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인 아들, 존속살해죄 처벌 안 된 이유 "현장 DNA를 보니..."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1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서창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존속 살해 본인이나 배우자의 직계 존속을 살해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를 말합니다.같은 살인이라도 가족을 살해한 존속 살해는 더 높은 형량을 받게끔 돼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두 사건은 모두 존속 살해와 연관된 그런 사건들인데요. 이 사건들 모두 듣고 나시면 아마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라는 말 떠올리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이 부모를 살인하긴 했지만 자신이 입양된 양자이기 때문에 친부모를 죽인 건 아니라는 남성 A 씨의 말. 하지만 이 사건엔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었죠.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이 사건과 함께 오늘 다뤄볼 또 다른 사건은 더 기막힌 사연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들일지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서창곤: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서창곤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존속살해와 연관된 두 사건을 살펴볼까 하는데 일단 첫 번째로 살펴볼 사건 어느 날 경찰서로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는 신고 전화가 한 통 들어왔죠.

◆서창곤: 2022년 2월 11일 오전 6시 50분경 119로 자신이 부모와 형을 죽였다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리고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 같은 사실을 곧바로 통보받게 됩니다.

◇이원화: 사실 살인을 저지르고 내가 누구 죽였다 신고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그리고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만 장난 전화들도 많이 오다 보니까 전화를 받은 경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굉장히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서창곤: 네 그렇죠 아무리 많은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경찰이라도 살인 사건을 자백하는 전화를 받으면 이를 믿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당시 경찰은 양천구의 한 아파트로 서둘러 출동했지만 이미 부모와 형 등 일가족 3명 모두 칼에 찔려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정말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었는데요.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 김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이원화: 이 사람이 왜 그랬답니까?

◆서창곤: 김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입양된 양자라서 가족들로부터 차별을 받아 불만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원화: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 차별을 받아왔고 그 분노가 굉장히 심했다는 건데 속사정까지 저희가 속속들이 알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서창곤: 네 맞습니다. 경찰 조사 당시 범인인 김 씨는 가족이 자신을 계속 괴롭혔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범행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자신은 입양된 양자라서 차별을 당했다면서 끝까지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고 횡설수설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하게도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는데요.

◇이원화: 뭐였죠?

◆서창곤: 경찰은 김 씨의 진술에 따라 친자 관계 여부를 확인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검사를 의뢰하였습니다. 감정 결과 김 씨는 입양된 양자가 아니고 살해된 부부의 친자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원화: 반대의 경우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이 친자인데 입양된 걸로 알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네요.

◆서창곤: 네 일반적으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는데요. 당시 경찰이 김 씨를 존속 살해 및 살인 혐의로 검찰로 송치하였고, 검찰은 김 씨를 여러 차례 불러 DNA 검사 결과를 내밀었지만 자기가 양자라는 김 씨의 믿음을 깨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한편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망상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었는데, 경찰 조사 결과 실제로 김 씨는 정신과적 질환이 심각해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원화: 망상장애 이야기하셨습니다만 정신질환을 이야기하기에는 범행이 좀 치밀하게 준비되었었던 것 같아요.

◆서창곤: 네 맞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김 씨의 범죄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범죄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사건 발생 3~4일 전 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한 것이 드러났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김 씨를 국립법무병원으로 후송하고 1개월 동안 치료와 검사를 진행하면서 김 씨의 정신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정신감정을 위한 감정유치 영장을 발부받아 3월 13일에 김 씨를 치료감호소로 옮겼습니다. 28일 동안 김 씨를 치료하면서 정신 상태를 살폈던 검찰은 4월 20일 김 씨를 존속 살인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는데요. 검찰은 김 씨가 여러 차례 살인 관련해 인터넷 검색 내역이 있는 점을 확인했고, 정신감정, 통합심리 검사 등 철저한 보완 수사를 통해 범행 동기, 사전 계획, 심신장애 여부 등을 명확히 살폈다며 정신질환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 아닌 살인의 고의성과 목적성을 가진 범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지만 범행 당시 정신은 온전했다며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이원화: 피고인 측은 당연히 심신미약을 주장을 했을 것 같아요. 정신감정 결과랑은 별개로 그런 주장을 했을 것 같거든요.

◆서창곤: 김 씨의 변호인은 정신감정 유치 결과 김 씨가 조울증과 조현병 등 심신미약 상태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해 줄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원화: 재판부의 선택은 어떻습니까?

◆서창곤: 당시 재판부는 검찰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당시 정신 상태가 온전하다고 보기 어려워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100% 묻기 어렵다며 심신미약을 일부 인정해 징역 35년형과 출소 후 1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습니다. 망상장애 등의 특징 중 하나인 특정 믿음만 빼면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이원화: 정신질환에 따른 존속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부분, 이것도 사실 대책 마련이 필요한 부분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됩니다.

◆서창곤: 당시 사건은 존속 범죄들이 연달아 터지던 와중에 발생한 것이어서 사회적 충격이 매우 컸고, 언론들도 이 사건을 대거 보도하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정신질환자의 존속 범죄를 막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맥락으로 2023년 7월 21일 아버지는 외계인 어머니는 뱀처럼 보인다는 망상에 빠져 부모를 무참하게 살해한 30대 여성 A씨에게 1 2심 모두 망상에 사로잡혀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무기징역형을 구형한 검찰 요구를 뿌리치고 징역 15년형을 내린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이원화: 아무튼 오늘 두 가지 사건을 이야기해드린다고 했잖아요. 방금 이야기 나눠본 사건은 본인이 친아들이었는데 입양된 양자인 줄 알았다면서 부모를 살해했던 그런 사건이었는데 지금부터 이야기를 나눠볼 이 사건은 이것과는 또 굉장히 다른 케이스였죠.

◆서창곤: 네 이번 사건은 카드값 40만 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이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살해당한 아버지는 살인자의 친부가 아니었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은데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서창곤: 어느 날 62살에 주 모 씨의 직장 동료가 주 씨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어머니에게 연락했고, 이런 상황을 전달받은 막내 동생이 경기도 구리시의 자택에 들렀다가 숨진 주씨를 발견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주 씨는 속옷만 입은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무슨 상황이었을까요? 강도라도 당했던 걸까요?

◆서창곤: 당시 누군가 주 씨의 머리 뒤쪽을 가격하고 흉기로 등을 수차례 찌른 흔적이 발견되었기에 경찰은 주 씨의 사망에 대하여 피살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이원화: 경찰이 주목할 만한 용의자는 있었나요?

◆서창곤: 당시 원한이나 치정 관계 등으로 인한 살인으로 볼 만한 별다른 정황은 없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피해자의 40대 아들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아들의 평소 행동을 볼 때 범행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발견 당시 주 씨의 집 현관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부인의 침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웃 주민들도 오랫동안 주 씨 부자를 봐왔지만 불화가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증거가 있었는데요. 어떤 증거였죠? 그것은 바로 현장에서 발견된 DNA 유전자 검사 결과 범인은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범인이 아들이 아니거나 공범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심증이 가더라도 사실 DNA만큼 정확한 게 없긴 하잖아요.

◆서창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는데요. DNA 유전자 검사 결과 당시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주시했던 피해자의 아들이 실제로는 친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주 씨는 2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 부인과 별거했고, 이혼 과정은 따로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아들은 재판 과정에서도 숨진 아버지가 자신의 진짜 아버지라고 거듭 강조하였던 것으로 보아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범인인 아들은 도피 생활 8일 만인 3월 7일 서울시 중랑구의 길거리에서 체포되었는데, 이때 검거된 아들이 진술한 범행 이유가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이원화: 어떤 이유였습니까?

◆서창곤: 아들의 진술에 따르면 집에서 카드 대금을 내기 위해 40만 원을 달라고 아버지에게 요구했으나 야단만 맞자 홧김에 흉기로 아버지를 수차례 찔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원화: 단돈 몇십만 원에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다는 게 너무 씁쓸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요.

◆서창곤: 네,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경찰은 호적상 범인과 피해자 주 씨가 부자 관계로 적시돼 있어 존속 살인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으나 검찰은 부자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양아들이 양부를 살해하면 살인죄보다 형량이 더 무거운 존속 살인 혐의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서로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더라도 호적상 부자관계로 등재되어 있어도 법적인 부자관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원화: 그렇다면 살펴볼 부분이 입양을 한 경우에는 존속살해 혐의가 적용 안 되는 거냐 그건 또 아니잖아요. 말씀해 주신 대로

◆서창곤: 네 입양의 경우 존속살해 혐의가 적용 가능한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법적으로 부모, 자식관계는 친생자와 양자 관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때 양아들이 양부를 살해하면 살인죄보다 형량이 더 무거운 존속 살인 혐의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서로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더라도 호적상 부자관계로 등재돼 있어도 법적인 부자관계는 성립하지 않아 존속살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원화: 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형량 차이가 좀 나잖아요.

◆서창곤: 네 살인죄는 존속살해죄보다 형량이 낮습니다. 형법은 살인죄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존속살해죄에 대해서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가해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고 징역 18년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원화: 이 가해자가 40살이 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십평생을 자신의 아버지가 사시는 친아버지가 아니었다라는 걸 모르고 컸다는 거잖아요.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존속살인죄가 적용됐다면 결과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요?

◆서창곤: 존속살해죄가 적용되었다면 재판부에서 피고인의 죄책을 더 무겁게 판단하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