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돈이 아닌 씨앗을 믿고 맡기는 은행이 있습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식물의 멸종을 막고 이른바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요.
전북 전주에 있는 종자 은행인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모처럼 취재진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김민성 기자입니다.
[기자]
동화 속 비밀 공간처럼 지상에 떡하니 솟아 있는 문 하나.
출입구를 지나 지하 120m까지 내려가면 세계 각국에서 온 종자 약 120만 개가 보관돼 있습니다.
1년에 딱 3번만 개방되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국제 종자저장고입니다.
사시사철 영하 18도를 유지해 전기 공급이 끊겨도 일정 기간 종자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지어졌습니다.
[그레떼 헬레니 에비앙 / 노르웨이 농업식품부 종자저장고 :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종자를 안전하게 중복으로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종자 저장고에 저장된 종자들은 모두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종자 은행은 국내에도 있습니다.
보안 서약서를 쓰고, 문 여러 개를 통과하자 종자 약 20만 개를 보존 중인 국가보안시설의 내부가 나타납니다.
겉보기엔 조금 큰 창고 같지만, 벽과 바닥이 3중, 5중으로 된 요새입니다.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나 폭격에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영원히도 보관할 수 있게 영상 4도에서 영하 196도까지 보존 환경을 각각의 목적에 맞춰 운영합니다.
우리나라는 해외 1곳, 국내 3곳 총 네 곳에 토종 종자를 보존해 일부는 연구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재난이나 전쟁으로 초래할 수 있는 식량 안보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게 종자 주권을 지키는 겁니다.
[이주희 /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 :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서 식량의 국가 간 이동은 많이 차단되고 있습니다. 토종 자원들을 잘 지켜내고 하는 것들이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몽골 등 10개국에서 기탁한 해외 종자를 보존하는 등 세계 5위 수준의 종자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YTN 김민성입니다.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