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9월, 군 사격장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철원 병사 소식 기억하실 텐데요.
군 당국이 처음엔 튕긴 총알, '도비탄'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가 빗나간 탄, 유탄으로 정정하기도 했죠.
YTN이 이 사건 계속해서 추적 보도하고 있는데요.
사고 당시 남는 실탄을 연발로 소비하는 '잔탄 사격'이 실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군 수사 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 모 상병이 숨진 강원도 철원 군 사격장 총기 사고 이후, 남은 잔탄을 소비하려고 난사한 것이 사고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본부는 일관되게 당시 잔탄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5년 이후 입사호, 즉 구덩이 안에서 5발, 밖에서 15발을 쏘는 사격방식으로 바뀌며 잔탄 사격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군 수사당국은 부대에서 잔탄 사격이 진행된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YTN은 사고 직후 사격부대 통제관의 진술을 확인했습니다.
통제관은 당시 부대원 84명이 사격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에 쫓겼고, 총기가 고장 나는 등 문제가 생겨 잔탄이 생긴 이들에게 연발 사격을 지시했습니다.
특히 탄알 2,400발을 당일 사격용으로 보급받은 상황에서 규정대로라면 1,600여 발 정도를 사용한 후 반납해야 했지만, 잔탄 사격을 통해 이를 소진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방 부대별로 이런 식으로 잔탄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고, 부대 교육관계자도 잔탄 소비를 충고했다는 게 진술 요지입니다.
[사격장 관리 부대 관계자 : 잔탄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에 사격 다 끝나고 그냥 10분 정도만. (보고 안 하죠?) 보고를 뭐…. 남아 있는 탄이니까 한 10분 정도 소비하고 끝나는 거잖아요.]
한편 사건 이후 인솔부대 소대장과 부소대장, 사격부대 중대장 등 위관급 장교 2명과 부사관 1명이 기소된 가운데 군사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법정에서 변호인은 군 검찰의 폐쇄적인 대응을 지적하며 사건 기록 전체 열람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사격장 뒤로 도로가 나 있는 황당한 사격장 구조와 관련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사격부대 중대장 변호인 : 사격장과 관련된 사람들은 기소도 안 하고 입건도 안 하고. 결론적으로 뭐냐면 이 사건은 주범이 없다는 거예요. 이 법정에. 그게 핵심 아닙니까? 사람이 죽었고 중대한 과실인데 구속자 한 명 없는 재판을 하고 있다. 주범은 딴 데 있다는 얘기죠.]
진상을 명확히 파악하라는 대통령의 특별 수사 지시 이후에도 모든 사실을 밝히지 않은 군 수사당국.
임관 넉 달 된 장교 등 3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과연 군 총기 사고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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