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사 제품, 中 회사가 반값 판매"......까맣게 몰랐던 쿠팡

사회 2022-06-23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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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쿠팡에서 똑같은 국내 제품을 반값에 올려 판매하는 중국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유령 회사'라는 점입니다.

황보혜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용 유리막 코팅제입니다.

한 국내 업체가 500ml짜리 1통을 19,79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업체가 똑같은 제품을 9,870원, 반값에 올려뒀습니다.

국내 업체에 직접 문의해 봤더니 자신들과 전혀 관계없는 회사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쿠팡 입점 A 판매업체 관계자 : 전혀 관계없죠. 저희는 어차피 국내 생산이고, 수출도 안 해요. 국내 내수용으로 팔고 있기 때문에….]

이 '반값' 업체의 실체는 과연 뭘까?

일단 이름만 보면 중국 회사로 추정됩니다.

판매 물품은 세면기 수전에서 키높이 구두, 속눈썹 접착제까지 다양한데, 대부분 국내 판매자의 절반 가격입니다.

제품 사진과 상세 페이지까지 그대로 베낀 데다 고객 후기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국내에서 제조해 독점 판매하고 있는 제품까지도 버젓이 반값에 올렸습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 저희만 공급하고 있는 거죠. (그럼 중국 업체에서 수입하겠다고 연락 왔다거나….) 아뇨, 그런 것 없습니다.]

이런 '유령업체'들의 존재는 한 국내 업체가 최근 쿠팡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진 점을 이상하게 여겨 확인에 들어간 뒤 파악했습니다.

[쿠팡 입점 B 판매업체 관계자 : 하루에 많게는 15개 적게는 10개 정도 나가던 품목이 어느 날 갑자기 1개, 아니면 0개까지 떨어지면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중국 업체가 절반 가격에 노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업체들이 제품을 정상적으로 판매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데, 상세 페이지에 적힌 연락처로는 접촉도 불가합니다.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확인하시고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쿠팡 입점 C 판매업체 관계자 : (제품이)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해서 주문을 넣어봤어요. 물건을 어디서 구해서 보내줄지 모르겠는데….]

쿠팡은 가격이 저렴할수록 사이트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구조라 이들 제품은 판매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국내 업체의 정상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 업체들에 엄격한 입점 등록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일부 악성 해외 판매자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24시간 모니터링과 추가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제품을 반값에 올린 이유가 뭔지, '유령업체'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앵커]
쿠팡을 떠도는 중국 '유령업체'들이 노리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현재로썬 국내 소비자들의 이름과 연락처, 집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를 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YTN 취재가 시작되자 쿠팡 측은 뒤늦게 해당 업체들에 대한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계속해서 황보혜경 기자가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쿠팡에서 국내 업체들의 물품 사진과 상세 페이지까지 베껴 가격만 반값에 올리는 중국 '유령업체'들.

공교롭게도 이들의 공통점은 배송일을 7월 4일로 설정해 뒀다는 겁니다.

그럼 실제로 배송은 되고 있을까?

확인 결과, 이들 업체가 이전에 구매자에게 물건을 배송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배송 이력이 없는 업체라도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건 가능하지만 배송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쿠팡 내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말 그대로 '유령업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쿠팡 측에서 환급을 해주면 되지만 문제는 구매자 개인정보가 그대로 이 유령업체에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실제 확인 결과 구매자 이름과 연락처, 집 주소까지 판매자에게 공개되는 구조입니다.

중국 유령업체들이 이 같은 개인정보를 노리고 '반값 제품'을 올렸을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쿠팡 입점 판매업체 관계자 : 구매하는 순간 판매자에겐 구매자의 연락처, 이름, 배송 가능한 주소까지 공유됩니다. 이 부분이 개인정보 노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쿠팡 측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YTN 취재가 시작되자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들 유령업체에 계정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고, 고객 정보를 서비스 제공 이외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형사 고소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매자들의 데이터가 최신의, 정확한 정보라 범죄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지만 악용되더라도 입증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최경진 /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 나중에 거래가 취소된 다음에 해당 개인정보만 습득해 불법적으로 남용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습득했는지 증명할 수가 없거든요. 즉각적으로 해당 정보들을 범죄나 보이스피싱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심각한 점이죠.]

'유령업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쿠팡 측의 잘못이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이번에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피해를 막는 건 결국 돈을 내고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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