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러 핵 통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뉴스타트 조약이 결국 종료되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온 핵 억제 체제가 무너졌습니다.
경제적 한계와 위상 추락이라는 벼랑 끝에 몰린 러시아가 역설적으로 비용이 싼 핵무기에 사활을 거는 위험한 도박에 나설 우려가 커졌습니다.
권영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러시아에게 '뉴스타트'는 미국과 똑같은 숫자의 핵무기를 유지하며 초강대국의 지위를 인정받게 해준 마지막 자존심이었습니다.
조약이 종료되면서 압도적인 경제력을 가진 미국을 홀로 상대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 크렘린궁 대변인 : 불과 며칠 안에 세계는 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겁니다.]
여기다 민생 예산을 군비에 쏟아붓는 전시 경제 체제 속에서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양적 경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다릴 킴볼 / 미국군축협회(ACA) 사무국장 : 이제 미·러 양국뿐만 아니라 무섭게 핵전력을 증강 중인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위험한 '3자 핵 군비 경쟁'의 문이 열리게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정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러시아에 무제한 군비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제적 빈곤이 러시아를 더 위험한 '핵 도박'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재래식 군사력 복구 대신, 적은 비용으로 공포를 극대화하는 '핵 비대칭 전략'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약 만료로 감시의 눈길마저 사라진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핵을 언제든 실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다리아 돌지코바 /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USI) 선임연구원 : 뉴스타트를 대체할 협상도 없는 상황에서 양측 간 이러한 중대한 전략적 현안에 대한 소통 단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핵 동반자'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러시아에 핵은 강대국의 훈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일 수 있습니다.
통제 불능의 시대를 맞은 핵무기가 다시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실질적인 공포가 됐습니다.
YTN 권영희입니다.
영상편집 : 임현철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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