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지난해 세상 떠난 친형, 올해 발견된 메모엔...

지난해 7월, 대학생 김 모 씨는 형을 떠나보냈습니다.

형이 남긴 메모엔 한 사업가에게 사기를 당해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렌터카 업체를 운영한다던 최 모 씨가 차량 명의를 빌려주면 수익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단 겁니다.

하지만 형에게 돌아온 건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차 앞으로 나온 대출금 2천6백만 원이었습니다.

[유가족 : 집 정리하다가 (형 메모가) 올해 5월 정도에 발견됐고…. 집에 원래 있던 사람이 있다가 없어진 것만 해도 큰데, 일이 많이 꼬여있다 보니까….]

형이 숨진 뒤 최 씨는 유족에게도 접근했습니다.

형의 차를 처분하고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면서 가족 명의를 빌리더니 또 다른 차량의 대출금 3천9백만 원까지 떠넘겼습니다.

[유가족 :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모호하게 '형 차를 찾으려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차량 대출을 받으면 자금이 생기니까 그걸로 융통해서 형 차량을 금방 회수를 할 수 있을 거다'….]

이런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20명에 달합니다.

[피해자 : 난 이차를 본 적도 없어, 내 명의로 나온 줄도 몰랐어. 내 명의인 줄도 몰랐어, 내 캐피탈이 내 앞으로 빚이 된 줄도 몰랐어. 근데 차를 누군가 열심히 타고 다녔대요. 차도 엉망으로 당연히 탔겠고. 대포차니까. 자기들 입장에선.]

그런데 차를 가지고 있던 건 최 씨가 아닌 대부업체였습니다.

최 씨가 피해자 명의로 뽑은 차를 대부업체에 넘기고 2억 원을 챙긴 겁니다.

업체는 차량을 담보로 대출금을 내주면서 소유자 명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대부업체 관계자 : 확인 안 하고 (대출이) 나간 것도 있고. 서류 없이 나간 것도 있고. 렌터카를 운영하고 그러지는 않죠. 저희 직원도 투자자들이라고 저희 회사에서 운행을 한 건 맞는데.]

하지만 피해자들뿐 아니라 최 씨도 대부업체 역시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업체가 대출금을 일부 갚아주고 피해자들의 신용을 회복시킨 뒤 더 큰 대출을 일으켜 차를 사도록 유인했다는 겁니다.

[최 모 씨 / 피의자 : 이 사람(피해자) 앞에 채무가 좀 있어요. 그러면 ○○(대부업체) 쪽에서 먼저 갚아주고 그다음에 이 사람 앞으로 차를 뽑아서 ○○(대부업체)가 운행을 하고.]

누군가의 등을 치고, 그 피해자에게 또 등을 친 사건.

경찰은 우선 최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시작했고, 조만간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또 대부업체의 영업 방식에 위법성이 있는지를 따져 입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촬영기자 : 온승원
자막뉴스 : 박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