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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에 k의료를 본격적으로 전해줄 플랫폼을 개발할 때(안신기 제중원보건개발원장)

2022.01.05 오후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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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에 k의료를 본격적으로 전해줄 플랫폼을 개발할 때(안신기 제중원보건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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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2년 1월 5일 (수요일)
■ 대담 : 안신기 제중원보건개발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개발도상국에 k의료를 본격적으로 전해줄 플랫폼을 개발할 때(안신기 제중원보건개발원장)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미래 교육이 열리다, <런어스> 이 시간에는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며 꼭 생각하고 배워야 하는 주제들을 연세대학교와 함께 배워보는 시간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고마우면서도 또 앞으로 더 든든해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의료 시스템이 아닐까요. 하지만 모든 국가가 이렇게 안정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우리를 포함한 선진국은 부스터 샷을 맞을 때 저소득 국가는 의료진도 접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몇 십 년 전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런 이야기 좀 나눠보려고요. 제중원보건개발 원장인 연세대의과대학교 안신기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안신기 제중원보건개발원장(이하 안신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혜민> 제중원 보건개발원 원장이시면서 글로벌 사회공헌원 부원장이세요. 직함이 많으시네요.

◆ 안신기> 제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고 글로벌 사회공헌원은 연세대학교가 갖고 있는 어떤 역사적인 정체성, 과거에 우리를 도우러 왔던 국제적인 참여의 큰 열매가 저희 대학교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에 참여하는 사명을 어떻게 대학이 본질적인 사명으로 가질까. 흔히 대학이라고 생각하면 교육, 연구, 봉사, 그렇게 있지만 봉사는 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은 걸로 역이거든요. 그러나 대학이 자기가 둘러싼 공동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대학의 존립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대학의 사회적 참여의 창구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2017년에 대학 기관들 안에 산재해 있던 봉사 기능을 네트워킹해서 협력적으로, 전략적으로 참여하자. 그래서 의료원 쪽에 있는 제중원 보건개발원과 학교 본부 캠퍼스에 있는 사회참여센터를 합쳐서 글로벌 사회공헌원을 만들었죠. 그래서 이제 이렇게 됐습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글로벌, 세계적으로 우리가 사회 공헌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사실 보건 분야 아니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두 가지 기관의 일을 함께 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 주셨고. 아까 우리 교수님께서 연세대의 정체성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게 한 대학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시대정신과 우리의 몫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오늘 이 인터뷰를 들으신 청취자분들이 이건 단지 개별 대학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사와 현대사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이야기라는 걸 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로벌 사회공헌에 대해서도 앞에 말씀을 좀 해주셨는데 저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전에 한번 송인한 교수 인터뷰하면서 지속가능 발전 목표라는 개념을 글로벌 사회공헌원과 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지속가능 발전 목표. 이 개념을 좀 설명해 주세요.

◆ 안신기> 지속가능 발전 목표는 이제 17가지로 돼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절대 빈곤을 없애겠다. 기아를 없애겠다. 보건을 높이겠다. 아니면 기후와 관련된 그런 사회 전반에 다음 세대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새천년 개발 목표를 2015년까지 유엔에서 끝낸 다음에, 그때는 주로 개발도상국가에 필요한 것들을 하다가.
◇ 김혜민>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

◆ 안신기>그러다가 2015년 이후로 모든 국가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17개 영역을 정하고 그 각각의 구체적인 목표를 169개로 정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정하게 됐죠.

◇ 김혜민> 이게 우리나라만 정한 게 아니라 전 세계. 그러니까 세계를 이끌고 가고 있는 글로벌 국가들이 모여서 한 거고. 아니, 어제 제가 제 핸드폰을 우연히 만지다가 지속가능 발전 목표. 이 어플이 아예 깔려 있더라고요. 핸드폰에. 저 깜짝 놀랐어요. 저는 이제 우리나라 핸드폰을 쓰는데. 그러면서 아까 말씀하신 기후변화, 환경 보호, 빈곤 종식, 양극화에서 교육 복원에서 일상생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체크업 할 수 있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단지 몇 명의 리더 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고 실천해야 되는 과제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그 안에 제중원 복원 개발원이 있는 건데 어떤 곳인가요.

◆ 안신기> 제가 말씀을 드렸지만 연세대학교가 시작이 된 게 누군가 우리가 굉장히 어려울 때, 우리하고 크게 상관없는 분들이 우리한테 오셔서 도움을 주셨고. 그분들이 도움을 주신 게 종교적인 선교의 동기를 갖고 있었어도 대표적인 국제 개발, 혹은 국제 참여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연세대학교에 있는 두 기둥 중에 하나인 의료원 안에 봉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관들의 역량을 우리가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봉사를 잘 했는데 정말 봉사가 잘 된 건가. 협력하는 파트너 국가에 우리가 의도했던, 혹은 그분들이 희망했던 변화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정직한 성찰. 우리 경험에 대한 공유. 이런 것들이 부족해서 우리가 좀 체계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성과나 과정의 경험들을 정직하고 책임 있게 성찰하고 그걸 공유하자. 그런 목적으로 저희가 2016년에 이런 기관들을 합쳐서 그 안에 의료선교센터, ODA 센터, 국제개발센터, 통일보건센터, 그리고 의학교육을 통한 국제개발 사업단 등을 포함해서 저희가 제중원 보험개발원을 세우게 됐고요. 제중원이 원래 저희 시작이 됐던 이름이죠.

◇ 김혜민> 추억도 나요. 제중원. 국사 시간에 배웠던 아주 추억 돋았어요. 오랜만에.

◆ 안신기> 그 제중원이 원래 박시제중博施濟衆이라고 널리 베풀어 대중을 구한다, 그런 뜻이에요. 고종 황제께서 주신 이름이죠.

◇ 김혜민> 맞아요. 아무것도 없는 이 땅에 봉사의 씨앗을 심은 분들을 기리고 따라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제 우리가 받은 걸 봉사하고. 또 이걸 잘 하고 있나, 체크업하고. 그러기 위해서 조금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 이 기관을 세우신 것 같아요. 여러분 , 137년 전의. 그때의 그 장면이 물론 상상이 가실 거지만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 보면 여러분,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를 기억하실 거예요. 저는 그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게 그 신부님께서,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교회를 세울까. 병원을 세울까. 그 고민의 답이 아니다.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병원과 학교를 세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신부님이 진료 활동과 학교를 가르치셨거든요. 조선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 세브란스 병원이 세워진 과정도 비슷했을 것 같아요.

◆ 안신기>이 일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분이 올리버 R.에비슨이라는 선교사신데, 이분이 1893년에 한국에 오셨다가 6년 동안 여기서 섬기시고. 그다음에 1900년에 당시 맨해튼에서 열렸던 선교대회에서 강연을 초청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뭐라고 얘기를 하냐면 한국 안에 의사 1명, 간호사 한 명 정도로 구성돼 있는 선교 병원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한국 사람들의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 사람들의 의료에 정말 도움이 되려면 좋은 뜻에서 봉사하는 우리 당대의 서비스가 아니고. 그것을 이어갈 사람들을 키워내야 되는데 사람들을 제대로 교육하려면 선교사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연구하고 연합할 수 있는 큰 규모의 병원이 필요합니다. 이걸 주장했거든요. 근데 1년 동안 기도하고 있던 세브란스 씨가 자기한테 주는 메시지로 알고, 그 자리에서 만 불을 결정하죠. 그리고 이게 1902년에 시작해서 1904년에 병원이 건립되는데 그때까지 4만 5천 불을 도네이션 했거든요. 엄청난 돈입니다. 그 돈으로 아직도 서울역점 앞에 남대문 빌딩과 그 땅을 연세대학교가 갖고 있는 거거든요.
◇ 김혜민> 사실 그분들이 그 당시에 본인의 나라에서는 편안하고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분들이었잖아요. 근데 전혀 모르는 조선 땅에 와서 당장의 치료도 걱정하고, 그 미래의 교육까지 걱정하는 그분들의 삶과 헌신이. 저는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이 생각해야 하는 시대정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교수님은 어떠세요.

◆ 안신기>저는 뭐. 그런 분들을 만난 거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니까. 그건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받았던 복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또 한 가지는 그분들이 와서 한국 분들을 보니까 다른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의과대학을 세우겠다고 그랬더니 선교사들이 반대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뭐라고 얘기하냐면 구텐베르크가 만들었던 금속 활자보다 먼저 금속 활자를 만든 민족이 조선 사람들이다. 조선 사람들은 절대로 열등하지 않다. 다만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 대학을 만든다는 것은, 고등교육기관을 세운다는 것은 그게 1900년 전후의 결정인데 엄청나게 빠른 결정이고요. 세계적인 어떤 참여의 역사로 볼 때 이건 아주 드문 결정이었죠.

◇ 김혜민> 열등하지 않다. 그들은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우리도 알지 못했던 우리의 잠재성과 능력을 그들이 보고 기회를 부여해 준 거예요. 그리고 잡은 기회를 잘 활용한 건 우리나라의 뛰어난 민족성과 능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선교사의 헌신으로 세워진 세브란스가 사실은 지속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어요.

◆ 안신기> 그 도네이션 했던 세브란스 집안에 아들이 유산을 미국 장로교회에다 기증을 해가지고, 놀랍게도 그 기증한 거에서 아직까지 도네이션이 오고 있어요. 그걸로 저희가 다시 이제 매칭 펀드를 해서 우리가 다시 돕고 있고요. 또 예를 들면 한국전쟁 이후에 세브란스 병원이 완전히 파괴됐을 때, 그 당시에 차이나 메디칼 보드나, 아니면 그 참전했던 미국 군인들이 자기들의 참전을 기념해서 병원을 지어 주죠. 그게 이제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의 메디컬 캠퍼스의 기초가 됐고요. 그런 도네이션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죠.

◇ 김혜민> 제가 알기로도 이디오피아의 우리나라에서 지은 병원이 있고.

◆ 안신기> 명성병원이 있죠.

◇ 김혜민> 그리고 거기에 끊임없이 의사들이 파견되고 그렇다고 얘기를 저도 들었습니다. 도움을 받은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최초의 국가. 우리가 이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데 사실 어마어마한 얘기예요.

◆ 안신기> 전임 세계은행 총재셨던, 월드뱅크 총재였던 김용 선생님께서 강의하실 때 항상 1950년대 한국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당시에 월드뱅크 리포트가 한국은 세계에서 10대 가난한 나라인데 이 나라는 절대 희망이 없다. 그런데 그 나라 출신인 내가 월드뱅크 총재가 됐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아프리카 사람들 모셔다가 저희가 연수, 교육을 하는데 이분들이 와서 우리 병원이나 이런 걸 보면 한국은 원래 잘 사는 나라인지 알아요. 근데 제가 어느 날 같이 커피숍에 앉아가지고 내가 64년에 태어났는데 우리 아버지 세대는 우리를 교육하기 위해서 그분들의 삶을 헌신했다. 그 얘기를 나누면서 60년대에는 우리가 당신들보다 더 가난했다. 그렇게 하는데 그때 마침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미국 선교사가 있었는데 이분이 얼굴이 빨개지더니 울더라고요 그래서 아프리카 분들이 뭐라고 얘기를 하냐면 난 원래 당신들 잘 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스토리가 없었는데, 우리도 그러면 할 수 있겠다. 그런 얘기 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가지는 어떤 독특한 경험. 특히 한국전쟁 이후에 아무것도 없었던, 거기에서 사람을 캐피탈로 해서. 사람을 키우는 것을 중심으로 이렇게까지 일궈낸 변화는 특히 개발도상국가들. 개발하고 있는 국가들한테 아주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증거가 되는 거죠.

◇ 김혜민> 그럼요. 몽골어로 한국이 무지개라는 뜻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엄청난 희망 자체거든요. 대한민국이. 방송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작년 한 해 우리가 코로나로 너무 힘들었지만,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의료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었어요. 우리의 삶은 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참, 이 세브란스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다른 게 아니라 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내가 이 땅에, 이 국민으로서 이런 땅의 국민이구라는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서 오늘 이 아이템을 골라봤습니다. 2249님이 그 빌딩이 그런 연고로 세워졌군요. 멋진 얘기 들려주는 좋은 방송 고맙습니다. 이렇게 보내주셨네요. 좀 구체적인 사례를 들으면 가슴이 더 벅찰 것 같아요. 우리 교수님이 생각나는, 우리가 도움을 줘서 그 조선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된 것처럼 그런 변화가 있었던 일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 안신기> 우리의 변화의 키 중에 하나는 이분들이 우리를 위해서 우리 땅에서 자기 이름을 내지 않고 한국을 위한 이름으로 연합했다는 데 있고요. 그다음에 사람을 세우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사실 이런 좀 큰 얘기보다, 우리가 이런 노력이 왜 필요한가를 같이 나누고 싶은 것이 어느 날 선생님 한 분이 저한테 사진을 보냈더라고요. 그 사진이 뭐냐면 저희 병원 건물 바깥에 이렇게 놓여있는 낡은 엑스레이 기계였는데. 이거 우리 병원에서 아낀다고 몇 백만 원에 파는데, 이거 잘 정리해서 우리가 그쪽에 보내주면 그쪽에서는 이거는 진짜 몇 백만 원이 아니라 몇 억, 몇 십억의 가치를 가질 건데. 그때 제가 깨달은 게 우리가 필요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지혜롭게 연결하면, 그 가치는 맥락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그래서 우리가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고요. 그런 면에서 은퇴하신 교수님 중에서 나는 앞으로 이런 일에 내 나머지 삶을 좀 드리겠다. 세컨드 라이프를 하겠다. 그래서 제중원의 그런 분들을 저희가 특임 교수로 모셨고. 그분들이 이제 현장에 나가실 거고.

◇ 김혜민> 얼마나 복된 삶이에요.

◆ 안신기>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 이런 일들을 우리가 과거에 그렇게 도움을 받은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그냥 넓고 우리 생색내는 원조가 아니라, 그쪽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되겠다는 전략적인 원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베트남에 있는 대학을 5년 동안 그 대학이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진짜 다른 레벨로 올라갈 수 있도록. 그런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 김혜민> 그리고 이게 단순히 우리가 도움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도 얻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뭐냐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자원을 지혜롭게 연결하면 우리도 경제적 이익이 있고. 사실 한국 내에 경제 성장이라는 게 한계가 있단 말이에요. 개도국과 함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이 봉사라는 건 절대 일방적으로 그 시혜만 베푸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가 좀 알아야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오늘 런어스는 안신기 제중원보건개발원장과 지금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다시 우리 상황으로 돌아와서 세브란스가 처음 세워질 때처럼 우리가 질병으로부터 국민 다수가 고통 받는 시절은 아니에요.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많은 혜택과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 이 건강 불평등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잖아요. 코로나를 계기로. 현재는 교수님은 어떻게 해석하고 우리의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안신기>그래서 이제 코로나를 보는 관점을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표현도 하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유행이다. 그런데 일부 분들은 이걸 신데믹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 신데믹이라는 표현이 뭐냐 하면, 어떤 감염병으로 인해서 기존에 있던 사회적 차별이나, 기존에 있던 사회적인 문제가 더 심화돼서 일어나서 역병에 의한 결과가 차별적으로 드러나는 거죠. 이게 어느 나라든지 동일했는데요. 전문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안전하고 사망률도 높지 않았는데, 직접 대면해야 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위험이나 훨씬 사망률이 높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특히 제 전공이 심장내과지만 지금 의학교육을 주로 하고 있는데, 장래에 있는 우리 미래 학생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의료가 가지고 있는 사회성. 그리고 이 사회적인 함의를 우리가 어떻게 다뤄야 할 부분인가, 하는 부분에서 저는 그래도 한국이 짧은 시기 안에 포괄적인 의료 보장을 이렇게. 그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건 정말 기적이고요. 과거에 오바마 대통령이 왜 한국을 그렇게 부러워했는가.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여전히 극복해야 될 문제들도 많이 있지만, 우리가 이루었던 어떤 장점들을 잘 살려내고, 이번에 드러났던 건강 불평등의 문제들을 정말 정치화하지 않고 잘 다루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혜민> 지금 핵심을 말씀해 주셨는데, 이게 정치화하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한 문제잖아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고 의료진도 아플 수 있고. 정책을 만드는 분들도 아플 수 있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인데 이게 정치화되면서 사실 공공의료 부분이라든지, 여러 의료진들의 문제가 예민하게 비춰지는 이슈가 되는 것 같아서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이러면 되게 불안해요. 무섭고. 왜냐면 의료 보험이라는 건 저에게는 든든한 마지노선인데,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정말 코로나 시대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그중에 대표적인 분들이 의료진이에요. 이분들의 노고 덕에 정말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정말 의사를 키우는 학자로서. 대한민국 의료계가 전 세계를 향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어떤 과제가 있겠습니까.

◆ 안신기> 우선은 코로나 상황에서. 그래도 제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 이런 기회가 됐으니까 한 번 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의료진들은 삶과 죽음이 만나는 그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프론트 라인인데, 그분들을 방어하는 얇은 고무장갑이라는 건 그다지 두껍지 않거든요. 그분들이 그 방어막과 더불어서 누군가를 위해서 무릎을 꿇고 서브할 때 비로소 그 분들이 갖고 있는 역량이 현실이 됩니다. 근데 이제 이런 우리 안에 꼭 필요한 일들을 위해서 우리가 같이 논의할 때 서로 함께 존중하는 그런 공감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제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게 교육이거든요. 교육은 누군가를 만나야 되는데, 만나지 못하는 일이 우리는 이번에 급작스럽게 경험했지만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그 양질의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상시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구나. 그래서 저희가 좀 꿈꾸고 노력하는 것이 양질의 교육 자원을 어떻게 그들에게 효율적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 이번에 깨달은 게 현장에 만나서 교육을 못하니까 소위 플레이스 베이스 된 에듀케이션에서 이제는 플랫폼에 기반한 에듀케이션으로 바꿔야 되겠다. 근데 그 플랫폼에 기반한 에듀케이션으로 바꾸면 양질의 교육 콘텐츠 문제를 상시적으로 갖고 있는 나라의 의료인들에게, 학생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거든요. 런어스가 그런 노력이고. 저희가 하는, 제중원이 하는 핵심적인 프로젝트가 그 일인데. 우리가 이렇게 이겨냈고 문제를 겪어냈던 이런 경험들이, 이런 플랫폼이나 이번에 우리가 갖게 된 디지털 기술들을 통해서 전달이 되고 같이 공유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 김혜민> 코로나가 이 제중원 보건 개발원에는 시작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요.

◆ 안신기> 또 다른 장을 열어주는, 이제 시작이니까.

◇ 김혜민> 두 가지를 말씀하셨어요. 삶과 죽음의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더 부탁하셨고,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또 양질의 교육자원으로 어떻게 필요한 곳에 흘러갈 수 있게 할지 고민하고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으시다, 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최근에 수능 본 학부모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에는 의대를 안 가면 공부 잘하는 애들 사이에서 루저처럼 생각한다는 거예요. 근데 그 말이 참. 제가 고민을 해봤는데, 너무 죄송한 말씀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의사를 돈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으로 생각하는구나. 약간 좀 씁쓸했어요.

◆ 안신기> 그러니까 의사들의 어떤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그런 역사적인 발전 단계가 있었어요. 우리 옛날에 중인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여기서 다 말씀드릴 건 아니지만, 그 한 가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의사가 되는 거는. 의사가 되는 것의 특징은 뭐냐면 항상 누군가의 호소를 들어야 되거든요. 그거 힘든 일입니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의학을 하는 거는 좀 재미없는 일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치료하는 치료의 이야기에 내가 의미 있는 참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에서 보면 할 만한 일이죠.

◇ 김혜민> 그렇습니다.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는 그 일의 정체성을 가진 많은 의사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하고 얘기하다 보니까요. 머라이어 캐리하고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When You Believe 이 노래가 떠올랐어요. 정말 기적 같은 상황들이 펼쳐진 모세라는 인물을 했는데, 얼마나 모세와 같이 답답한 상황이 있는 분들이 많으시겠어요. 그분들에게 기적이 돼 주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고, 그 역할을 앞으로도 연세대학교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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