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급등하던 가계부채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3월부터 정부의 대출 억제책이 시행됐지만,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은 매월 2조 원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월부터 2조 원대 증가세를 이어온 자영업자 대출, 지난달엔 2조5천억 원이나 늘어 넉 달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고, 대출액은 304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이 5조 8천억 원인데 그중 절반이 자영업자 대출입니다.
물론 증가액은 가계대출이 크지만, 증가 속도를 보면 자영업자 대출이 훨씬 빠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조이자 그 수요가 자영업자 대출로 옮겨간 이른바 풍선효과인데, 문제는 대출의 질입니다.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제2금융권으로 가면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집니다.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기업의 2배, 가계대출의 4배에 달합니다.
고금리를 무릅쓰고 대부업체로까지 눈을 돌리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부업체 이용자 중 자영업자만 그 비중이 늘었습니다.
[성태윤 / 연세대 상경대학 교수 : 오히려 취약한 계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을 비롯한 부분의 대출이 늘어나고 있고요. 이 부분이 사업자금 및 생계자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계부채 억제 정책의 효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뎌졌지만, 규제를 강화해도 자영업자 대출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이 지속하면서 버티기 위해서는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의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조영무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자대출까지 받은 경우에 다중채무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고, 여기에 최근 들어 자영업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향후 업황악화에 따른 대출 부실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버는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과 대부업체를 찾는 자영업자들까지 늘면서 부실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YTN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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