이 협상 태도를 변경한 것은 터무니없는 규모인 50억 달러 요구설이 나오면서 한국에서 반미 감정 확산을 우려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미국에서도 동맹을 돈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조성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협상 초기 터무니없이 큰 금액을 요구했다가 이후 금액을 내리면서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한다는 기본적인 협상 전술에 따른 행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 변경 배경이 무엇이든, 방위비를 획기적으로 높여서 받아내겠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50억 달러 요구설이 퍼지면서 미국은 초기 목표인 협상 기준점 높이기에 성공했다고 보고 이제부터는 20억 달러 즉 2조 4천억 원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협상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가 기존 특별 협정 틀에서 최대로 올려줄 수 있는 금액은 1조 천억 원 정도로 추산돼, 2조 4천억 원도 황당한 금액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협상 대표들이 유연한 방향으로 태도를 변경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정부 협상 대표들은 오히려 이제부터 더욱 힘겨운 협상에 직면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YTN 왕선택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