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 최희석 경비원이 아파트 주민의 갑질에 극단적 선택을 한 지도 2년이 넘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잇달아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에 오히려 폭언과 폭행 피해는 늘고 있습니다.
윤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 남성이 경비원에게 연신 주먹질을 합니다.
이를 말리던 다른 경비원도 폭행을 당해 코뼈가 함몰됐습니다.
지난해 1월, 경기 김포시에 있는 아파트 주민이 입주민 전용 출입구로 들어오려는 지인의 차량을 막았다는 이유로 경비원들을 때린 겁니다.
경비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 피해는 재작년 19건에서 지난해 24건으로 늘었고, 관리사무소 직원의 피해도 1년 새 16건 늘어 14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재작년 5월 고 최희석 경비원이 주민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정부와 각 지자체가 잇달아 대책을 내놨지만 피해 사례는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유명무실한 대책 탓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입주민이 경비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했지만,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경비원을 보호하는 장치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에는 경비원 보호 준칙을 제정하도록 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서울시 등 지자체별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각 공동주택에 관리규약을 개정하라고 통보만 할 뿐 실제 개정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르지 않더라도 사실상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관리규약 준칙 개정이 되면 자치구로 뿌리잖아요. 그거를 뿌리기만 하고 현황 파악까지는 못한 거죠.]
결국, 경비원들은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면 여전히 일터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피해를 신고해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입주민과 경비원을 직장 내 관계로 재정립하고 가해자를 직장 갑질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성식 / 강북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 : 폭행을 당하면 경찰서에 신고는 할 수 있지만 노동청에 직장 갑질로 신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직장 갑질로 처벌받을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최희석 경비원이 사망한 지 2년.
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갑질 사태는 허술한 대책들만 남긴 채 경비원들은 여전히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YTN 윤성훈입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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