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 취재 결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이 수행 기사를 가족 행사나 유흥주점 방문에 수시로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시도 때도 없는 사적 지시와 52시간이 넘는 초과 근무, 정당한 대가 미지급까지.
반복되는 갑질 문제에 해결책은 없는지 사건 취재한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김철희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이번에 불거진 수행기사 갑질 논란 어떤 내용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저희가 지난해부터 대기업 임원들의 수행기사 갑질 논란에 대해 연속 보도를 해오고 있는데요.
이번 보도도 결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대기업 임원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입니다.
수행기사에게 한 달에도 여러 번 유흥주점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한 뒤 밤늦게까지 대기시켰고요.
장인상을 당했다며 퇴근한 수행기사를 불러내거나 휴일에도 메신저를 보내 운행을 지시했습니다.
이런 사적 지시 탓에 수행기사의 근무시간은 법이 정한 주 52시간을 수시로 넘었지만, 정당한 대가는 받지 못했습니다.
[앵커]
간략한 설명만 들어봐도 앞선 갑질 사례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늦은 밤 방역지침을 어긴 유흥주점을 출입했다고요?
[기자]
부사장이 수시로 찾았다는 유흥주점은 인천시 연수구에 있습니다.
술집은 지하와 1층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집합금지 기간에도 영업할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는 접객원들이 손님과 함께 술을 마셨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점 관계자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술집 관계자 : (접객원들이) 간단하게 앉아서 술 마시고 빠지고, 빠져 주고…. 2·3층 영업 안 한 지, 코로나 시작되고 나서부터 아예 안 해서….]
문제는 부사장이 이곳을 찾을 때마다 회사 차량과 수행기사를 동원했다는 겁니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서너 번 이곳을 찾아 늦은 밤까지 머물렀고, 그동안 수행기사는 차 안에서 꼼짝없이 대기해야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부사장의 사적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장인상을 당했다면서 퇴근한 수행기사를 밤에 불러내기도 했는데요.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까지 밤새 운행을 시킨 뒤 다시 가족들을 데리고 오라며 인천으로 보냈습니다.
수행기사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부사장 수행기사 : 다음 날 아침 10시쯤에 자기 딸을 집에서 픽업해서, 김포공항으로 가서 제주도에 사는 남동생하고 여동생이 김포공항으로 오니까 픽업해서 오라는 거였어요.]
이 외에도 근무일지에 '쉬는 날'로 기재된 때 약속이 있다며 불러내 운행을 시키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계약서상 정해진 쉬는 시간에도 임원이나 비서의 업무 지시가 끊임없이 내려왔다는 게 수행기사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앵커]
사적 지시에 시달린 수행기사가 충분한 대가는 받았습니까?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근로 계약서상 주 52시간의 근무, 그리고 근무 시간 중 4시간의 휴게 시간을 기준으로 수행기사 임금이 책정돼 있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끊임없는 사적 지시와 휴게 시간 동안 내려진 업무 지시 때문에 실제 근무시간은 52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런데도 수행기사는 초과 수당 없이 회사와 미리 약속한 금액만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 부분 역시 직접 들어보시죠.
[부사장 수행기사 : 무늬만 그냥 정규직으로 바뀐 거에요. 오히려 파견직, 계약직보다도 못한 거죠. 수당 자체가 아예 없는데….]
[앵커]
부사장의 이런 지시는 당연히 법적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우선 유흥업소 출입 등 사적 지시에 수행기사를 동원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당 지시로 인해 노동자가 고통을 받았다면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수당 미지급 부분 역시 법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업무 외 근무를 시켰기 때문에 연장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임금 체불에 해당하고요. 이로 인해서 산재를 호소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면 산재 신청을 받을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 여지가 있습니다.]
[앵커]
피해를 본 수행기사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고요?
[기자]
부사장 수행기사로 일하던 제보자는 지난해 12월쯤, 사내에서 수행기사 처우 등 여러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는데요.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부사장이 돌연 보직 해임을 통보했습니다.
이후에는 회사 기숙사에서 쫓겨나 서울에서 인천까지 매일 출퇴근해야 했고, 이후 무관한 자격증 취득까지 요구했다는 게 수행기사의 주장입니다.
결국, 수행기사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앵커]
퇴사 과정도 석연치 않아서 법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우선 수행기사 일을 하던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다른 업무로 보내는 것 자체가 부당 전보와 배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행기사 스스로 퇴사하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부당한 강요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면 역시 법적인 문제가 되는데요.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애초에 본인의 업무와 다른 업무로 배치했고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치한 것은 부당 전보의 배치에 해당하고요. 본인이 퇴사하고 나왔지만, 이 퇴사가 강요에 의한 혹은 괴롭힘이 있는 퇴사라면 이것도 부당해고로 노동위원회의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앵커]
제기된 문제에 대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기자]
우선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수행기사에게 사적 지시를 내린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또 회사 차원에서 임원 수행기사들의 주 52시간 초과 근무 여부를 살피고 지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수행기사 업무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서는 해당 기사가 동료들과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등 업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사 조처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자격증 취득을 제안한 것은 해당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도록 권유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수행기사에 대한 대기업 임원의 갑질, 저희가 지난해부터 확인한 것만 벌써 세 차례인데 해결책은 없습니까?
[기자]
우선 불안한 고용 문제 해결이 과제로 꼽힙니다.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수행기사가 사실상의 고용 권한을 쥔 기업 임원에게 갑질을 당해도 직접 대응할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견 계약직 등의 고용 안정성을 높일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겠고요.
이번 사례에서 보듯 고용이 안정된 경우라고 해도 갑질 피해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수행기사나 비서처럼 고용주와 업무 공간이 일치하고, 그 공간이 외부와 단절된 경우 비인권적인 업무 지시가 많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취약 노동에 대해 일상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앵커]
네 김철희 기자, 수고했습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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