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외식업중앙회 소속 직원이 가짜 계산서를 발급한 뒤 외식업체에 수수료를 받고 판매해 탈세를 조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면세물품인 농산축산물을 사면 부가가치세 일부를 공제받을 수 있다는 걸 악용했는데, 결국, 가짜 계산서를 구매한 업주들에게 돌아온 건 억대 세금 폭탄이었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6년 서울 청담동에 음식점을 연 이 모 씨는 개업 전부터 가게 운영 전반에 대해 한국외식업중앙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세무 관리는 어려운 데다 개인 세무사를 고용하는 것도 부담돼 당시 중앙회 소속 과장이던 A 씨에게 부가가치세 신고를 맡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로부터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모 씨 / 서울 청담동 음식점 운영 : A 과장이 먼저 이런 데(거래처)가 있는데 계산서를 자기들이 매입해서 제공해드릴 수 있다. 사장님께 일정 부분의 비용을 지불하면 자료를 자기들이 제공을 해서 자기들이 신고를 해 줄 수 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농산물 도매업체입니다.
A 씨는 이곳에서 가짜 계산서를 발급받아 업주들에게 줬는데 실제 사지도 않은 농산물을 구매한 것처럼 꾸며냈습니다.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면세품목인 농수축산물을 사면 비용 일부를 부가가치세에서 공제해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을 악용한 겁니다.
[계산서 발급 업체 담당 前 세무사 : 그 사람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아요. 수수료를 받는다, 세금계산서를 판다 이거죠. 돈을 받고 그러니까 자료상이라고 그랬죠.]
이런 방식으로 이 씨는 4년 동안 8차례에 걸쳐 가짜 계산서 2억4천만 원어치를 구매했고, A 씨에게는 수수료로 960만 원가량을 지급했습니다.
[이 모 씨 / 서울 청담동 음식점 운영 : 이게 전혀 문제가 없느냐 그랬더니 자기들이 관리하는 업소가 수십만 군데라는 거죠. 여태껏 그런 문제가 단 한 번도 없었고,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저희한테 맡겨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중순, 가짜 계산서를 발급해준 업체가 국세청 세무 조사를 받게 되면서 가짜 계산서를 산 음식점 업주들에게 추징금 고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 씨 / 서울 청담동 음식점 운영 : 경기도 이천 세무서에서 저희 사업장에 이러이러한 허위 계산서 발행 내용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관련 자료를 소명해라. (추징금만) 1억2천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러자 A 씨는 업주들에게 또 다른 불법 행위를 제안했습니다.
추징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짜 서류를 만들어 줄 테니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거나 세무사 수임료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요구한 겁니다.
[서울 청담동 분식점 업주 : 부가세 신고 대행을 해줬던 그 사람이 전화가 와서는 이런 편지 받으셨죠? 세무서에서. 그 세금 안 내게 해 줄 테니 제 담당 세무서에 가서 자료를 떼어 달라, 그러면 자기가 세금을 안 내게 해주겠다.]
이와 관련해 A 과장은 YTN과의 통화에서 잘못을 인정하지만, 업주들이 먼저 원해서 알아봐 준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가짜 계산서를 발급해준 업체는 중앙회 내부 동료에게 소개받은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정황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외식업중앙회는 A 씨가 이미 2년 전 퇴사했다며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서도, 다른 일부 직원들이 가담한 사실은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강남구지회 관계자 : 중앙회 차원에서는 징계도 일부 있었어요. 특별히 1월, 그다음에 5월, 7월, 10월 이럴 때는 소득세라던가 부가세가 있을 때는 중점적으로 그 교육을 해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꼼수로 세금을 아끼려다 오히려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된 업주들은 A 씨를 사기 혐의로 집단 고소할 계획입니다.
YTN 엄윤주입니다.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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