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개를 식용으로 도살하던 탕제원 주인을 미화하는 내용을 방송한 KBS 예능 프로그램 '동물은 훌륭하다'에 동물 단체가 항의 및 정정 방송을 요구했다.
유기동물 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23일 방영된 KBS '동물은 훌륭하다' 2화 방송에서 동물 학대자를 미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탕제원을 운영하며 35년 동안 식육 개장사를 해온 업자가 현재는 딸과 애견목욕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방송에서는 지난 2017년 집을 잃은 반려견 '오선이'가 납치돼 탕제원에 팔려 간 뒤 도살당한 사건을 다뤘다.
탕제원 주인 A씨는 당시 오선이가 목줄을 하고 있어 반려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나 보호자를 찾지 않고 도살해 '개소주'로 만들어 판매했다.
이후 A씨 부녀는 현재 애견 목욕샵을 운영 중이라며 "주인이 있는 개인지 몰랐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는 "사건 발생 7년이 지나도록 오선이의 비통한 죽음을 잊지 못한 반려인은 이 방송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방송에 나와 '지난 35년의 시간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려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했던 도살업자는 정작 오선이 반려인에게는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운영하던 업소는 당시 오선이를 살해하기 한 달 전쯤에도 뜬장을 탈출한 개를 올무로 끌고 다니고 목을 조르다 도살해 적발되는 등 동물 학대의 온상으로 악명 높던 곳"이라며 "'동물은 훌륭하다' 제작진은 명백한 동물 학대 사건을 다루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조명하는 대신 오히려 도살업자의 입장만을 대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본 출연자들은 '마음의 짐을 갚아나가는 것 같다'는 등 도살업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한 동물 학대 사건임에도 가해자 편에서 그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로 조속한 사과와 정정 방송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영상이 삭제됐고 시청자 소감 게시판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YTN 박선영 (parks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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