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5살 청년의 환한 미소가 올림픽 스타디움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우리 육상 역사를 새로 쓴 높이 뛰기 우상혁 선수, 메달보다 훨씬 더 빛난 4등이었습니다.
가장 부담된다는 올림픽 결선 무대, 우상혁은 오히려 더 펄펄 날았습니다.
본인 최고기록보다 4cm나 높은 2m 35를 뛰어넘으면서 한국신기록을 24년 만에 새로 썼습니다.
이어진 2m 39 도전, 넘으면 금메달까지 가능했는데 정말 아쉽게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는데요. 현역 군인답게 거수경례도 잊지 않았습니다.
'4등'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체벌을 통해서라도 메달을 따야 한다는 성적 지상주의를 꼬집는 내용이었는데요. 영화 속 대사 직접 들어보시죠.
[영화 4등 中 : 자기야, 난 솔직히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하지만 이런 인식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금메달을 놓쳤다, 입상에 실패했다"
이렇게 좌절하기보다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고 경기에서 후회가 없었는지를 보는 건데요.
실제 선수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대회 깜짝 은메달을 딴 사격의 김민정 선수, 슛오프까지 가면서 정말 간발의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뀌었죠. 하지만 시상을 기다리며 아쉬움 대신 발랄한 포즈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결승에서 온 힘을 쏟아 부은 유도의 조구함 선수는 경기 뒤 상대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고요.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초반 150m까지 선두를 달리다 7위로 뒤쳐진 황선우 선수 역시 오버 페이스였다고 쿨하게 결과를 인정했습니다.
누구보다 무섭게 집중하지만, 경기장을 떠나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응원 글에 기뻐하는 또 한 명의 고교생이었습니다.
[황선우 / 수영 국가대표·자유형 100m 5위 : 걸그룹 ITZY(있지) 멤버 분들이 응원한다고 SNS에 올려주셔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쿨한' 모습은 우상혁 선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위 안에 들지 못해 조기 전역이 무산됐는데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육상의 한 획을 그은 것에 만족한다, 4위 기록도 군대에 갔기 때문에 낼 수 있었다"는 현명한 답변을 했는데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또 즐길 줄 아는 선수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언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YTN 박광렬 (parkkr0824@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