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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안보이야기-4] 여성의 군 복무에 관한 이설(異說)

2016.04.04 오후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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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안보이야기-4] 여성의 군 복무에 관한 이설(異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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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노르웨이의 19살 이상 여성은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1년 간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노르웨이 국방장관인 에릭센 쇠레이데(Eriksen Søreide)의 여성 의무복무제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자. “가장 뛰어나고 의욕적인 이들을 군에 데려올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유럽 주요국의 국방장관은 여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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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안보이야기-4] 여성의 군 복무에 관한 이설(異說)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징병제를 폐지하고 직업군인제로 옮겨가는 추세와 달리 노르웨이가 징병제를 고수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의 천국답게 그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노르웨이의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스웨덴(44.7%) 다음으로 2위(39.6%)이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16.3%(19대 국회 기준)로 세계 88위이다.

현재 여성을 징집하고 있는 나라는 10여 개 국가 정도다. 북한·이스라엘·쿠바, 그리고 수단·차드 등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북한은 17살부터 보병 5년, 특수부대 7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쿠바의 경우 남성과 마찬가지로 2년간 복무하고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부터 여성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모병제인 미국은 전체 병력 중 15%인 21만 명이 여군이며 프랑스의 여군 비율은 13%(25,000명)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여군은 2만8,000여명(4.4%) 정도다. 한국군에서 여군의 참여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육군의 보병 소대장과 특전대원에서부터 해군의 전투함요원, 공군 전투조종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전투병과에 여군이 진출해 있다. 공군 조종사들의 전투기량을 측정하는 공중사격대회에서도 여성이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다. 이렇듯, 여군의 재평가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이다. 1998년 미국 방위정보센터는 “남녀 특성이 아니라 개인 역량에 의해 관리·평가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정했고,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중동 지역 등에 여군이 실전 투입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여성 군 복무 필요성에 관한 논설은 조선시대부터 있어 왔다.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은 “서북 지방의 여자들은 매우 건강하고 민첩하니, 이들에게 포를 쏘는 연습을 시켜 성(城)을 지키게 한다면 남자 병사만 못지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출처: 송자대전(宋子大全) 제131권 잡록편).

전통적으로 체력과 사회적 역할이 좀 더 군대에 적합한 남성들이 징집되고, 여성은 가정과 아이를 돌보는 존재로 보호받는 개념이 정착해 있다. 그러나 전쟁 중 병력 소모가 커지자 여성들이 총을 주고 싸운 역사는 적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영국은 1941년 12월부터 여성을 상대로 징병제를 실시했다.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3년 9월 당시 영국 여군은 45만 명을 웃돌아 영국군의 9.4%가 여성이었다. 영국군 열 명 가운데 한 사람은 여자였던 셈이다. 공군에서는 여군 비율이 한때 16%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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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의 안보이야기-4] 여성의 군 복무에 관한 이설(異說)

2차 세계 대전의 분기점이 됐던 독일-소련과의 전쟁 당시 소련은 붉은 군대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여성 인력을 동원했다.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기습 공격을 받자 소련 정부는 자녀 없는 여성을 징집 대상으로 삼는 법령을 공표했다. 소련 여군은 1943년 말에 100만 명에 이르렀고, 정규군의 8%를 차지했다. 소련의 한 참전 군인은 훗날 인터뷰에서 “여군들이 이성으로 보이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당신은 누이를 이성으로 보겠느냐?”라고 불쾌해 했다고 한다. 당시 소련군에는 저격수나 전차병같은 전투 병과에서 실전 활약하여 유명한 여군들까지 있었는데, 전투에서 부상당한 대대장을 대신해서 전차 대대를 지휘했던 소련군 알렉산드라 사무센코 대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매년 4월 첫째 금요일을 예비군의 날로 지정해 놓고 있다. 때맞춰 “전역한 여군을 예비전력(reserve power)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군 당국이 검토하고 있다”는 YTN 보도(2016년 4월 1일자)가 있었다. 군 전력은 크게 현역인 상비전력과 예비전력으로 구분한다. 국방연구원 정원영 박사의 논문 『국방여건 변화에 따른 예비전력 정예화 방안』 에 따르면 “전쟁(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현역인 상비군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 상당수의 예비군을 동원해야 한다”고 한다. 전시에는 공익요원이나 제2국민역 등을 소집하고, 입대 연령이 된 모든 장정도 징집한다. 그런데 보통 부대는 전체 구성원의 30% 정도가 부상이나 전사를 당해 작전에 참가하지 못하면 와해된 것으로 보고 임무를 다른 부대에 넘기고 후방으로 빠져 나와 재편성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예비전력’이다.

이 예비전력을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가 바로 이스라엘이고, 그 핵심조직이 바로 현역과 예비군으로 이루어진 방위군(IDF: Israeli Defense forces)이다. 이스라엘에서 현역군은 유사시 초동 대처를 하거나 부대 근무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예비군은 즉시 동원돼 적을 격퇴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스라엘의 모든 예비군은 일 년에 한번 1주일짜리 동원훈련을 받고, 3년에 한번 한 달 동안 실제 작전에 투입시킨다. 주요 군사작전에 나설 경우 예비군을 사전에 동원시킨다는 의미다. 2008년 12월 가자 지구 침공작전(Gaza War)이 대표적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스라엘은 모든 성인이 매달 소득의 0.3% 내에서 ‘국방세’(defense tax)를 낸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마련해 놓은 것이 바로 ‘안보기금’이다. 우리의 ‘복지기금’처럼 말이다. 그 예산에서 예비군을 동원했을 때 하루 평균 30만 원 정도의 경비를 지급한다. 미국 역시 한미 합동 군사연습인 독수리연습 등을 할 때 예비군을 포함시킨다. 아프가니스탄 혹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다수의 미군과 지난 1992년 캄보디아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창설됐던 유엔 캄보디아과도행정기구(UNTAC)내 PKF(평화유지군)으로 활동했던 미군의 상당수가 예비군이었다.

만일 대한민국이 누란지위(累卵之危)에 처했을 때 필요한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어디까지 일까? 전쟁발발에 대비해 군에 군사작전을 수행할 작전계획이 있다면, 정부에는 전시행정을 수행할 비상대비계획(충무계획)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충무계획에 따른 단계 중 ‘충무2종’(전쟁위협이 농후한 단계)에서 동원령이 가능했던 제도를 ‘충무3종’(전쟁징후가 증가한 단계)에서도 부분 동원이 가능하도록 국가전쟁지도지침 등 관련 규정을 수정했다. 충무3종과 충무2종은 각각 군사대비태세 단계인 ‘데프콘3’와 ‘데프콘2’에 상응하는 전시전환 단계다. ‘충무1종’ 사태는 전쟁 임박(데프콘1) 혹은 전쟁수행 단계에서 선포된다.

지난 2016년 1월 27일 일부 개정된 민방위 기본법 제26조(동원) ①항에는 “국민안전처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민방위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 민방위를 위하여 민방위대의 동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동원을 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분이 바로 헌법 제76조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76조 2항에서 동원령을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대통령은)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중대한 교전상태’이다. 헌법이 중대한 교전상태 일 때 만 대통령이 동원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으니 우리는 중대한 교전이 있기 전에는 예비군을 동원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사전 대비태세와는 그 준비단계에서 크게 미흡하다. 요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 질 것이라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는 2022년 남성 군 입대자가 25만 명이 채 안될 것이라는 피할 수 없는 미래의 현실을 미리 목도해야 한다기에 하는 소리다.

정치선임데스크 김주환 [kim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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