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YTN이 보도한 서울 은평구의 전세사기 수사 대상이 된 임대인은 알고 보니, 주거지로 쓰면 안 되는 상업용 빌라를 상당수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가 취재한 피해자들도 이런 상업용 빌라에 살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세입자는 각종 제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게 됩니다.
권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세보증금 2억 5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난 1일 YTN 보도를 통해 알려진 A 씨.
6년 전 A 씨가 들어간 서울 은평구 집이 하필이면 '근린생활시설', 즉 상업용 빌라라서, 돈을 받아내기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A 씨 : 근린생활시설이라 (보증) 보험이 해당이 안 됐고요. 저희가 할 수 있었던 건 전입신고랑 확정일자.]
YTN 취재결과 임대업자 이 씨가 은평구에서 보유한 상업용 빌라만 수십 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 근생이 그 사람 거라면 주의를 해라,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물건 접수를 했을 때 저희는 소유주를 체크를 하죠. 근생 같은 경우.]
근린생활시설은 인근 주민의 편의를 위해 건립되는 건축물로, 주로 목욕탕이나 체육관 같은 상업용 편의 시설이 들어섭니다.
일반 주택보다 건물은 더 높게 지으면서, 주차 공간은 더 적게 확보해도 됩니다.
때문에 건축주가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허가를 받은 뒤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엄정숙 / 변호사 : 건축물 대장상에 상가용 건물을 위해서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하게 돼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주거용으로 임대할 수 없는 그런 시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곳에 살게 된 세입자입니다.
주거 목적이 아닌 곳이라,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습니다.
세입자의 채권도 최후순위로 밀려,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았거나 근저당을 잡아 놨다면 돈을 돌려받을 확률이 무척 낮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임대업자 이 씨가 애초 이 점을 노리고 근린생활시설만 골라 사들였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합니다.
[김인만 / 부동산경제연구소장 : 좀 나쁜 경우인데요. 세입자는 주택인 줄 알고 들어왔을 겁니다. 아마 주로 사기 당하시는 분들이 20대, 30대나 지식도 부족하고 경험이 없는 분들이다 보니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 씨는 YTN과의 통화에서 서민들에게 양질의 집을 값싸게 제공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모 씨 / 임대업자 : (나는) 집 없는 사람들, 노인네들 이런 분들 돕고 사는 사람이지.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3억 원이 나왔어요. 종합부동산세가 남는 것도 없이. 대출 이자고 뭐고 살 수가 없어요, 날짜 돌아오면 막느라고.]
그러나 경찰은 이 씨가 '무자본 갭투자'로 무리하게 주택 개수를 100채 가까이 늘려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이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할 방침입니다.
YTN 권준수입니다.
YTN 권준수 (kjs819@ytn.co.kr)
촬영기자 : 윤지원
그래픽 : 이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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