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중략)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피천득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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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의 시작과 끝은 이처럼 춘천이다.
첫사랑이 떠오르는 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회상의 글에서 춘천은 무슨 의미인가.
춘천을 다녀온 후 문득 떠오른 이 의문이 생뚱맞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학창 시절에 배운 기억으로는 ‘별 의미 없다’인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게 별 의미 없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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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봄을 맞아 배타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언제가도 춘천의 느낌은 마냥 좋다.
이런 이미지를 결정짓는 데는 역시나 강과 호수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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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그런데 남부지방을 온통 꽃으로 뒤덮은 봄은 강원도 내륙의 이 아름다운 곳까지 깊숙하게 도달하진 않은 듯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도 작은 크기가 아니다.
통일된 조국이라면 함경도에서 스키 타다가 제주에서 꽃놀이 하는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춘천을 간질이는 봄바람은 무채색의 겨울 풍경에 물감을 찍어 꽃만 그려놓은 듯하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 식으로 말하면 색 추출 기능을 사용한 것 같지만, 지난주 춘천의 봄은 딱 이 정도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춘천을 가야겠다면 그땐 만개한 춘천의 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서둘러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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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청평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했다. 주말 게으름을 피우다 출발하면 또다시 애매한 시간에 도착할까봐 아예 금요일 저녁을 양평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청평사를 향하는 배에 올랐다.
소양강댐에 몇 번째 오지만 배를 타는 것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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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배를 타고 내리면 바로 청평사인줄 알았지만, 조금 걷는다.
근데 이게 딱 좋을 만큼의 거리다. 완전 평지도 아니지만 숨이 헐떡이는 산길도 아닌 길을 걷다보면 파란 하늘에 연등이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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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청평사로 가는 길은 제대로 일상에서 탈출한 느낌이다. 10여분 호수에서 배를 타면서 들뜨기 시작해서 계곡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순식간에 무장해제 당한다.
계곡물이 이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 이 정도가 되려면 두어 시간 산을 타야 하는 첩첩 산중이어야 하지 않는가.
며칠 전 비가 왔다더니 구성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도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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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이런 곳에 걸터앉아 친구들과 도시락을 펼쳐놓으면 뭐 흔한 말로 인생 더 바랄게 있겠는가.
내려오는 길에 감자전에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면 이런 게 사는 맛이고 인생의 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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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그런데, 아! 이런.
청평사로 가는 방법이 이제는 배를 타고 가는 것만이 아니다. 대중교통이 어려울 뿐 자동차를 이용하면 육로로도 갈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여기는 연인들이 배시간이 끝났느니 말았느니 하는 고전적인 콩트를 찍을 수 없는 곳이다. 뭐 모른다면 쇼는 계속되겠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우기다간, 상대방이 콜택시를 부르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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