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뇌사 후 장기기증...평범한 주부 두 명 사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출처 = YTN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로 살던 두 사람이 갑작스러운 뇌사 판정을 받고도 각각 장기기증으로 타인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부산에 살던 윤정희(46) 씨는 설 명절 당일이었던 지난 12일 집 베란다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윤 씨는 급히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를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 결국 뇌사 판정을 받은 윤 씨는 심장, 폐장, 간장 등을 기증해 세 명의 생명을 살렸다.

특히 윤 씨에게는 8살 어린 딸이 있어 가족들의 슬픔은 더 컸다. 윤 씨의 딸은 "엄마, 꼭 나아야 돼"라는 편지를 남겼지만 윤 씨는 결국 눈을 감았다.

윤 씨의 어머니는 "딸을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 큰 고통이지만 어디선가 딸의 몸이 숨 쉬고 있다. 나눔으로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길 바란다. 딸도 동의했을 것"이라며 남겨진 손녀를 걱정했다.

최윤정 KODA 영남지부 코디네이터는 "이별은 모두 슬프지만 특히 어린 아이와 이별하는 가족을 보면 더 안타깝다. 저도 딸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남겨진 어린 딸이 엄마의 쾌유를 빌며 남긴 편지에 울컥했다"며 "윤정희 님께 존경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며칠 뒤인 지난 17일 충남 천안에 살던 김경숙(56) 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역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 씨는 고대안산병원에서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을 살리고 별이 됐다.

김 씨는 남동생 장례를 치르던 중 쓰러져 수술도 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두통을 호소했던 김 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순식간에 뇌사에 빠진 것이었다.

김 씨의 딸은 "평상시 장기기증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던 엄마의 바람을 이뤄드리기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며 "오랫동안 머리 아프다고 말했는데 그곳에 가면 아프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김 씨를 돌보던 서명균 코디네이터는 "어머니가 외롭지 않도록 24시간 내내 응급실 앞에서 기다리던 착한 딸과 아들이 밤이 되어 추워지자 덮고 있던 담요를 어머니에게 덮어주던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