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려 숨지거나 투병하게 된 노동자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며 유독성 가스에 노출되지만 환기가 안 되는 공간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환기 시스템이 시급하다면서 자체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김대겸 기자가 중점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남에 있는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15년 동안 조리사로 일해 온 62살 곽순용 씨.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던 반지하 조리실에선 환풍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매일같이 매캐한 연기를 그대로 마셔야 했습니다.
[곽순용 / '폐암 진단' 급식실 조리사 : (청소하는) 약품하고 조리하고 환기, 공기 노출. 제 생각에는 거기서 몸에 무리가 오다 보니깐….]
언제부터인가 어깨 결림이 심해졌는데 3년 전 건강 검진에서 폐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왔습니다.
양쪽 폐 절반 이상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고 일도 못 하게 됐습니다.
[곽순용 / '폐암 진단' 급식실 조리사 : 30kg 무게를 내 몸에다 달고 다니는 느낌, 누른다. 앞뒤로 누르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이….]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건강을 해치는 급식 조리원 노동자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지난 2월, 수원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폐암으로 숨졌는데 처음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됐습니다.
이후 시민단체 '직업성 암 찾기 119'에는 중증 질환에 걸린 급식 노동자들의 신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진모 / 민주노총 교육공무직본부 : 산재 승인이 된 이후에 그 소식을 듣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당사자거나 지인분들이 17개 지역 노동조합에 많은 연락을 주고 계시고 상담 중에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급식 노동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조리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며 교육청을 찾아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일산화탄소와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특수 건강 진단을 실시하고, 환기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순옥 / 민주노총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 :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은 건강한 노동자의 안전한 조리 환경에서 시작된다. 폐암이 속출하는 급식실에서 어떻게….]
민주노총은 지난 24일부터 전국 만 2천여 개 학교 급식소를 대상으로 환기 실태 등에 대한 현장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언론에 공개하고 정부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 초에는 중증질환으로 숨지거나 고통받고 있는 급식 노동자들을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에 집단 산재 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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