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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2020.04.1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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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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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시행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코로나19에 대한 위기의식은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이동통신 기지국과 서울 지하철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 인구 이동은 2월 말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 때맞춰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꽃이 피면서 꽃구경을 가는 시민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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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사회적거리두기실패

최근 인스타그램서 '#사회적거리두기실패'라는 해시태그까지 유행해 논란이 됐다. 이 태그를 달은 게시물은 보통 꽃 구경이나 모임 사진을 올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실패했다고 장난스럽게 고백하는 내용이다. 해외에서 #STAYATHOME(집에 머물러라) 캠페인이 유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와 의료진들의 거듭된 호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조금씩 멀어지는 분위기다.

전국 지자체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예정된 봄꽃 축제를 모두 취소하고 유명한 벚꽃 명소의 차량 및 보행도로를 폐쇄했다. 하지만 폐쇄된 유명 봄꽃길 대신 통제되지 않은 명소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7일, 폐쇄된 유명 벚꽃길을 찾아 보행자 통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동안 꽃 구경을 온 인파를 반나절 동안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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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윤중로 앞 보행자 및 차량 통제/YTN PLUS

지난 1일부터 통제가 진행중인 여의도 윤중로 앞에는 출입을 막는 바리케이드와 함께 경찰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보행자 통제를 알지 못한 채 윤중로 주변을 찾았던 시민들은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벚꽃길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벚꽃길도 수백m의 벚꽃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명소지만, 거주 지역인 탓에 폐쇄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폐쇄 구역을 막자 근처 가까운 명소로 사람들이 몰리게 된 것이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백여 명의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벚꽃을 구경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벚꽃길을 지나는 학생과 연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벚꽃 인파 탓에 근처 따릉이 대여소는 남아있는 자전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꽃놀이를 나온 시민에게 "바이러스가 걱정되지 않냐"고 묻자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 나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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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안양천 산책로/YTN PLUS

이어 보행이 통제된 또 다른 벚꽃 명소인 안양천 제방 산책로 근처 동향도 살폈다. 영등포구는 오는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안양천 제방 산책로 중 신정교에서 양평교에 이르는 3.2km 구간 출입을 통제했다. 산책로 입구와 중간 산책로로 이어지는 구역 곳곳에 출입을 막는 펜스와 안내문이 세워졌고 구청 관계자들이 통행을 막았다.

하지만 산책로가 폐쇄됐을 뿐 아래쪽 안양천 보행 구역에는 벚꽃을 구경하는 인파가 많았다. 두 시간 동안 마주친 시민이 수백 명을 넘는다. 대부분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봄꽃과 함께 운동을 즐겼다. 운동하던 중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많았다. 산책 중이던 30대 여성 시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시행하고 계시냐"고 묻자 "회사는 꼬박꼬박 나가고 대중교통도 이용하는데 사람이 많지도 않은 공원에 못 나올 건 없다고 본다"는 공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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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펜스를 치우고 벚꽃로로 진입한 시민들 /YTN PLUS

해가 저물고 통제하던 구청 관계자가 사라지자 보행자들은 손쉽게 펜스를 밀어내고 벚꽃길로 진입했다. 이들을 말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관계자에게 처벌 규정에 관해 묻자 "펜스를 넘어간다고 해도 처벌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사실상 시민 정신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해외 정부에서 사용하는 '외출 금지'나 '도시 봉쇄'와 같은 강경책 대신 시민의 자율성과 시민 정신에 맡기는 방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벚꽃 보행로가 폐쇄된 의미를 스스로 되새기지 않는다면 구멍 뚫린 정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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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펜스를 치우고 벚꽃로로 진입한 시민들 /YTN PLUS

지난달 11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캄프 데 메스타야에서 발렌시아와 아탈란타(이탈리아)의 2019~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가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당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지만 팬 수만 명이 경기장 앞에 운집해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영국 면역학 전문가는 밀라노에서 열린 1차전과 이날의 관중 대규모 운집이 코로나19 사태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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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경기장 앞에 모여 응원을 펼치는 발렌시아 팬들/ Bleacher Report Football

또 다른 사례도 있다. 1918년 9월, 미국 필라델피아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정부에 대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리버티 채권(전쟁 채권) 퍼레이드'를 열었다. 다른 주는 축제를 취소했지만 필라델피아가 끝까지 축제를 개최하면서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유행성 독감 (H1N1 바이러스)을 널리 퍼뜨렸다. 필라델피아에서만 6주 만에 12,000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퍼레이드를 취소한 세인트루이스에서 700명이 스페인 독감으로 숨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주, 강남 대형 유흥업소 종사자와 노량진 학원가에서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더욱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면서 유흥업소와 클럽, 학원 등에 19일까지 영업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지난 2월 전 국민이 '코로나 공포'로 외출을 조심하던 시기처럼 지금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위중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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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벚꽃길 통제? 옆길 가면 돼" 멀어지는 거리두기
사망자를 옮기는 미국 뉴욕 병원 / AP

만약 코로나19를 대하는 시민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진다면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과 시 중심으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무기한 연장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단 봉쇄 등으로 추가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빨리 되찾기 위해 지금을 즐기고 싶은 마음을 조금만 더 참아보면 어떨까?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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