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보다 9일가량 늦은 '첫눈'이 역대급 폭설로 쏟아졌습니다.
11월에 서울에 20cm가 넘는 눈이 내린 건 관측이래 처음입니다.
밤사이 또 한차례 폭설이 예고됐는데요.
이번에는 취재기자와 함께 눈 현황과 전망 알아보겠습니다.
정혜윤 기상 재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겨울 시작 전부터 그야말로 '폭설 대란' 입니다.
오늘 정말 놀라신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117년 만의 11월 폭설이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말 놀랄 만큼 많은 눈이 내렸죠.
117년이라는 건,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월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다들 11월에 내린 많은 눈을 처음 보셨을 수 밖에 없고요, 놀라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것도 2010년 이후 14년 만인데요. 2010년 당시 1월 4일, 25cm의 눈이 내렸는데, 그 이후 이렇게 큰 눈이 내린 건 처음인 셈입니다.
사실 이례적인 날씨는 올해 봄 이어 여름과 가을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요.
최근 그동안 가을철 기온이 예년보다 상당히 높았고요.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도 무척 높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쪽에서 강한 한기를 동반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눈구름이 더 강하게 발달한 겁니다.
특히 적설량이 출근길을 즈음해서 서울 등 내륙으로 20cm가 넘었고,
현재 적설량이 서울 26.7cm. 평창도 24cm에 달하고 있습니다. 내륙으로 눈의 양이 더 많은 건 바람 방향에 원인이 있습니다.
보통 겨울철에는 찬 공기가 남하하면 해기 차로 인해 서해안으로 눈구름이 만들어지는데, 이번에는 다소 이례적으로 서풍 계열의 바람이 강해지면서 내륙 깊숙이 눈구름이 유입됐습니다.
화면을 잠시 보실까요? 오늘 아침 눈과 바람의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인데요
보라색이 눈구름의 이동 모습, 화살표가 바람 방향으로 보시면 되는데, 오전에 바람이 주로 서풍으로 불어 내륙으로 들어옵니다. 이렇다 보니 눈이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내륙으로 들어오죠, 강원도까지요 적설도 더 증가했고요.
오늘 밤에도 한번 더 서풍 계열 바람이 불면서 충청과 호남에 이어 경기 남부와 일부 내륙에도 눈의 양이 늘어날 가능성 있습니다.
[앵커]
그럼 밤사이 눈이 얼마나 더 내리는 건가요?
[기자]
일단 지금 말씀을 드렸지만 호남과 서해안뿐만 아니라 경기 남부 쪽을 해서도 25cm 이상의 눈이 예보가 됐고요.
그리고 서울 쪽도 최고 10cm 이상의 눈이 예상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밤에 예보된 만큼의 많은 눈이 그대로 또 한 번 내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기온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현재 있는 상황이거든요.
현재 특보상황을 보시면 지금 서울 경기 쪽으로 대설경보가 내려져 있고요.
그리고 경기 남동부 쪽. 아까 지금 보셨지만 경기 남부 쪽으로 눈구름이 밤사이 더 지속할 거라고 보여드렸잖아요.
이 지역으로 대설경보가 강원 남부 그리고 충북 쪽으로 눈구름의 띠가 이렇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보를 지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대설경보가 20cm 이상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위험하다고 경고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계신 분들은 조금 더 대비를 해 주셔야 하는 상황이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대설주의보가 지금 유지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속해서 오늘 밤 사이에 한 번 더 고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일 아침 출근길까지는 더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눈 문제가 습설이라는 건데.
이미 습설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눈 왜 이렇게 습기가 많은 건가요?
[기자]
네, 앞서 말씀 드렸지만,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가 무척 높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북쪽에서 북극 한기를 동반한 무척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고 있는데, 이렇게 온도 차가 큰 두 공기가 만나다 보니 더 강한 눈구름이 만들어지고 , 이 구름 안에 습기가 더 가득 머금게 되는 겁니다.
목욕탕, 사우나에서 뜨거운 물 위에 김이 서리는 경우를 생각에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은데요.
보통, 바다 위를 지날 때 눈구름이 만들어지는 경우를 호수 효과 라고 합니다.
차가운 공기가 북서쪽으로 내려오면 보통 서해안 충남 서해안과 호남 서해안 부근으로 눈구름이 만들어지고요.
찬 공기가 북동쪽으로 남하하게 되면 영동 지방으로 눈구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겨울철 서해안과 동해안 이 두 지역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렇게 습기가 많은 눈은 무게가 건설보다 3배 이상 무거운데요.
보통 가로 세로 1m 면적에서 습설의 무게는 300kg 정도로 건설의 2배 이상의 무게를 가집니다.
특히 다음 화면을 보시면
가로 10m, 세로 10m 비닐 하우스에서 50cm의 눈이 쌓였을 경우 눈의 무게는 30톤에 달하게 되는데요
15톤 트럭 2대, 전봇대는 무려 30주가 올라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처럼 20cm 이상의 눈이 내렸다고 해도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데, 이 정도만 되도 피해가 발생하기에 충분한 무게여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과 같이 습설이 내륙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위험할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보통 서해안과 동해안은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늘 대비가 잘되는 곳이지만 서울 등 내륙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위험한데요
특히 이번같이 습설이 내륙으로 많이 내리게 되는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이번과 같이 찬 공기가 북서풍이 아닌 서풍 계열이 더 강화하는 경우에는 좀 특이한 경우이긴 합니다만 기압골이 동반되면서 눈구름이 더 내륙으로 유입됐고요.
보통은 대륙고기압이 3-4일 영향을 주다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질되면서 서풍으로 바뀌어 서해안 눈이 내륙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는 온난화 경향 때문에 대륙고기압이 일찍 변질되면서 해상에서 눈구름이 강화해 내륙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어서 눈에 대한 대비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강풍, 우박 등 26일 제보 영상 그런데 어제는 바람도 많이 불었고, 우박이 떨어진 곳도 있었거든요 , 지금은 어떤가요?
[기자]
네, 어제 저도 리포트로 상황을 전해드리면서 시청자 제보 영상을 담았었는데.
실제로 오전 11시 이후부터 오후 1시 사이쯤 강풍과 함께 우박 영상이 YTN에 제보가 됐습니다 지금 나가는 화면인데요.
일산 고양시 등에서 강풍을 동반한 우박이 떨어졌고, 강원 일부 지역에서도 관측이 됐죠 또 바람도 어제 초속 30m 안팎으로 해안과 내륙에서 태풍급 강풍이 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해안과 내륙 대부분에 강풍특보가 내려지고 해상에도 풍랑특보가 내려졌는데, 11월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무척 이례적이었습니다.
기상예보관들도 11월에 우박을 보기는 30년 넘는 예보 생활 중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어제 남쪽으로는 온화한 공기가 자리한 가운데 북쪽으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온도 차이가 무척 커졌고, 대기 불안정이 심해진 게 원인이었는데.
이 때문에 바람이 강해지면서 우박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해상과 내륙으로 바람이 강한데. 해상에는 풍랑특보 수준의 높은 파도가 일고 있고 바람은 충청과 남부 제주도로 초속 15m 이상이 불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보도 발령 중입니다.
[앵커]
눈의 양이 많은 가운데 추위도 걱정입니다 영하권 추위도 점점 심해진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 서울 기온이 -1.3도였는데요.
내일은 -2도까지 내려가겠습니다.
이후 금요일에는 -4도로 추위가 절정에 달하겠고요.
주말과 휴일은 -2도 정도로 영하권 추위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다음 주 12월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주 초반 눈비가 내린 뒤 이후 영하권 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서 총 열흘 가량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겨울 포근하다고 전망되지 않았나요? 시작부터 춥고 눈 오고, 날씨가 만만치 않네요?
[기자]
전반적인 장기 전망에서는 그렇게 예보가 됐습니다.
다만 12월에 주기적으로 한기가 남하하면서 초반과 3주차쯤 북쪽 한기로 기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있었고요
이 때문에 기온 변동 폭이 클 껄로 기상청도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난 가을처럼 전체적으로 보면 온화하지만 조금만 한기가 내려오면 더 크게 춥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온화한 상태에서 한기가 내려오게 되면 눈구름이 더 강하게 발달한다던가 양이 늘어나거나 대기 불안정으로 이례적인 우박이나 강풍이 발달할 수 있어서 더 악기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한 국내 연구진의 조사에 의하면 이번 겨울은 온난화와 라니냐가 겹치는 시기로 보통 라니냐는 초반 추위를 가져오고 온난화는 지 해수면의 기온 상승을 가져오는 데, 이 두 효과가 겹치면서 기온 변동 폭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반복하는 기간이 가을에는 짧게 나타났다면 겨울에는 일주일 이상 길게 반복될 가능성이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추위가 오면 일주일 이상 온화한 날씨도 일주일 이상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이번 주도 한주 내내 추운데, 다음 주까지 길게 열흘 가까이 추운 날시가 지속할 걸로 보이고요
이후 좀 나아지고, 12월 하반기쯤 또 한차례 한기 남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입니다.
[앵커]
날씨 변화가 예상을 뛰어 넘고 있어 걱정입니다 최근 온난화도 심하고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도 높은 상태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런 날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요?
[기자]
네, 최근 세계 기상기구에서 발표한 올해 지구 기온이 역대 가장 높은 상태고, 우리나라는 세계 기준치보다 더 가파르게 온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수면 온도는 더 그런데요.
최근 2.5배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로 북상하진 않았지만 11월에 남해 상에서 역대 처음으로 동시에 태풍이 발생해 북상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해수면 온도가 높아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면서 최장 열대야 기록도 세워졌고
일부 남해안에서는 수 백 년 빈도의 호우 구름도 발생한 바 있습니다.
국내 과학자들도 최근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의 상승을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기온을 보시면 지난 100년간 약 1.5도 올랐는데, 그래프가 뒤로 갈수록 선명하게 오르는게 보이시죠?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PDO 지수라는게 있습니다.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수십년에 걸쳐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인데, 이 주기가 음의 패턴이면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게 나타나고 양의 패턴이면 반대로 낮아집니다.
최근 10년 음의 상태를 유지했고, 최근 절정기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한반도 주변이 그렇게 뜨거웠던 거죠, 그런데 이게 주기대로라면 앞으로 1-2년 사이 양의 패턴으로 돌아설 가능성 있어서 앞으로 잠시 잦아들 가능성 있다는 거고요, 하지만 다시 10년 뒤 2040년 이후 음의 패턴으로 돌아왔을 때는 지금보다 더 강한 강도를 지닌 채 기후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나타나고 있는 역대급 기후변화들, 이런 기후 재난을 예고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는데요.
과학자들은 그 사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YTN 정혜윤 (jh03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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