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20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한진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지난해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10월에 어느 날 창원 해양경찰서에 신고 전화가 하나 접수됐죠. 50대 남성 A 씨가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 이 전화를 받고 경찰은 즉각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남성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당시 이 남성은 함께 있던 무리와 거나하게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술에 취해 바다에 빠져 숨진 단순 변사 사건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때 해경으로 뜻밖의 첩보 하나가 입수됩니다. 그 내용은 즉 숨진 A 씨가 사실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억지로 바다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죠.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은 숨진 A 씨를 비롯해 총 3명이었습니다. 경찰로부터 심문을 받은 사람은 그 3명 중 1명인 C 씨였죠. 경찰은 이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보고 B 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있었기에 C 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듣고자 했던 겁니다. 그런데 C씨는 한동안 공포에 떨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하죠.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그리고 A 씨의 죽음은 정말 경찰의 예상대로 타살이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한진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한진구 변호사(이하 한진구)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한진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저도 이 사건이 기억이 나거든요. 처음에는 성인 남성 1명이 바다 근처에서 술을 마시다가 빠져 숨졌다. 그러니까 정말 단순 변사 사고라고 생각됐던 그런 케이스였죠.
◇ 한진구 :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23년 10월 11일 오후 경에 경남 거제도 목포항 바닷가에서 한 남성이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인데요. 신고 접수되자 구조대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하였지만 남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사망한 남성은 당시 60대였던 A 씨였는데 한편 당시 현장에는 A 씨의 지인인 B 씨와 C 씨도 있었는데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일행은 술에 취한 A 씨와 C 씨가 수영 내기를 하다가 바다에 스스로 뛰어들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술을 어마어마하게 마셨더라고요.
◇ 한진구 : 네 일행은 술을 정말 많이 마셨는데요. 사고 전날부터 사고 직전까지 세 사람은 소주로 무려 22병을 나누어 마셨다고 합니다. 또한 당시 인근 CCTV 영상을 보면 A 씨와 C 씨가 스스로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였습니다. 또 A 씨에게는 특별한 외상의 흔적도 없어서 단순한 익사 사고로만 추정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사를 진행하던 중 해경은 뜻밖의 첩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 이원화 : 그 첩보가 어떤 거였죠?
◇ 한진구 : 네 바로 사건 전날 부산에 거주하던 A 씨와 C 씨는 B 씨의 호출로 거제로 오게 된 것이었고, B 씨의 강요로 밤새 술을 마셨으며 A 씨가 바다에 들어가게 된 것도 B 씨의 강요로 인해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A 씨는 자신보다 8살이나 어린 B 씨에게 평소 감시와 폭행을 당해오기도 한 점이 드러났습니다.
◆ 이원화 : 단순한 동료 사이가 아니었던 건가 보네요.
◇ 한진구 : 네 C 씨는 처음에 피해자 A 씨를 고시원에서 알게 되어 가까워지게 되었는데요. A 씨와 C 씨가 서로 알게 된 지 약 1년이 지난 어느 날 고시원에 B 씨가 새롭게 들어오게 되었고 B 씨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B 씨의 두 사람에 대한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였던 것인데요. B 씨는 자신을 과거 조직폭력배의 일원이라고 밝히면서 두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대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B 씨는 자신의 지령에 따라 두 사람이 움직이게 하기도 하였는데요.5시간 걸리는 거리를 걷게 하거나 모텔에 감금한 후 폭행을 하며 술시중을 들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서로 때리게끔 싸움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 한진구 : 불과 최근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 저도 놀라웠습니다. B 씨는 A 씨와 C 씨 두 사람에게 서열을 가리라며 한 명이 실신할 때까지 싸움을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술값을 같이 나누겠다는 명목으로 A 씨와 C 씨의 카드를 빼앗아가기도 하였는데요. 추후 조사 결과 실제 술값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두 사람은 B 씨의 거짓말로 상당한 금액을 계속 상납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피해자 A 씨의 경우 자신의 기초생활수급비까지 B씨에게 갈취 당하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근데 성인이잖아요. 싫다고 거부한다거나 만약 체력적으로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도망간다거나 아니면 신고한다든지 이런 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런 의문이 들긴 하거든요.
◇ 한진구 : 네 저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B 씨는 자신을 과거 조직폭력배 조직의 일원이라고 두 사람에게 이야기하면서 위협을 가하고 강압적으로 굴어 두 사람이 쉽게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보복으로 폭행을 가하고 수시로 두 사람에 대해서 협박을 하기도 하여 두 피해자가 쉽사리 대응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B 씨라는 이 사람 정말 조직에 있던 사람이긴 했나요?
◇ 한진구 : 아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 B 씨는 조직폭력배 관련 자료 계보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 B 씨가 원래 이 사건 전까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모범적으로 살아왔느냐 하면 그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B 씨는 이 사건에 이르기 전 이미 전과가 무려 30범이 넘는 사람이었는데요. 대부분 사기 및 상습 사기와 관련된 전과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교도소 신세를 전전하다가 재산이 다 떨어지자 B 씨는 노숙 사회에 들어가게 된 것인데요. 노숙 사회에서도 폭력적인 성격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다른 노숙자의 통장을 횡령하는 등 사건 사고만 일으키며 지냈는데 어떻게 하다가 피해자들이 있던 고시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들을 목표로 삼아 소위 약탈을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범인 B 씨는 A 씨와 C 씨에게 폭행, 갈취, 협박 등을 일삼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 사람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하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검사하기도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자기가 한 짓이 하면 안 될 짓이라는 걸 알긴 알았나 봅니다. 그러니까 문자 확인도 하고 어디 있는지 일일이 감시하면서 혹시 신고는 하지 않을지 이런 부분들을 우려했던 걸로 보이긴 하거든요.
◇ 한진구 : 네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 된다는 인식 정도는 있었을 것 같고 또 그렇게 감시를 하면서 더 확실하게 피해자들을 지배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한편 피해자 A 씨는 범인의 폭행과 관련하여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래요? 어떻게 됐습니까?
◇ 한진구 : 네, 피해자 A 씨는 B 씨의 폭행을 견디다 못하여 신고를 하였던 것인데요. 그런데 A 씨의 휴대폰 통화 내역 등을 보고 자신을 신고하였던 것을 파악한 B 씨는 다시 A 씨를 폭행하고 협박하였다고 합니다. 피해자 A 씨는 이를 보고 B 씨가 정말로 경찰에서도 쉽게 손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오해하여 B 씨에 대한 두려움이 더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B씨는 특히 A 씨에게 가족들과 지인들의 신상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협박하기도 하였는데요. A씨는 결국 자신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이 피해를 볼까 몹시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신의 피해 사실을 함구하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몸이 아파서 도저히 일할 상황이 아닌데도 일용직으로 나가서 일을 하고 이 돈을 또 B 씨에게 뺏기고 이런 일들이 반복됐던 거군요.
◇ 한진구 : 네 맞습니다. 피해자 A 씨는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졌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또 머리를 자를 돈도 없어서 아예 삭발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B 씨에게 돈을 상납하기 위해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인력사무소로 향하였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건 전날 범인의 호출을 받은 A 씨는 교통비가 없어서 고시원 방마다 문을 두드려 돈을 조금 빌려달라며 애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결국 피해자 A 씨가 범인 B 씨로부터 소위 가스라이팅을 당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앞선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결국 스스로 바다에 들어가 숨졌다라고 신고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게 아니었다는 거네요.
◇ 한진구 : 네 그렇습니다. 사건 당시 A, B, C 세 사람은 밤새 술을 마시고 목포항으로 장소를 옮겨 술을 계속 마셨던 것인데요. 범인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두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또 두 사람에게 바다 수영을 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에 장기간 폭행 및 협박에 시달렸던 두 사람은 옷을 벗고 바다에 들어가려고 하였던 것이고, 피해자 A씨는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게 되었던 것입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바다에 뛰어드는 행위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피해자들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이어질 폭행이 무서웠을 것이고, 또 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폭행 등에 대한 공포가 매우 컸을 것이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랬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해 주신 대로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C 씨 역시 가스라이팅 범죄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한진구 : 네 그렇습니다. C 씨는 범인이 사건을 자신과 연관 짓지 말라는 강요에 못 이겨서 A 씨와 수영 내기를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처음에는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해경의 수사가 이어지고 첩보를 입수한 해경에 의해서 C 씨는 이 사건의 진실을 실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이원화 : 그나저나 가해자로 지목된 B 씨는 자신의 범죄 인정했습니까?
◇ 한진구 : 네 범인 B 씨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는데요. 사소한 다툼이나 장난이 있었을 뿐 감금이나 폭행은 없었고, 금전을 갈취한 적도 없었으며, 특히 사건 당일 피해자에게 바다에 들어가라고 지시한 적도 없었다며 이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경찰은 범인 B 씨를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찰 역시 과실치사 등을 죄명으로 B 씨를 기소하였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B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원화 : 경찰에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이것도 고민을 했던 모양인데 아무래도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한진구 : 네 살인죄가 성립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살인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요. 가스라이팅이라는 일련의 피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사건 당시 행위만 놓고 보았을 때 범인이 피해자에게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 곧바로 피해자의 죽음을 의혹한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1심을 맡은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담당 재판부는 피고인 B 씨에게 과실치사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하였는데요.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피해자들을 지배 억압하면서 돈을 갈취하거나 여러 차례 감금한 것도 모자라 익사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기초생활수급비라든지 일용직으로 번 돈 이런 거를 다 B 씨에게 넘겨줬고 뭐 하는지 어디 있는지 일일이 다 보고를 받았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사실 보호 관리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 한진구 : 네 이 사건의 경우 사실 범인의 직접적인 살해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성립을 검토해 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것이 성립되려면 말씀하신 보호 관계 등으로 이른바 보증인적 지위가 범인에게 있어야 합니다. 이는 생명 법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여야 할 법적인 지위를 뜻하는데요. 이러한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가 이론적으로 몇 가지가 있는데 말씀하신 보호 관계가 형성된 경우도 이러한 지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족이나 거의 그 정도에 이를 정도로 긴밀한 공동관계가 있어야 인정될 수 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검찰이 항소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이 부분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 한진구 : 네 작위범이든 부작위범이든 결국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를 용인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살인죄가 인정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범인에게 더 강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참 안타까운 게 오늘 사건처럼 가스라이팅으로 인해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건들은 점점 늘고 있는데 이것과 별개로 범죄로 인정할 수 있느냐 법적으로 처벌 요건이 되느냐 이건 다른 문제잖아요. 법적인 부분이 보완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 한진구 : 네 청취자분들도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가스라이팅 다른 말로 피해자에 대한 일련의 심리 지배라는 것이 외관상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법률 문헌으로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이러한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나름의 객관화된 기준을 법률에 규정하여 가스라이팅 범죄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고, 또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가스라이팅으로 성인 남성이 바다에 빠져 숨진 목포항 익사 사건 짚어봤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