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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인사이트 117회] 작은 배려로 만드는 '치매환자와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

2025.12.31 오후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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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6년 1월 2일 (금) 저녁 10시 20분
□ 담당 PD : 이시우
□ 담당 작가 : 김배정, 김현정
□ 출연자 : 손혜주 (단국대병원 핵의학과 전문의)
□ 방송 채널
IPTV - GENIE TV 159번 / BTV 243번 / LG유플러스 145번
스카이라이프 90번
케이블 - 딜라이브 138번 / 현대HCN 341번 / LG헬로비전 137번 / BTV케이블 152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손혜주: 안녕하세요. 저는 뇌 영상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핵의학과 전문의 손혜주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입니다.

◇박성훈 성우: 서서히 기억을 앗아가 삶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질병 치매. 국내 치매 환자는 2025년 약 97만 명, 2026년에는 100만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치매를 거대한 사회 문제로 바라보는 시점에서 치매로 진단되어도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는데, 치료의 범위를 넘어 사회 전체가 치매 환자의 잔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치매 환자들이 잘 살아가도록 삶의 환경을 만드는 현실적인 돌봄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치매의 이해>
◆손혜주: 우리는 흔히 치매를 삶의 마지막 장면에 놓곤 합니다. 하지만 치매는 한순간의 삶을 종료시키는 병이 아니에요. 뇌 속에 알츠하이머 병리가 쌓이기 시작해도 생각하고 기억하는 기능이 유지되는 기간은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깁니다. 이 시기 동안 특히 초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이웃과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만큼 이 긴 여정 동안 이 병과 함께 최대한 존엄을 지키며 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알츠하이머 발생 원인>
◆손혜주:그럼 치매는 도대체 우리 뇌 속에서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요? 알츠하이머병은 뇌 안에 아밀로이드나 타우 같은 나쁜 단백질이 잘못 접히고 엉키면서 조용히 시작됩니다.처음에는 신경세포 하나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뇌 전체로 확산되죠. 저희 핵의학과에서는 치매의 원인인 아밀로이드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아밀로이드에 잘 달라붙는 방사성 물질을 환자에게 주사하고 PET 카메라로 촬영하는 거죠. 그러면 아밀로이드가 많은 부분이 섭취가 증가하는 아밀로이드 PET 영상을 얻게 됩니다. 자 여기 화면에 보시면 정상인의 영상은 겨울 나무 가지처럼 안쪽 백질의 뼈대만 앙상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뇌는 어떨까요? 백질뿐 아니라 바깥쪽 회색질까지 아밀로이드가 가득 찬 모습입니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이 섭취의 강도와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며 사후 부검 결과와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가 흔히 치매라고 하면 곧바로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리시죠.

사실 치매는 매우 다양한 질병을 포괄하는 단어입니다. 물론 알츠하이머병처럼 아밀로이드가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타우·TDP43·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등 다른 단백질이 문제를 일으키는 치매도 상당합니다. 문제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이름 그대로 오직 아밀로이드만 찾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억력은 멀쩡한데 갑자기 성격이 딴 사람이 되거나 충동 조절이 어려워지는 전측두엽 치매라는 병이 있습니다. 이 병은 아밀로이드가 아닌 타우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하면 결과가 깨끗하게 정상으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백한 치매 증상이 있는데 아밀로이드 PET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아 다행이다. 치매가 아니구나’ 하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아밀로이드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겠구나 하고 적극적으로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 거죠.또 알츠하이머 병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가 기억력만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환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죠. 어떤 분들은 유독 길눈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어떤 분은 물건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말이 잘 안 나오기도 합니다.

<알츠하이머 증상이 다른 이유>
◆손혜주: 왜 같은 알츠하이머병인데 이렇게 증상이 다를까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타우 PET 검사인데요. 아밀로이드가 병을 시작하게 만드는 불씨라면 타우는 그 불이 번져 나가면서 실제로 뇌 세포를 망가뜨리는 불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타우가 뇌 안에 어느 위치에 어느 모양으로 쌓이는지를 살펴보면 환자분이 왜 그런 증상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령 시각적인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 유독 어려운 환자의 경우 타우 PET에서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시각 연합 중추 근처인 후두엽 뒤쪽 뇌에 타우 섭취가 집중적으로 높아져 있고,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에 먼저 문제가 생기면 측두옆 옆쪽 뇌에 타우가 많이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치매 환자와 가족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걸 이야기해 볼게요.

알츠하이머 병의 첫 신호인 아밀로이드를 측정하는 PET 검사로 치매를 얼마나 일찍 발견할 수 있을까요? 드물지만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분들은 부모님이 치매에 걸린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본인도 발병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예상 발병 나이를 미리 가늠할 수 있죠. 따라서 이분들을 연구하면 치매의 발병 훨씬 이전에 뇌 변화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의학 저널 ’NEJM’에 실린 이 연구 결과는 매우 놀랍습니다.치매 예상 발병 시점으로부터 24년 전, 20년 전, 15년 전, 10년 전, 5년 전, 그리고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을 무렵과 그 이후 5년 뒤까지 각 시기에 뇌 안에 아밀로이드가 얼마나 어느 부분에 쌓여가고 있는지를 한눈에 훤히 보입니다. 핵심은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을 느끼기 훨씬 전 약 15~20년 전부터 이미 뇌 속에서는 아밀로이드의 씨앗이 조용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밀로이드가 처음 쌓이기 시작했다고 바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치매 증상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매우 긴 시간을 걸쳐 서서히 변합니다.
뇌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같은 치매 병리 물질은 쌓이지만 아직 인지 기능은 정상인 단계, 이 무증상 아밀로이드 양성이라고 부르는 구간은 수 년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정상인도 나이가 들면서 아밀로이드가 쌓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통계적으로 보면 아무 증상이 없는 건강한 분들 중에서도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했을 때 50대는 약 10%, 70~ 80대는 20~30% 정도가 양성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무증상 시기에 아밀로이드 양성 진단을 받는다고 꼭 당장 치매를 선고받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뇌 속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변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미래에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강력한 경고 신호입니다.

그런데 이 치매로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다른데요. 어떤 요인들이 속도에 영향을 줄까요? 먼저 치매의 진행을 더 빠르게 만드는 일종의 가속 배달 역할을 하는 요인들이 있습니다.어떤 것들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계시거나 APOE e4 유전자를 타고 난 경우가 그렇죠 또 고혈압·당뇨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흡연을 계속하는 것은 우리 뇌혈관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일입니다. 뇌도 깨끗한 피가 잘 통해야 제 기능을 하는데 이걸 방해하면 치매가 훨씬 빨리 진행됩니다. 또 알츠하이머병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다른 뇌 질환까지 겹친다면 뇌가 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더 빠르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동일한 양의 아밀로이드와 타우 병리가 쌓여 있더라도 평소에 꾸준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 오신 분들은 뇌에 마치 든든한 비상금을 저축해 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회복탄력성이 높은 분들은 뇌가 병리적 손상을 잘 견뎌내어 임상 증상이 훨씬 늦게 나타납니다. 그럼 무증상 아밀로이드 양성 환자가 걸어갈 수 있는 세 가지 길을 함께 따라가 볼까요? 첫 번째는 느린 길입니다. 뇌에 아밀로이드는 쌓여 있지만 타우나 신경세포 손상은 아직 없는 가장 안정적인 단계입니다. 특히 위험인자 부담이 낮을수록 이 느린 길은 더 길어지고 많은 분들이 5~10년 동안 인지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중간 길입니다. 중간길은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발견되었지만 타우가 뇌 전체가 아닌 기억을 담당하는 내측 측두엽 옆쪽 뇌에만 국한된 초기 단계입니다. MRI상 뇌 위축은 거의 없습니다. 이 그룹은 5년 이내에 약 20~30%가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빠른 길입니다. 이 경로는 가장 주의가 필요한데요. 아밀로이드는 물론 타우가 뇌의 바깥쪽 신피질까지 넓게 퍼져 있고 뇌의 위축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실질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에 매우 가깝죠.3~4년 이내의 절반 이상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빨리 병원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치매 예방 가능성>
◆손혜주:그럼 치매는 정말 예방 가능할까요?치매가 예방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사람은 줄고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질수록 치매 환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 등 고소득 국가에서는 연령 조정 치매 발병률이 약 25% 감소했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치매가 더 자주 생기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은 마을과 어린이가 많은 마을을 그대로 비교하면 공평하지 않겠죠. 연령 조정 치매 발병률은 이러한 나이 구조의 차이를 반영하여 같은 나이대에서 새롭게 치매에 걸리는 비율을 공정하게 계산한 수치입니다. 이는 단일 치료제만으로는 결코 도달하기 어려운 놀라운 성과로 치매 예방을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병리저항성과 회복탄력성>
◆손혜주: 그럼 왜 어떤 뇌는 치매를 이겨낼까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저항성과 회복탄력성의 비밀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병리저항성입니다. APOE e4 유전자나 고령 같이 치매로 가는 위험 요인을 잔뜩 가지고 있어 사실은 오른쪽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병리저항성이라고 함은 물살을 거스르듯 뇌 안에 병리 물질 자체가 쌓이지 않게 막아냅니다. 회복탄력성은 뇌 안에 치매 병리 물질이 가득 쌓였음에도 임상적 치매로 가는 오른쪽 방향의 물살에 거슬러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는 힘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두 방향에서 모두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병리저항성을 키워 병리 물질이 애초에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 다른 하나는 회복탄력성을 키워 병리가 있어도 인지 기능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이 두 힘이 함께 작동하면 치매로의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습니다.그럼 병리저항성과 회복탄력성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둘 다 치매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방식이 다릅니다.병리저항성은 몸을 쓰는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주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뛰는 중강도 운동, 하루 7시간 안팎의 충분한 수면이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는 속도를 늦춥니다. 반면 회복탄력성은 친구와 만난 수다를 떨고 새로운 책을 읽고 낯선 것을 배우는 것과 같은 지적 사회적 경험을 통해 키워집니다. 치매 영상 진단 전문의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뇌를 들여다본 저의 경험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리저항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아 누구나 본인의 뇌가 병리 자체가 없는 깨끗한 상태이길 원하지 치매 병리 물질이 쌓여 있지만 다행히 증상만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나이가 들수록 병리 자체를 완벽히 막는 것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는 병리를 완전히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며 이 지점에서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나이에 따른 치매 예방 방법>
◆손혜주: 그럼 지금 내 나이에서 바꿀 수 있는 알츠하이머 회복탄력성의 열쇠는 무엇일까요?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의학저널 란셋의 상설 치매 위원회는 전 세계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삶에서 개선할 수 있는 14가지 위험 요인을 선정했습니다. 이 말은 전 세계 치매의 약 45% 거의 절반이 잠재적으로 예방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지금 내 나이에서 바꿀 수 있는 알츠하이머 회복탄력성의 열쇠는 무엇일까요? 각 연령대마다 제일 중요한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내 나이에 맞춰 집중해야 할 치매 예방 요인을 먼저 관리하면 효과적입니다.

10대 청소년기에는 학교 교육 기간을 늘리고 학습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성인기 인지 예비력의 토대가 되고 전체 치매의 5%나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아동기에 사회 경제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0~30대 청년기는 배우자를 만나고 사람 관계에 집중하는 시기죠. 이 시기에는 스트레스나 우울에 취약한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인지 자극이 적은 단순 반복적인 업무 환경에 노출되면 향후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때는 새로운 기술을 하나씩 배우며 인지적 도전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40대 초기 중년기는 머리 사고 예방과 대사성 질환과 관련된 생활 습관이 핵심입니다. 머리 외상은 40대의 중요한 치매 예방 인자인데요. 전직 프로 축구 선수 7,600명을 일반인 23,000명과 비교한 연구에서 축구 선수들의 치매 발생이 약 3.7배 높았고, 특히 헤딩이 잦은 수비수 선수 생활 15년 이상인 선수들에서 가장 컸고요. 골키퍼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또 40대 흡연, 음주, 불건강한 식사와 같은 먹고 마시는 습관은 50~60대의 대사 위험으로 직결됩니다. 50~60대는 가장 많은 항목이 몰려 있어 집중 관리가 필요합니다. 청력 손실과 LDL 콜레스테롤 상승이 7%·우울증이 3%·신체 활동 부족·고혈압·당뇨가 각각 2%입니다. 이 시기에 청력 저하가 있을 때는 검사를 받고 보청기 같은 조기 개입을 주저하지 마세요. 주 당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주 이틀 근력 운동을 잘 챙기시고 지질·혈압·혈당 수치도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과도한 야근이나 통제감을 느끼기 어려운 업무 환경이 주는 직무 스트레스도 이 시기에 중요한 치매 위험 요인입니다. 70~80대 이후에는 관계·감각·환경이 중요 키워드입니다. 사회적 고립이 5%로 가장 크고 대기 오염이 3%·교정되지 않는 시력 저하가 2%를 차지합니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
◆손혜주: 자 이제는 우리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삶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연구를 시작하면서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우리 모두가 그저 생물학적 시스템일 뿐이라면 치매 병리가 쌓이면 당연한 인과관계로 치매가 발병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영어로 ’Human Being’이라고 하죠.단순한 생물학적 시스템 이상의 존재일 거라고 믿기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제각기 경험하는 삶의 경험 변수들이 이 인과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거라고 가정했습니다.그리고 저희는 아주 놀랍고 희망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전자라는 강력한 운명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분들이 분명히 존재했던 겁니다. 이 기적 같은 분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그들은 인지적으로 더 활발하게 머리를 쓰고 사회적으로 주변과 잘 연결된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특히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협력적이고 이타적인 태도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 중에서 치매를 늦추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성실한 삶의 태도였습니다.

<치매의 정의>
◆손혜주: 자 그럼 이제 우리 현실 세계의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 안에서 이런 회복탄력성의 요소가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 살펴볼까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먼저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부터 짚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치매라는 단어를 너무 익숙하게 쓰고 있습니다.한자로 보면 어리석을 치(痴)자와 어리석을 매(呆) 자를 쓰죠? 병명 자체에 낙인이 찍혀 있는 셈입니다. 일본은 2004년부터 낙인적 표현을 버리고 인지증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대만 역시 2001년부터 실지증이라는 표현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국도 2012년에 뇌 퇴화증으로 바꾸자는 국민 공모를 진행했지만 아직 공식 명칭 변경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치매’라는 명칭을 쓰고 있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아직 사회적 의학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입니다.

<일본 마치다시 D-카페>
◆손혜주:화면에 보이는 이 지도, 이게 어디 지도일까요? 바로 일본 마치다시의 D-카페 지도인데요. 일본에는 유명 커피 체인점에서 운영하는 특별한 공간 바로 D-카페가 있습니다.여기서 D는 Dementia 치매, Diverdity 다양성, Dear 친밀감을 뜻합니다. 이 카페의 출발점은 치매가 있어도 여전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당연한 욕구를 인정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랑 그 가족이라면 누구나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매장 곳곳에는 치매와 관련된 안내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때로는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 직접 직원이 되어 음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회복탄력성의 요소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이타적 협력이 카페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일본 전역에는 이런 치매 카페가 2022년 기준 약 8,100개나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문이 틀리는 레스토랑>
◆손혜주: 그럼 이제 주문이 틀리는 레스토랑에 함께 가보실까요? 사실 이 식당은 일본 도쿄에서 팝업 형태로 가끔 열리는 미스테이큰 오더 레스토랑 (The Restaurant of Mistaken Orders)입니다. 레스토랑에 가면 입구 한쪽 벽에 운영 방식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저희 종업원은 모두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가끔 실수를 할 수 있어요. 그 대신 어떤 메뉴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하고 맛있는 요리들로 준비했습니다.’ 놀라운 건 손님들이 그 실수를 불편해하기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경험으로 즐긴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비밀은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종업원들이 보다 쉽게 기억하고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심한 환경 설계에 있습니다. 메뉴를 피자·함박·스테이크·물만두처럼 2~3가지로 단순화하고, 하루 4시간의 짧은 근무 시간, 자원봉사자의 티 나지 않는 조용한 지원으로 치매 친화적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예기치 못한 실수가 발생해도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이곳에는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 나온 회복탄력성을 높여 치매 발병을 늦추는 삶의 경험 요소인 성실성과 이타적 협력 요소가 녹아져 있습니다.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출근하고 일을 하면서 역할과 목표를 갖고 손님과 동료에 대한 책임감을 기대받습니다.그 과정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자존감을 회복합니다.

<우리나라의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
◆손혜주: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물론 국내에서도 D-카페와 같이 치매 어르신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했을 때 그 수가 아직 적고, 일본처럼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일상적인 공간보다는 배움이나 소통을 위한 별도의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주문을 틀리는 레스토랑과 같은 모델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치매 커뮤니티 차이 이유>
◆손혜주: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우리는 그 배경에 있는 시스템과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주목해야 합니다. 일본의 주문을 틀리는 레스토랑이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거는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탄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재정 지원, 그리고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만큼 자원봉사자가 그림자처럼 지원하는 철저한 백업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시스템으로 뒷받침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 인프라 구축을 특정 계층만을 위한 특혜나 복지로 볼 것이 아니라 유니버설 디자인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손혜주: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가장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취약한 이들을 위한 디자인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롭다는 철학입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진행했던 ‘치매 힐링 디자인 프로젝트’는 환경 개선이 초기 치매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80%까지 향상시키고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 사고를 24% 감소시킨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치매 친화적 환경 구축은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사회 기반 투자입니다.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고 그 과정에서 누구든 치매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것이 곧 삶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치매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 삶의 환경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충분히 늦출 수 있고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손혜주: 의학이 닿지 않는 곳을 채우는 오늘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돌봄은 무엇일까요? 저는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 증상이 심해져 요양이 필요하기 전까지는 다양한 사회 참여와 기회를 제공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정리하는 일 정도는 초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거든요.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 그 시작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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