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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없이 살아졌다” 15년째 종적 감춘 살인 피의자, 미궁 빠진 미제 사건

2024.12.20 오후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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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없이 살아졌다” 15년째 종적 감춘 살인 피의자, 미궁 빠진 미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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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20일 (금)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김희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정태근 변호사 (이하 정태근) : 지난 2009년 4월이었습니다. 전북 정읍의 한 이삿짐센터 직원이 행방불명됐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죠. 경찰에 A씨의 실종을 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A씨의 친형과 그의 아내였습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이 연락도 되지 않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A씨와 함께 일하던 친형에게 전화를 했고, 친형 역시 사무실에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죠. 그 이상함이란 사무실 바닥에서 발견된 혈흔이었습니다. 혈흔이 발견된 직후 경찰은 해당 사건을 단순 실종이 아닌 강력 사건으로 즉각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용의자도 특정해 냈죠. 유력 용의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상태. 경찰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던 건 피해자 A씨 역시 그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살인 사건이라면 시신이라도 발견되어야 할 텐데 그 행방을 전혀 알 수 없었죠. 그렇게 속절없이 세월은 흘러만 갔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방법이 없다 단념할 쯤 상황을 뒤집어볼 만한 단서가 발견됐는데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의 사건X파일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희은 변호사 (이하 김희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입니다.

◇ 정태근 : 지난 2009년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전북 정읍의 한 이삿짐센터 직원이 행방불명됐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그런 일이었죠.

◆ 김희은 : 지난 2009년 4월 21일 정읍의 한 화물차 사무실에서 업주 동생이자 직원인 A씨가 사라졌는데요.

◇ 정태근 : 사무실에서는 뭐 나온 게 없었나요?

◆ 김희은 : A씨가 근무하던 화물차 사무실 내 바닥과 화장실에서 사라진 A씨의 핏자국이 여럿 발견되면서 강력 사건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 정태근 : 다량의 혈흔이 발견됐기 때문에 단순 실종으로 볼 건 아닐 것 같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네요.

◆ 김희은 :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피해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피해자 A씨의 승용차 내부에서 한 성인 남성의 지문이 여러 군데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런 정황 등을 고려해 성인 남성을 A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본격화했습니다.

◇ 정태근 : 그래도 바로 특정할 만한 용의자가 있었네요. 누구였습니까?

◆ 김희은 : 용의자 성치영은 화물차 기사였는데요. 피해자 A씨는 도박판에서 속칭 전주 역할을 하던 사채업자였습니다. 사건 초기에는 화물차 업체 직원으로 잘못 보도가 되었던 것이죠. A씨는 이따금 화물차 사무실에 들러 기사들에게 도박 자금을 꿔주곤 했다고 합니다. 성치영에게도 도박 자금을 빌려줬습니다. 성치영은 2009년 4월 20일 전주지방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성치영이 파산 선고를 받을 만큼 빚을 지게 된 이유는 순전히 도박 때문이었습니다.

◇ 정태근 : 그러니까 파산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A씨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니까 살인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봤다는 거죠.

◆ 김희은 : 예, 맞습니다. 성치영은 전주에 있는 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5시 20분에 정읍에 도착했다고 아내에게 알렸습니다. 그런데 성치영이 도착을 알린 지 3시간이 넘게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자 성치영의 아내는 남편을 찾으러 8시 30분쯤에 화물차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실내 전등이 꺼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5시 20분에 정읍에 왔다는 성치영은 그로부터 4시간이 한참 넘은 뒤인 밤 9시 30분에 집에 돌아왔는데 몰골이 이상했습니다. 머리카락과 바지가 흥건히 젖은 데다 옷도 흙투성이여서 마치 흙탕물에서 구른 사람 같았습니다. 게다가 손등에 상처까지 입은 상태였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내는 무슨 일이냐고 걱정스레 물었지만 성치영은 단지 넘어져서 다친 것이라고만 답했습니다. 같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는 줄 알았던 성치영은 집에 돌아온 지 5시간 후인 이튿날 새벽 2시 반에 또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내의 진술에 따르면 처음 보는 흰색 르노삼성 SM3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 성치영은 1시간 뒤쯤 돌아와 다시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 정태근 : 경찰이 곧장 용의자인 성치영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본인은 뭐라던가요?

◆ 김희은 : 경찰은 먼저 피해자의 시신을 찾는 데 주력했는데요. 시신 발견이 늦어진 사이 성치영이 도주해 버렸습니다. 성치영에 대해서도 피해자 실종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했는데 그 시간대에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다고 진술하고 뚜렷한 살해 증거도 찾지 못해 돌려보냈던 것이죠. 2009년 4월 24일 성치영은 정읍 신태인역 앞에서 부인과 3명의 딸들과 만났고, 부안 터미널 근처의 한 모텔에서 숙박했으며 다음 날이자 2차 조사일이던 4월 25일 오전 10시에 헤어졌는데 이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의 아내는 성치영이 2, 3일 머리를 식히고 온다고 해서 현금 10만 원과 체크카드 1장, 양말과 속옷 등을 사주고 헤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성치영은 15년째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 정태근 : 그런데 성치영이 사라졌다는 날짜가 경찰이 이 사건을 강력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간 날짜랑 차이가 있잖아요. 왜 바로 체포하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데요.

◆ 김희은 : 경찰에서도 성치영이 피해자와 빚 문제로 다투다 피해자를 살해했고 시체를 어딘가에 유기했으며 도주 경로를 들키지 않게 하려고 피해자의 차에 다른 차 번호판까지 훔쳐 달았다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아무리 성치영이 범인으로 강력하게 의심되어도 살인범으로 체포할 수는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인데요. 이후 화물차 사무실과 피해자 승용차 안에서 성치영의 지문이 나오자 다시 소환 통보를 했는데 그 사이에 성치영이 도주해 버린 것입니다.

◇ 정태근 : 그러면 피해자 A씨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으니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고 유력 용의자 역시 종적을 감춰버렸다는 건가요?

◆ 김희은 : 맞습니다.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니 경찰에서도 성치영을 살인범으로 체포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 사이 성치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성치영은 정읍에서 민간 방범대원으로 3년간 근무해서 경찰의 생리를 잘 알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되는데요.

◇ 정태근 :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5년이나 지나버렸군요.

◆ 김희은 : 네 그렇게 답보 상태에서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일어난 지 5년 3개월이 지난 2014년 7월 16일 드디어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현장으로 보이는 화물차 회사 사무실에서 불과 3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폐정화조 속이었습니다.

◇ 정태근 : 가족들 입장에서는 어디서든 살아서 발견되길 바랐을 텐데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이 됐군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 김희은 : 현장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백골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백골의 DNA가 피해자 혈흔 속 DNA와 일치해 신원이 밝혀진 것입니다. 사체에는 좌우 갈비뼈 10여 곳의 예리한 흉기에 의한 자창이 있었고, 걸친 옷에서도 흉기에 찔린 자국이 있었습니다.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은 이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확정하고 성치영의 소재 파악에 주력했습니다.

◇ 정태근 : 성과가 좀 있었습니까?

◆ 김희은 : 안타깝게도 성과가 전혀 없었습니다. 경찰은 성 씨가 전신 혈관에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인 베체트병 환자여서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정황을 확인해 건강보험 진료 기록을 뒤지고 카드 사용과 금융 거래 등 디지털 기록을 추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가족들한테조차도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경찰은 성치영이 신분을 세탁해 타인처럼 살거나 다른 나라로 밀항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입니다.

◇ 정태근 : 피해자의 가족들은 공범이 있을 거다 이 부분을 굉장히 강조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볼 만한 부분은 없었습니까?

◆ 김희은 :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피해자는 본래 돈을 꿔준 사람이 많아 원한 관계가 많았고, 피해자는 키 170센티미터, 몸무게 80킬로그램의 거구였고, 성치영은 피해자보다 체격이 작았기 때문에 성치영 혼자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서 공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합니다.

◇ 정태근 : 그런데 이 사건이 공개수배로 전환된 게 제법 이후의 일이더라고요. 이건 왜 그랬던 거죠?

◆ 김희은 : 경찰청 훈련 중 범죄 수사 규칙이 지명 수배, 지명 통보, 공개 수배 요건 등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요. 또 지명 수배에 관한 규칙이 별도로 있습니다. 경찰에서는 처음부터 성치영이 사건에 연루됐을 거라고 보고 수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혈흔만 발견될 뿐이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살인으로 단정하지는 못했고, 또 성치영을 살인 피의자로 단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공개 수배에 가지는 못했고, 또 공개 수배 요건도 기간적인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5년 후 피해자가 시신으로 발견된 후에 그때도 바로 공개 수배를 하지 못하고 2020년이 되어서야 공개수배가 되는데요. 5년이 지났을 때도 이미 굉장히 많은 미제 사건 중에 하나였고 결국은 우선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 정태근 : 결국 이 사건 장기 미제로 남게 됐네요.

◆ 김희은 : 그래도 다른 미제 사건들과는 달리 용의자가 특정된 점이 희망적이기는 합니다. 뒤늦게 해결되는 미제 사건들도 많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국내에서는 1990년 경기 이천시에서 공기총 살인을 저지르고 일본으로 도주했던 피의자가 25년 만에 잡혀 송환된 사건이 있었기도 합니다.

◇ 정태근 : 2009년에 발생해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변호사님 말씀대로 끝까지 사건을 추적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용의자를 찾기만 하면 법적 처벌도 가능한 상황인 거잖아요.

◆ 김희은 : 성치영은 현재 피의자 소재 불명이라는 이유로 기소 중지된 상태입니다. 원한 관계도 존재하고 지문과 당시 상황 등 간접 증거가 성치영이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살인죄로 의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태근 : 사건X파일 오늘은 정읍 화물차 사무실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2, 3일만 머리를 식히고 오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15년째 종적을 감춘 용의자 성치영. 2020년부터 공개 수배 대상자로 지정됐습니다만 여전히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포기해선 안 되겠죠. 수사 당국의 끈질긴 추적 끝에 절대 불가능해 보였던 사건들도 해결되곤 했습니다. 이 사건 역시 잊지 말고 언젠가 성치영의 검거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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