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에서는 생필품을 사러 나가기 어려운 고령자를 일컫는 '쇼핑 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쇼핑 난민이 전국적으로 무려 6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우리도 더는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입니다.
도쿄에서 최명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40년 전 뉴타운으로 조성된 아이치 현 가스가이 시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주민 500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을 넘습니다.
단지 내에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이 없습니다.
5년 전 유일하게 남아있던 슈퍼마켓이 채산성 악화로 문을 닫은 이후 장을 보기 위해서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도심까지 나가야만 합니다.
[주민(86세) :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안 다녀서 물건 사기가 너무 힘듭니다.]
[주민(84세) : 장은 거의 못 봅니다. 외출하지 않습니다.]
생필품을 사러 나가기 어려운 고령자를 일컫는 '쇼핑 난민'은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필품과 먹거리를 실은 미니 트럭을 개조한 만든 이동 슈퍼마켓이 도쿄 도심 신주쿠 주택가에 나타나자 노인들이 몰려듭니다.
500m 정도 거리에 슈퍼마켓이 세 군데나 있지만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게 엄두가 안 나 일주일에 두 번씩 오는 이동 슈퍼마켓을 기다리는 겁니다.
[도쿄 시민(73세) : 가게에 가려고 해도 등이 아파서 안 됩니다. 걷는 게 무리입니다.]
고령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난 2012년 미니 트럭 2대로 사업을 시작한 이 이동 슈퍼마켓은 전국 27개 지역에서 100여 대의 차량을 운영할 만큼 급성장했습니다.
[이동 슈퍼마켓 관계자 : 도심에 쇼핑 난민이 계시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꽤 오십니다.]
일본에서 쇼핑 난민은 무려 60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무료 쇼핑 버스를 지원하고 자원봉사자가 생필품 구매를 대행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가팔라지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최명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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