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섭: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임경미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임경미: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임경미 변호사입니다.
◇조인섭: 오늘의 고민 사연은 어떤 내용일까요?
◎사연자: 저는 30대 직장인 남자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이고 남동생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이 많았습니다. 임대 수입만으로도 매달 수천만 원이 들어왔고, 덕분에 저희는 큰 어려움 없이 자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어머니의 건강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아직 일흔도 되지 않았는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혹시 치매가 시작된 건 아닐지 걱정이 커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본인의 재산을 여동생에게 넘기는 건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면서, 나중에 여동생의 몫까지 저에게 증여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요. 여동생이 살아있는 동안 함께 살면서 끝까지 돌봐달라는 거였습니다. 참고로 제 밑에 남동생은 여동생이 장애가 생긴 걸 알게 된 이후에 입양한 아이로, 혈연관계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제가 여동생을 돌보지 않겠다면 재산을 남동생에게 줄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여동생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선뜻 받아들일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동생에게 어머니의 막대한 재산이 넘어간다니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걱정이 하나 더 있는데, 최근 어머니에게 치매가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판단 능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남동생에게 일방적으로 재산을 넘기게 되는 건 아닐지 불안합니다. 이런 경우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돌봄을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는 법적으로 유효한지, 또 치매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재산 처분을 미리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조인섭: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오늘의 고민 사연 만나봤습니다. 사연자분 머릿속이 복잡하실 것 같아요. 장애가 있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 부모는 자녀의 앞날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아마도 그래서 큰아들한테 부탁을 한 것 같거든요. 임경미 변호사는 어떻게 들으셨어요?
◆임경미: 네. 아픈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도 이해가 되고, 자신의 삶도 살아야 하는 사연자님의 사정도 이해가 됩니다.
◇조인섭: 네. 근데 사연을 보면 어머니가 사연자분이 여동생을 돌보는 조건으로, 그러니까 사연자분한테 전 재산을 넘기겠다, 여동생의 재산을 넘기겠다 이런 뜻을 밝히신 상황이에요. 근데 이렇게 돌봄이나 부양을 전제로 한 '증여나 상속' 이게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건지 먼저 살펴봐 주세요.
◆임경미: 네. 사연자의 어머니 경우처럼 자신이 사망하면서 어떠한 약속 이행을 조건으로 재산을 상속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부담부유증'이라고 합니다. 유증은 유언을 통하여 무상으로 재산을 주는 것인데, 여기에 유언자나 또는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어떠한 행위를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남겨진 부모 부양을 조건으로 상속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됩니다. 단, 받은 조건이 재산에 비해 너무 과다하면 문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민법에서는 수증자는 유증 받은 재산의 가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담할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인섭: 조금 주고, 부담은 많이 주고 이런 건 안 된다는 거죠?
◆임경미: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부담 있는 유증을 받은 자는 유증 목적의 가액을 초과하지 않는 한도에서 이행할 책임이 따르고, 한정 승인 등으로 감소되면 그 한도에서는 부담할 의무는 면하게 됩니다.
◇조인섭: 네. 그러면 만약 사연자분이 이런 조건을 받아들였어요. 근데 지금 결혼 생활을 해야 되잖아요? 아니면 또 다른 개인 사정 이런 게 생겨서 동생에 대해서 돌봄하는 것이 예전처럼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그때는 받은 재산 어떻게 되나요?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는 없을까요?
◆임경미: 네. '부담부유증'을 받고 그 부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부담부유증은 취소가 될 수 있습니다.
◇조인섭: 그러니까 받은 거를 다시 뺏어 간다 이런 의미일까요?
◆임경미: 네. 상속인 또는 유언 집행자가 일정 기간을 지정하여 부당 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이 지나도록 부당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상속인 또는 유언 집행자는 법원에 부담부유증 취소 심판을 할 수 있고, 반드시 수증자는 심판 절차에 참가해야 합니다. 심판 결과 부담부유증의 취소가 확정되면, 부담부유증은 상속 개시 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을 잃게 됩니다.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되는 것입니다. 사연자의 경우 남동생이 이를 문제 삼아 취소할 수가 있게 됩니다.
◇조인섭: 네. 그러니까 어머니가 죽은 뒤에 문제가 되는 거니까, 어머니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니까 원래 상속인으로 상속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이 지금 사연자분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한다는 거네요? 근데 지금 상황에서 또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머니한테 치매 증상이 있는 것 같다 라고 하는 의심인데요. 사연자분이 고민하는 사이에 어머니가 재산을 처분해 버릴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임경미: '성년후견인'이나 '한정후견인' 제도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성년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선임된 후견인의 지원을 통해 보호를 받는 것이며, 한정후견인은 성년후견인과는 달리 사물을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의 경우, 마찬가지로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선임된 후견인의 지원을 통해 보호받는 제도입니다. 결국 두 제도의 구분은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인지, 단순히 부족한 정도인지로 지속성과 그 정도가 차이라 할 것입니다. 사연자의 경우 엄마의 치매를 고려하고 있는데, 치매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점을 생각하면 성년후견인 신청이 적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인섭: 네 그렇군요. 실제로 부모님의 인지 기능이 떨어졌는지 여부는 가족 입장에서는 판단하기 쉽지는 않죠. 그러면 법적으로 봤을 때 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임경미: 사연자님의 어머니처럼 자주 있는 일이 생기는 것도 있고, 만약 부모님이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구매하거나 평소와 달리 필요 없는 고액의 상품도 구매하고, 보이스피싱에 쉽게 노출되시거나 평소 잘하던 문 단속이나 가스, 전기 등의 안전 사고에도 노출이 자주 되는 경우라면 해당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구체적인 인지 기능 검사가 있어야 하며, 의무기록, 진단서 및 일상생활 능력에 대한 평가, 가족들의 증언 등 객관적인 자료가 구비되어야 합니다. 법원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부모님을 직접 면접하거나 정신 감정을 하기도 합니다.
◇조인섭: 네.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먼저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돌봄을 조건으로 재산을 남기는 방식은 법적으로 가능한 제도입니다. 다만 그 부담이 재산의 가치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조건을 받아들인 이후에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부담부유증은 취소될 수 있고요. 상속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어머니가 치매 증상이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면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해서 성년후견인이나 아니면 한정후견제도를 미리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인지 장애 여부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의학적인 진단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된다는 거 알려드렸습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임경미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경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