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태원 참사', '10.29 참사' 어떻게 불러야할까 [미디어 리터러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의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교수(이하 송경재)> 네. 송경재입니다.
◇ 김양원> 교수님, 먼저 이 사안 잠깐 먼저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를 위해 순방중인데요. 순방 하루 전 갑작스레 전해진 소식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대통령 순방을 동행취재할 MBC 기지단을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했다는 건데요
◆ 송경재> 대통령실은 MBC측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MBC의 가짜뉴스와 허위 보도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MBC는 두 달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는 순방 외교를 앞두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익을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최소한의 취재 편의 제한 조치를 취했다”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MBC는 입장문을 내고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알권리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현장에서 취재와 보도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계 5개 단체도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취재 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라고 요구했고요.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 기자단도 지난 10일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배제'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MBC 탑승 배제 조치에 항의해 출입기자단 중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를 이용해 취재에 나서겠단 방침을 세웠습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요,‘세금을 쓰는 순방 취재에 국익을 위해 언론에 편의를 제공한다’는 윤 대통령의 시혜적 시각은 취재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겁니다. 대통령의 국외 순방에 동행해 취재 활동을 벌이는 언론사는 전용기 이용 비용을 각자 부담하거든요.
◇ 김양원> MBC측은 하루 전에 민항기로 출발했다고 해요 (◆ 송경재> 그래야만 했을 겁니다.) 대통령실은 국익을 위해 국민 세금을 쓰는 건데, 국익을 훼손하는 행동을 한 언론사에 편의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이런 입장인 것 같습니다. 반면, 대통령실 풀기자단이나 언론단체는 동행취재를 하더라도 각 언론사에서 항공편 등에 대한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데, 이런 시혜적 시각은 부적절하다, 는 입장인 거네요.
◆ 송경재> 맞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비용 문제만은 아닌것이요, 전용기를 타지 못하면 사실상 순조로운 취재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번 윤 대통령 해외 순방은 '인천→캄보디아 프놈펜', '프놈펜→인도네시아 발리', '발리→인천' 세 번의 여정을 거칩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는 아니어서, 민항기 편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요,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는 비행편은 직항이 없고요. 경유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결과적으로, 민항기를 탑승하는 취재진은 일요일 한미일 정상회담 취재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발리로 향하거나, 한미일 정상회담 취재를 마친 뒤 14일 '경제 외교' 일정 취재를 일부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최근 도발 수위를 높이는 북한 대응 문제가 주요 의제로, 이번 순방 여러 일정 가운데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일정입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보면,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은 아니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국제회의 연설이나 각종 행사 연설에서 '자유'를 그렇게 강조했는데, 이번 결정은 하루 전날 갑자기 나왔거든요.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듭니다.
◇ 김양원> 네, 순방 이후에 보도 경향... 다음 시간에 종합해서 짚어보기로 하고요.
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보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교수님도 아무래도 학교에 계시니까 이번 참사가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 송경재> 네, 대학가에도 많은 희생자가 나온 부분이 가장 눈에 띄었고요. 대학 안에도 추모공간이 만들어져서 조용하게 애도하는 분위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참사 초기에 비해 이번 주 언론보도는 조금 다른 시각의 지적이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부각되고 있고요. 여론의 사회적 역할과 재난 보도와 관련한 고민이 반영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재난보도를 대하는 언론의 윤리적 접근에 대한 고민이 각종 보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언론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 자제 요청을 시작한 건 시민들이었습니다. <연합뉴스> 10월 30일자 기사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자극적 영상·허위사실 유포에 이젠 우리도 성숙해질 때”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SNS와 유튜브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자극적인 동영상이나 사진을 퍼트리지 말자는 자정 운동이 나타났다는 거죠. 일부 이용자들이 피해자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CPR 영상, 그리고 허위사실을 퍼트리지 말자는 글을 올리며 '자정 작용'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소통 창구인 소셜미디어와 포털사들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은 <매일경제> 10월 30일자 “이태원 참사 끔찍 영상·사진 유포 `자정 촉구`…정신과 의사들도 목소리” 기사와 <뉴시스> 30일자 “이태원 참사 적나라한 영상 유포에…포털·SNS 업계 자정 총력” 기사에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30일 ‘트위터대한민국’에는 트위터의 민감한 미디어 관련 정책을 알려 드린다며 이태원 사고 현장 이미지와 영상 트윗 시 정책을 참고해 주시고, 문제 트윗을 발견하시면 신고해 달라고 게시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게시글 및 댓글 작성과 관련해 주의를 요청했습니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는 추모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마련했는데, 일반 뉴스와 달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정해진 문구로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는 혹시 모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정해진 문구로만 댓글을 달도록 했단 방침입니다.
◇ 김양원> 이번에도 시민들이 먼저 나섰군요. 이에 따라서 SNS와 포털사들도 자중하는 움직임을 보였고요. 언론사들도 가만 있을 수만은 없었겠네요.
◆ 송경재> 그렇습니다. 참사 발생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언론 스스로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나름 의미있는 대응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선 뉴스를 작성하는 기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등장했습니다. <기자협회보> 11월 1일 “세월호 이후 8년, 그리고 이태원… 언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일보> 10월 31일자 “방송 3사, "자극적 보도" 지적에...'이태원 참사 영상' 자제령” 등의 보도에서 현재 벌어진 재난을 다루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비판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세월호 이후에 만들어진 <재난보도준칙>을 거론하며 8년 사이에 그새 아픈 기억을 잃어버린 언론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했습니다. 그래도 새월호 때와는 달리 이번 참사에선 언론사의 자정이 빨리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뉴스를 접하는 생존자와 유가족, 다수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심적 고통,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목한 행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김양원> 세월호 때보다 나아졌다고 하셨는데요.
◆ 송경재> 네. 그리고 이번에 MBC의 경우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재난 보도나 부정적 사건 보도의 낡은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확인되었습니다. 11월 6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에서는 “MBC가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보도했는데요. MBC는 ‘이태원 참사’ 대신에 10월 29일 사고라는 의미로 ‘10·29 참사’로 부르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지어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라고 의미를 밝혔습니다. 이어서 보도에서는 한국심리학회도 명칭 변경을 제안하였고 과거에도 ‘진도 여객선 침몰’을 ‘세월호 참사’로, ‘뉴욕 쌍둥이빌딩 붕괴’를 ‘9·11 테러’로 바꿔 쓴 전례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한겨레> 8일자는 “이태원 참사, 10.29 참사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까” 기사에서 ‘세월호 사고’ 과거 ‘태안기름유출 사건’ 등의 사례를 들며 사건의 성격이나 중요성 등을 파악해야 할 책임이 언론에게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참사를 ‘이태원 참사’라고 명명하기로 했다는 한겨레 내부의 결정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태원’이라는 지역명을 참사의 명칭으로 하는 것의 문제점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현재로서는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이번 재난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대규모 참사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 언론에서 아무 고민 없이 부르기 쉬운 명칭으로 불러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러다 보니 지역이나 피해자를 지칭하는 특정 이름이 세간에 불리면서 언론이 2차 가해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합의가 되지는 않았지만 언론사 내부에서 사건의 성격이나 지역 문제, 2차 가해 등을 고려한 논의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역시 긍정적입니다.
◇ 김양원> MBC는 '이태원'은 낙인찍기다, 그래서 10.29 참사로 부르기로 했고, 반면 한겨레는 그래도 '이태원 참사'로 규정하는 것이 맞다... 언론사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 송경재> 그렇습니다. 특히 애도기간이 지나면서, 참사의 원인과 치유 등에 관한 보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주로 외부기고나 칼럼에서 이런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경향신문> 11월 7일자 “속보 전쟁과 뒷북 자성은 왜 반복될까”의 서울대 김수아 교수 칼럼에서 지난 1일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서 ‘선정적 보도와 혐오표현을 거부한다’는 성명 등을 지적하면서 언론의 자성이 늦었지만 좀 더 체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적 애도를 위한 명확한 책임의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의 책무를 수행하고 ‘속보’의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또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시스> 11월 9일자 “[재난세대]10대엔 세월호, 20대엔 코로나·이태원…상처가 일상인 청년들”에서는 당사자 세대가 겪는 좌절감과 공포감에 대해 심층 보도를 했습니다. 참사를 겪은 세대도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어 공황장애, 우울장애, 무력감 같은 것들이 다른 세대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치유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참사의 책임과 제도개선과 함께 사회적인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먼저 제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양원> 10대 때 세월호 참사를 겪었던 세다가 이번엔 20대에 이태원 참사를 겪게 되니까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고민을 하게 된다는 실제 20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고 책임과 진실을 규명하는 것 외에도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가 드리우지 않도록, 참사 발생 상황 그 이후에 언론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 송경재>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 경제학과 교수였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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