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규> 아까 제가 정본 한국 야담 전집 1, 이렇게 소개를 드렸는데 전체 여기에 몇 작품 정도의 야담이 나와요?
◆ 정환국> 네. 여러분들께서도 한국 야담이라고 그러면 정확하게는 의미를 잘 모르실 수 있다 하더라도 많이 들어보셨고. 사실은 야담, 그러면 지금 시대에도 계속 만들어지는 이야기거든요. 그냥 일상에 저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하나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는 것이 야담이고. 그건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아마도 지금 시대의 이 이야기가 우리가 조금 더 지나가면 또 한국 야담으로 분명히 만들어질 겁니다. 마찬가지인데 다만 조선 후기 야담이라는 것은 우리 문학 사회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흐름 중에 하나였어요. 17세기 초부터 20세기 초, 약 300년 동안 이어져 왔던 이야기들을 전체적으로 다 모았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고요. 그러면 이때 조선 후기 야담이라는 건 뭐냐, 라고 했을 때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상당히 어렵습니다마는 그 시대 사람들. 민중들의 현실. 그 현실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현실일 수도 있고 또 상당히 에너지가 넘치는 현실일 수도 있고요. 그런 현실을 어떻게 보면 그대로 묘사했다. 그 다음에 한편으로는 그런 현실 속에서 사람이라면 항상 더 나은 어떤 거를 욕망하지 않습니까. 그런 욕망의 문제도 이 야담들에게는 켜켜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사실은 이 아담은 짧은 단편 형식이거든요. 그러니까 한 편 가지고 조선 후기 사회와 인간 세계를 다 반영한다, 이럴 수는 없는데 아까 물어보신 대로 여기는 도합 20종의 야담집과 그 야담집 안의 작품 수를 따지면 총 약 한 4200여 편 정도가 이 10책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다 조합시켜보면 우리가 왜 퍼즐 맞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작품 하나는 조선 후기 퍼즐 한 조각. 그래서 이것을 말하자면 이 4천여 개를 다 조합을 시키면 그야말로 조선 후기 사회와 인간과 그들이 꿈꾸는 욕망. 이런 것들이 그야말로 총천연색으로 펼쳐져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그 말씀을 이렇게 쭉 종합을 하고 퍼즐을 맞춘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핵심적인 코드를 쉽게 표현해 주시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정환국> 쉽게 표현하는 게 오히려 좀 어려운데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천 개 넘는 이야기가 있단 말이죠. 그런데 사실은 이제 과거에 80년대 이럴 때 한참. 저희 민주화 시대. 이럴 때는 그 시대에 부응해서 이른바 민중성이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야담에 나오는 무슨 신분제의 저항이라든지, 이런 점들이 부각돼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제 조선 후기에는 신분 변동이 많이 일어나면서 하층의 저항 같은 것들이 이런 이야기에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신분제 타결을 위한 하나의 방향이었던 거고요. 근데 이제 이번에 제가 이 전체 야담집들을 정리하면서 이제 다시 느끼는 건 결국은 크게 두 가지 코드를 읽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주로 이제 양반층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급제. 결국 출세라는 거거든요. 그 코드가 상당히 많다는 거 하고, 또 하나는 이제 중하층의 어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상당히 많은 작품들의 다양한 형태로 축적돼 있습니다.
◇ 이성규> 치부담이라는 게 그래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차지한다, 고.
◆ 정환국> 그래서 이제 요즘 우리가 이제 말하자면 이제 갑부가 된다. 이 표현을 전문 용어로는 치부, 그러니까 부를 이루었다, 라는 말로요. 이제 그런 이야기 유형을 치부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 지점은 조금 한 가지 더 이해가 필요한 건, 조선 후기가 되면 여러분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제의 폐단. 이런 얘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과거 제도라는 게 사실은 말하자면 관리 채용 제도로는 상당히 그전에는 합리적인 것이었는데 점점 그쪽에 이제 부패가 늘어나면서 또 그것보다는 과거 길이 좁아진 거죠. 양반 수는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까 몰락 양반들이 생기는데 그 몰락 양반들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과거급제를 통한 출세라는 것은. 그리고 이제 일반 민중들 같은 경우는 사실 조선 후기의 사회 경제가 변하면서 이런 신분이 낮은 계층에게는 하나의 기회의 땅이 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품을 거래한다든지 농사 중에 특용작물을 재배한다든지 해서 그런 부를 이루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떤 욕망들이 이런 작품에 말하자면 잘 반영되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결과적으로 잘 사는 문제였다는 것이죠. 이 조선 후기 야담의 가장 핵심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그건 지금이나 얘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치부 쪽에 관련해서 그쪽을 추구하는 얘기 중에 좀 재밌는 거 있나요.
◆ 정환국> 사실은 여러 유형들이 있어서 그걸 다 소개해 주면 좋겠는데요. 어떤 걸 소개해도 사실은 다 좋을 것 같은데 먼저 그냥 바로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는 양반인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조선 후기는 몰락 양반들이 많이 생겨가지고. 원래 양반은 과거에는 이제 농사를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는 거거든요. 양반이 할 수 있는 것은 학문과 덕행을 닦는 거였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이제 찢어지게 가난한 그런 양반들이 생겨나요. 그런데 이제 아버지마저 죽고 나니까 형제들이 남았는데, 이제 먹고 살 일이 막막한데. 공부만 하던 친구들이. 그래서 이제 둘째가 작심을 하고 형과 아우를 산사에 보내서 공부를 시키고, 본인의 부인과 종과 결합해서 갖은 노동을 실제로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불문율을 깨고 재산 모으는 데 진력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 모으는 과정에는 그야말로 우리 표현에 이런 구두쇠가 없을 정도로 해서 결과적으로 부를 이루고 형과 아우는 과거 급제하는데 마지막에 재밌는 건 둘째, 부를 이룬 이 둘째는 자기 인생을 상당히 회한스럽게 바라보면서. 그런 중에 부인마저 죽게 됩니다. 그래서 한탄하는 식으로 끝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양반이 이렇게 실제 농사에 참여해서 부를 이룬다는 이런 사례도 상당히 흥미롭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집안에 종으로 있던 여성이, 또는 남성. 그러니까 우리가 노비하면 여종과 남종을 합쳐 부르는 개념이거든요. 그 노비들이 어떤 기회를 틈타서 망한 그 집안의 재산을 가지고 부를 축적하는 이런 사례들도 일어나죠. 그래서 이런 어떤 계층이 상당히 요동하고 있다는 그런 실제 예를 잘 보여줍니다.
◇ 이성규> 이거 밤새 들어도 한이 없겠어요.
◆ 정환국> 사실은 할 얘기가 상당히 많은데요. 제약된 시간 안에 얼마나 여러분들한테 잘 귀가 솔깃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국대학교 정환국 교수입니다. 정 교수님. 이 조선 후기 야담의 메시지가 뭔가 지금하고 조금 맞닿는 부분이 있다, 하면 어떤 것이라고 표현하시겠습니까.
◆ 정환국> 사실은 이제 시대가 다르고요 또 어떤 경제적 조건이라든지 또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시피 신분제 사회라는 이런 특성. 이런 것에 따라서 분명히 지금 시대와 야담이 주는 메시지는 차이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근데 저는 조금 이 시각을 달리하는 건 사실은 조선후기 야담의 어떤 중요한 코드를, 핵심적인 코드를 얘기해 보라 하면 결국은 잘 살고 싶은 욕망. 인간이라면 당연히 꿈꾸는 제일 보편적인 욕망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잘 살고 싶은 욕망을 추진해 가는 과정은 지금하고 좀 다르긴 합니다. 일례로 그때는 풍수담이 유행을 해서요. 어디에 묫자리를 잡는다든지 어디에 집터를 잡으면 이제 집 안에 부가 들어온다 해서 그런 풍수담도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도 사실 지금도 여전히 일면이 있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이 가장 어떻게 보면 지금과 연속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국면이라고 보고요.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조선 후기 야담에서는 이런 어떤 난관. 그러니까 이제 치부를 한다. 뭐 잘 살게 된다든지. 결과적으로 잘 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 이야기 중에는.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역시 그 가족들이 혼연 일체가 돼서 자기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실행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이거든요. 물론 지금 시대는 저희 가족 단위도 많이 바뀌고 했지만 쉽게 말하면 가족애가 넘쳐난다는 거죠. 이 점이 아주 상당히 우리가 한번 다시 살펴볼 지점인데, 단순히 그냥 가족애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역할을 어떻게 이행해야 된다는 것이 그게 어떻게 보면 신분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든 그 역할에 명확하게 규정이 돼서 진행되고 있는 점들은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 이성규> 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 참 어려운데요. 조선시대 역병이 있었잖아요.
◆ 정환국> 많았죠.
◇ 이성규> 거기에 관련된 야담도 좀 있나요.
◆ 정환국> 그쪽도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번역을 했다고 아까 말씀드린 그 천혜록이라는 작품에는요. 뭐라고 표현해야 되나요. 거기 천혜록 같은 경우는 그래서 귀신이 되거나 이런 사례들도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아마 여러분 서구에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중세 시대 페스트라는 게 있었고, 저희 쪽에는 돌림병이라는 역병이 많이 돌았죠. 그런데 이게 지금 조선시대는 그것보다 훨씬 더 범위가 넓고 컸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이 재앙을 어떻게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재앙이 어떻게 시작됐느냐고 이런 인식을 보면 이 역병을 퍼트리는 귀신이 있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이제 역귀라고 했는데 역귀가 퍼트리는 병이다. 이렇게 인식을 했어요. 그래서 이제 그러면 그 역귀를 어떻게 처치를 해야 되느냐. 처리를 해야 되느냐. 그런 관련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 이성규> 선행. 또 나눠 쓰는 것. 이런 것일 텐데 이때 야담 중에 남을 돕는 사람에 관한 그런 이야기도 좀 있죠.
◆ 정환국> 네. 적지 않아 있습니다.
◇ 이성규> 한번 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정환국> 이런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는 건 참 여러 가지 작품들이 많아서 그렇긴 한데요. 지금 순흥의 만석꾼 이야기인데요. 순흥 지역에서 이제 만석꾼, 그러면 한 해에 만 섬을 거둬들일 수 있는 그런 부자를 만석꾼이라고 그러거든요. 천석꾼도 있고요 만석이면 요즘으로 치면 정말 엄청난 갑부죠. 그런데 이 부자가 주변 자기 마을에 가난한 선비나 이런 사람들을 일단 부자가 된 이후에는 상당히 많이 도와줍니다. 과거 급제도 시켜주고. 그런데 이분이 왜 이렇게 도와주냐, 하니까 그 남기는 말이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왜 그렇게 처음에 재산 모을 때는 정말 그런 구두쇠, 이런 구두쇠도 없더니 어떻게 이렇게 도와주냐, 했더니 이런 표현을 해요. 많이 쌓아놓고 베풀지 않으면 나중에 그걸 뭐 하겠는가. 주인이 바뀌지 않은 재물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런 표현을 씁니다. 그래서 우리가 또 이렇게 알 수 있는 이런 말까지 해요. 이렇게 급하게 이룬 부. 벼락부자죠. 일종의 벼락부자는 금방 망치고 마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이런 부자이면서도 이런 이제 하나의 어떤 돈, 내지는 경제 이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건 상당히 저희가 한번 어떻게 보면 뻔하지만, 한번 잘 명심해 볼 부분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이제 쭉 연구를 하시다 보니까 동아시아 고전 중에서 특히 우리 조선 후기 야담이 뭔가 좀 다른 게 있나요.
◆ 정환국> 네. 이거는 사실은 상당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거는 약간 전문 영역이라서 쉽게 말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아시아에서 조선 후기의 이런 야담의 형식을 갖춘 것은 다른 나라에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제 다른 나라에도 무슨 자기들만의 서사들이 있는데요. 이런 어떤 즉자적인 방식. 즉 그 시대에 일어난 사건이 그대로 바로 단편으로 엮어지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조선 후기 사회가 하나의 모자이크 식으로 다 구성되는 이런 사례는 중국이나 일본의 어디에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것만은 정말 조선인의 삶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서사다. 아주 독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성규> 지금 이쪽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마지막으로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꼭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죠.
◆ 정환국> 사실 저희가 대외적으로 보면 벌써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수치상으로도 요즘 나오고 그러지 않습니까. 일종의 경제적으로도 그렇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문화적으로도 요즘 한류, 또는 오징어 게임이니 K컬쳐 산업이라는 게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요. 그런 중인데 사실은 저희 인문학. 인문학 분야는 이런 어떤 세계적 수준으로 비약하고 있는 중에서 보면 상당히 뒤쳐져 있습니다. 제가 그걸 감히 그걸 가지고 제가 어떻게 책임을 지고 그랬다는 건 아니고 저희 고전문학이 좀 더 지금보다 요즘 사람들에게도 실제 도움이 되고, 소통이 되고 호흡할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 좀 더 많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이것을 실현함으로써 한국 인문학의 기초가 조금이라도 더 도약할 수 있는 그런 계단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정본 한국 야담 전집 책임교열을 맡으신 동국대학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정환국 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정환국> 네. 고맙습니다.
◇ 이성규> 예, <이런 사람도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