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네팔을 덮친 갑작스러운 홍수,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는 빙하가 배경으로 꼽힙니다.
이번 참사가 어쩌면 더 큰 '기후위기의 서막'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데요.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 빙하가 빠르게 줄고 있는데요.
특히 네팔이 속한 고산 아시아의 빙하 감소량이 가장 컸다고요?
[기자]
네, 최근 빙하 감소량을 보면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올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4천80억 톤의 빙하가 사라졌는데요.
손실이 가장 컸던 6개 해가 모두 최근 7년 안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네팔이 속한 고산 아시아에서 빙하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는데요.
지난해에만 약 880억 톤이 사라져 전 세계 빙하 지역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히말라야에서는 빙하가 녹는 속도가 과거보다 두 배가량 빨라졌다고요?
[기자]
네, 최근 해외 연구진이 40년 동안 히말라야 주요 빙하 650개를 추적했는데요.
2000년 이후에는 빙하가 녹는 속도가 그 이전보다 두 배가량 빨라졌고, 이런 변화가 2천km에 달하는 히말라야 전역에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올해 말에는 매우 강한 엘니뇨가 발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죠. 이미 뜨거워진 지구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요?
[기자]
네, 통상 열대 태평양의 수온 편차가 2도를 넘으면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는데요.
올해 말에는 이 편차가 3도에 육박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역대 가장 강한 수준의 엘니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히말라야 빙하 감소와 직접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강한 엘니뇨가 발달하면 열대 태평양의 열이 대기로 방출되면서 전 지구 기온을 끌어올리는데요.
과거에도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때마다 이듬해 전 지구 기온이 크게 뛰는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이미 뜨거워진 지구에 강한 엘니뇨까지 더해지면 내년 전 지구 기온이 다시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기온이 오르면 고산지대에서도 눈 대신 비가 내리는 경우가 늘 텐데요.
빙하가 녹는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요?
[기자]
네, 기온이 오르면서 높은 고도에서는 눈으로 내리던 강수가 비로 바뀌는 현상이 늘고 있는데요.
눈은 쌓이면서 빙하를 보호하고 얼음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지만, 비는 쌓여 있던 눈을 녹여 빙하 손실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온이 오르면 빙하뿐 아니라 얼어 있던 산 자체도 약해질 수 있다고요?
[기자]
네, 고산지대에는 암석 틈까지 얼음으로 채워진 곳이 많은데요.
기온이 오르면 이 얼음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암석의 균열이 점점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땅속이 2년 이상 얼어 있는 '영구동토'까지 녹으면 암석 사이를 붙잡던 얼음도 사라지면서 산비탈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빙하 붕괴는 규모 5.2에 해당하는 진동을 만들 정도로 충격이 컸는데요.
이 정도면 얼마나 큰 충격인가요?
[기자]
네, 처음에는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관측됐을 정도로 강한 진동이었습니다.
이후 분석 결과 실제 지진은 아니었고,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만들어진 진동이 규모 5.2 수준으로 추정됐습니다.
규모를 가늠해보면, 2016년 경주 지진이 규모 5.8이었는데요.
물론 실제 지진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큰 규모의 움직임이 지진계에 포착됐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빙하가 녹으면서 이런 빙하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고산 아시아 전역에서 확인된 빙하호만 3만1천 개가 넘는데요.
전체 면적은 서울의 3배가 넘고, 위성영상으로 보면 히말라야의 빙하호 면적도 과거보다 5.5% 정도 넓어졌습니다.
빙하가 녹고 뒤로 물러난 자리에 새로운 호수가 생기거나 기존 호수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빙하호가 커지면 그만큼 돌발홍수 위험도 커질 수 있는 거죠?
[기자]
네, 산사태나 빙하 붕괴로 거대한 얼음과 암석이 호수로 떨어지면 욕조에 큰 돌을 떨어뜨렸을 때처럼 물이 크게 출렁이면서 밖으로 넘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 제방까지 무너지면 막혀 있던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하류에 돌발홍수를 일으키는데요.
실제 고산 아시아에서는 1833년 이후 700건 정도의 빙하호 붕괴홍수가 기록됐습니다.
[앵커]
과거에도 이번처럼 대규모 붕괴가 홍수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나요?
[기자]
네, 2021년 인도 히말라야의 차몰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2천700만㎥에 달하는 암석과 빙하가 한꺼번에 무너져 계곡을 따라 쏟아져 내려왔는데요.
붕괴 충격은 160km 넘게 떨어진 지진계에서도 포착될 정도였습니다.
이 붕괴가 거대한 토석류와 홍수로 이어지면서 200명 넘게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앵커]
이번 네팔에서도 붕괴 당시 강한 지진 신호가 포착됐는데요. 이걸 이용해서 홍수를 미리 예측할 수는 없었던 건가요?
[기자]
네, 우선 지진 신호가 포착됐을 때는 이미 빙하 붕괴가 시작된 뒤였습니다.
또 이런 진동은 지진계 신호만으로 원인을 바로 구분하기 어려운데요.
홍수가 퍼지는 속도도 빨라 일부 지역에서는 불과 30분 만에 수위가 9m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결국, 관건은 이런 붕괴 신호를 얼마나 빨리 구분해서 홍수 경보로 연결하느냐인데요.
최근에는 빙하호의 수위와 제방의 움직임, 빙하 붕괴와 하류의 물 흐름을 함께 파악하고, AI로 지진파를 분석해 일반 지진과 빙하·암석 붕괴를 자동으로 구분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앵커]
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히말라야 빙하는 얼마나 더 줄어들게 될까요?
[기자]
네, 온난화를 얼마나 억제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네팔에 본부를 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 연구진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에서 2도 사이로 막더라도 2100년에는 빙하 부피가 30∼5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세기 말 남아 있는 빙하 부피는 20∼4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앵커]
결국, 이런 재난 자체를 막기 어렵다면, 얼마나 빨리 위험을 알아채고 대비하느냐가 피해 규모를 좌우할 수 있겠네요?
[기자]
네, 지난해 스위스 블라텐에서는 암석과 빙하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마을 대부분이 매몰됐지만, 사망자는 1명에 그쳤습니다.
붕괴 전 이상 징후를 포착해 주민 약 300명을 미리 대피시켰기 때문인데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는 재해 위험을 '위험'과 '노출', '취약성',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합니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고 산이 무너지는 위험 자체를 당장 없애기는 어렵지만, 조기경보와 대피로 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도로와 교량, 주거시설 같은 기반시설을 강화해서 '취약성'을 낮추면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대응 능력에도 국가별 격차가 크다는 건데요.
관측과 조기경보, 재난에 강한 기반시설을 얼마나 갖췄느냐에 따라 같은 기후재난도 피해 규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또 다른 '기후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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