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살해한 필리핀 경찰 무기징역...6년여 만의 선고

[앵커]
필리핀 현지 경찰이 한국인 사업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6년 7개월 만에 내려진 첫 법적 판단입니다.

조용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은행에서 두 남성이 한국인 사업가 지익주 씨 카드로 현금을 찾는 장면입니다.

이들은 또, 지 씨를 살려서 돌려보내겠다며 가족들로부터 1억2천만 원을 받은 뒤 잠적했습니다.

하지만 지 씨는 납치 당일 살해됐습니다.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화장장에서 지 씨 골프채가 발견되며 수사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결국, 필리핀 경찰이 지 씨를 납치해 경찰청 주차장에서 살해한 뒤, 사망증명서를 위조해 화장장에서 시신을 소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수록 필리핀 현지에서도 공권력을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했습니다.

[레나토 레예스 / 필리핀 시위대 : 경찰은 처벌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항의하는 것입니다. 경찰서 안에서 살해될 수도 있고 감옥 안에서 살해될 수도 있습니다.]

필리핀 앙헬레스 법원은 지 씨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2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경찰청 마약수사국 소속이었던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 정보관을 지낸 제리 오믈랑입니다.

납치 살해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 고위간부는 무죄가 선고됐고, 또 다른 용의자는 코로나19로 이미 사망했습니다.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이 유족을 만나 직접 사과하기도 했지만, 1심 선고가 나오는 데까지 6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 당시 필리핀 대통령 (2017년 1월 27일) : 여러분 동포의 죽음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범인들은 감옥에 가야만 하고, 저는 그들이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2012년 이후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살해 사건은 모두 57건에 사망자는 63명.

하지만, 정식 재판을 통해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YTN 조용성입니다.

영상편집: 송보현


YTN 조용성 (choys@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