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일부 극우단체가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원정시위까지 벌여 논란이 됐는데요.
이런 와중에 서울 지역 한 대학교수가 강의에서 이들과 비슷한 역사 왜곡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다수가 생계가 어려워 자발적으로 나선 거라고 하는가 하면 일제 침략을 당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조선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임성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경희대 철학과 최 모 교수가 지난달 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전공수업 영상입니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를 설명하면서 일제의 조선 침략 과정을 언급하던 최 교수는,
1910년 경술국치의 가장 큰 책임은 조선에 있다면서, 고종 황제가 뒷돈을 받고 나라를 팔아넘겼다고 말합니다.
[최 모 교수 : 고종이, 자기 잘살게 해주겠다니까, 그때 돈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 근데 (일제가) 돈 많이 주고 잘살게 해준다니까 '그럼 당신이 나라 책임지시오' 이렇게 한 거야.]
일제가 처음으로 사유재산권을 도입하며 한국 자본주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을 둔 주장도 합니다.
[최 모 교수 : 일본인들이 토지 조사를 해서 동양척식회사니 뭐니 해서 땅을 뺏었다고 하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일본은 우리나라를 근대 국가로 만들려고 했어요.]
다른 날 수업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다수가 자발적 매춘이었단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수업 수강생 :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매춘한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우리가 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었어요.]
학생들 반발이 거세지자 최 교수는 일제 침략 자체를 옹호한 게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로 끌려간 사람보다 생계를 위한 자발적 참여가 많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YTN 취재진이 공식적인 입장을 문의하자 뒤늦게 자신은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면서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면 철회하겠다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역사학계에선 일부 경제 통계만 부각하며 한국 근대화의 시작을 일제 지배에서 찾는 논리는 침소봉대라고 지적합니다.
[박찬승 /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 : 일본인들 중심의 통계라고 할 수 있고 경제 성장은 조선인들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정치·사회·문화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식민지 역사상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겁니다.)]
대학가에선 일제강점기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성균관대 공식 웹진에는 일제 강점기가 우리나라 성장의 기반이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됐고,
2019년엔 류석춘 당시 연세대 교수가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란 발언을 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YTN 임성재입니다.
YTN 임성재 (lsj6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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