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와보는 곳도 아닌데 라스베이거스는 들어가는 길에서조차 흥분을 만들어 낸다. 처음이건 그렇지 않건 중요하지 않다.
놀이공원에 가는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집대성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인 셈이다.
돈 없어도 볼 건 많지만, 돈 없으면 왠지 우울해지는 철저한 양면성을 가진 도시.
이번에 숙박한 유서 깊은(?) 플라멩고 호텔에는 진짜 홍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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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키워드⑧] 라스베이거스, 진짜는 없는 거대한 신기루]()
먹이로 길들여져 있는지 날개 사이에 핀을 박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곳 홍학은 닭처럼 날기를 포기한 것 같다.
배부르고 등 따듯하면 날기를 거부하는 건 홍학도 마찬가지인가. 그만큼 홍학들도 라스베이거스를 좋아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인구 200만이 넘는 이 도시는 사막에 도박장을 급조한 것 같지만 실은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도시의 성장에는 두 번의 계기가 있는데 한번은 1920년대의 공황에서 비롯된 후버댐 공사다.
실업자 구제 정책으로 시작된 후버댐은 사막뿐이던 라스베이거스에 오아시스를 만든 것과 같아서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성장하는 바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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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키워드⑧] 라스베이거스, 진짜는 없는 거대한 신기루]()
두 번째는 역시 마피아의 자금이다.
플라멩고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 ‘벅시’의 호텔이다.
호텔 이름마저 애인의 애칭을 따온 이곳은, 메마른 사막의 땅 라스베이거스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증명하는 산 역사나 다름없는 곳.
본명이 벤자민 시걸바움인 벅시는 마피아였지만, 유대인답게 경제흐름을 보는 눈은 정확했던 모양이다. 황무지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호텔 건설을 추진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나온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레인맨’ 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로드무비인 이 영화에서도 플라멩고 호텔을 비롯한 라스베이거스의 30년전의 모습이 보인다. 마치 서울의 30년전 모습을 보는 것처럼 신선했다.
이러나 저러나 벅시는 호텔 완공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총 맞고 죽었으니, 라스베이거스를 일으킨 마피아의 최후로서는 그림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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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그냥 이 호텔 저 호텔 구경만 다녀도 며칠은 훌쩍 흘러간다.
카지노에는 시계와 거울, 창문이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몇 시인지 알 필요 없으니 정신없이 놀게 만들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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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술 더 떠 밤의 도시인 이곳의 호텔 내부는 대낮을 옮겨놓은 듯하다.
한마디로 밤에 잠을 자기가 어렵다. 어쩌면 밤에 잠을 잔다면 이 도시를 즐기는 게 아니다.
하늘의 푸른빛은 햇볕이 아닌 조명이다. 모든 게 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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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 시내에 있는 운하를 오가는 배를 옮겨놓은 곤돌라는 신혼여행으로 왔다면 타볼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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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지만,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예술의 도시이자 컨벤션의 도시이다.
이름도 다 못 외울 정도의 쇼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벨라지오의 분수쇼와 미라지의 불쇼는 유명한 무료공연에 속한다. 밤에 나오기만 하면 볼 수 있는 쇼이니 이걸 보지 못한 사람들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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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는 신기루다. 네바다주 사막에 세워진 오아시스 치고는 너무 거대한 규모여서 여기가 사막이라는 것조차 망각하게 만든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에서 파리 에펠탑, 디즈니랜드까지 모든 것이 있지만, 진짜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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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와 쇼, 음식 등 모든 것이 당신의 일상과는 철저하게 다른 그야말로 환상의 도시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꿈이다.
여행과 휴가를 일상 속으로 떠날 수는 없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그게 라스베이거스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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