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시중은행을 통해 외화 수조 원을 불법 송금한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외환 영업 실적을 늘리기 위해 불법 여부 심사를 게을리한 시중은행은, 담당 직원의 실적을 인정해 포상까지 내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혜린 기자입니다.
[기자]
재작년 10월, 한 시중은행 서울 지점에서 '반도체 개발비' 명목으로 외화가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320여 차례에 걸쳐 송금된 외화는 모두 1조4천억 원.
해당 지점 담당 직원은 송장 이외에 그 어떤 증빙 자료도 심사하지 않았는데, 외환 영업 실적을 인정받아 포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렇게 이뤄진 송금은 모두 가짜 송장을 이용한 불법 거래였습니다.
총책 A 씨의 조직을 비롯한 4개 조직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명의로, 수출입 대금 등을 처리하는 것처럼 허위 송장을 꾸며 은행에 냈습니다.
허술한 심사를 거쳐 해외 계좌로 간 돈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는 데 쓰였습니다.
A 씨 등은 이걸 다시 국내 거래소로 보내, 산 사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되팔았습니다.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높은 현상,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외화를 불법 송금한 겁니다.
시중은행들이 외환거래 실적에만 열을 올리는 동안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비슷한 수법으로 시중 9개 은행을 통해 빠져나간 외화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4조3천억 원에 달합니다.
검찰은 범행이 이뤄진 재작년 1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가상화폐 시세 차이를 감안할 때 이들이 많게는 2천백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우선 A 씨 등 11명을 구속기소 하고 은행 브로커 B 씨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또 도주한 다른 공범을 추적하고, 현재까지 확인한 범죄수익금 131억 원에 대한 환수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이나 금융당국이 적시에 불법송금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은행직원의 비위행위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YTN 김혜린 (khr08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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