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던 한국 교민 두 명이 폴란드로 탈출했습니다.
50대 남성 한 명은 우크라이나군에 간첩으로 오해받아 폭행을 당하고, 무수한 폭격 속에 겨우 탈출했습니다.
10대 소녀는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가는 어머니와 눈물 섞인 포옹을 나눴습니다.
폴란드 현지에서 양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얼굴에는 빨갛게 긁힌 상처가 났고, 손은 여기저기 터지고 찢어져 엉망이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동쪽에 있는 체르니히우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던 정천식 씨입니다.
갑자기 공장에 들이닥친 우크라이나군이, 정 씨를 간첩으로 오해해 폭행한 겁니다.
[정천식 / 우크라이나 교민 :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갑자기 땅바닥에 그냥 깔고 그냥 막 발로 밟고 때리고 이러더라고. 그래서 왜 그러냐고 하니까 (우크라이나에서요?) 간첩이라 그러더라고 내가.]
우크라이나군은 정 씨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조사한 뒤 오해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던 사이 공습은 점점 심해졌고 정 씨가 살던 도시는 완전히 폐허가 됐습니다.
[정천식 / 우크라이나 교민 : 제 공장하고 우크라이나 군 기지가 한 3~4㎞밖에 안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그쪽에서 그냥 융단 폭격을 하더라고요.]
공습이 점점 격화하자 정 씨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게 얻은 휘발유로 숲길을 헤쳐 가며 키이우에 도착했고, 이후 기차로 르비우로 이동한 뒤 폴란드로 탈출했습니다.
[정천식 / 우크라이나 교민 : 거기서 거리가 얼마 안 되는데, 한 120㎞밖에 안 되거든요, 키이우까지. 그거 올라오는데, 키이우까지 도착하는데 한 거의 이틀 걸렸습니다.]
정 씨와 함께 대사관 도움을 받아 폴란드로 넘어온 17살 조현아 씨는 어머니와 눈물의 포옹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나이 드신 외할머니를 돌보러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머니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묻자, 한참 침묵하다 힘들게 한 마디만 전했습니다.
[조현아 / 우크라이나 교민 : (어머니께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어머니께서) 안전하게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터전을, 혹은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채 떠나야 하는 교민들의 발걸음에서는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안도감과 함께 걱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났습니다.
폴란드 코르초바에서 YTN 양동훈입니다.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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