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군, 사상 처음으로 중국 드론에 경고 사격"

타이완군이 타이완 영역으로 들어온 중국 무인기를 향해 실탄으로 경고 사격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타이완 중앙통신에 따르면 타이완군 진먼방어사령부는 "무인기 1대가 현지시각 30일 오후 5시 59분 얼단 지구의 해상 통제 구역 상공에 진입하자 실탄 방어 사격을 했고, 무인기는 오후 6시쯤 중국 샤먼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밝혔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어제(30일) 오후 "적시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 중공 무인기를 제압하라"는 지시를 군에 하달한 데 이어진 대응이었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중국과 타이완의 갈등 심화 국면에서 타이완군이 중국 무인기를 향해 이 같은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경고 사격에 앞서 어제(30일) 오후 다단, 얼단, 스위 등 진먼 섬 주변 섬에서 민간용 무인기 3대가 타이완군에 발견됐습니다.

타이완군이 신호탄 사격을 하자 무인기는 샤먼 방향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이후 무인기 1대가 다시 얼단 지구 해상 통제 구역 상공으로 진입하자 타이완군이 절차에 따라 1차 경고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무인기가 떠나지 않자 타이완군은 실탄 방어 사격을 했고 해당 무인기는 약 1분 만에 다시 샤먼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중국 샤먼시와 불과 3.2㎞ 떨어진 곳에 있는 진먼 섬은 타이완 안보의 최전선입니다.

타이완 본섬과 멀어 타이완으로선 방어가 매우 어려운 조건입니다.

29일에도 중국 무인기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진먼 섬 주변 섬을 비행해 타이완군이 신호탄을 발사했습니다.

앞서 타이완군 진먼방어사령부는 29일 오후 4시쯤 진먼 섬 부속 섬인 스위 인근 해상 통제 구역에서 민간 무인기 한 대를 발견해 미리 정해진 감시―통보―퇴거 시도―방어 사격 절차에 따라 신호탄을 사격하자 무인기가 샤먼 방향으로 돌아갔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경고 사격 대응은 최근 타이완 최전방 도서에 중국 드론의 출현이 잦아졌지만 군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타이완 내 비판 압력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습니다.

중국 샤먼시로부터 4.5㎞ 떨어진 얼단 섬의 경계 초소에서 근무하던 타이완군 병사가 상공에 나타난 중국 무인기에 돌을 던져 쫓아내려고 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지난 25일 중국판 유튜브인 비리비리에 공개돼 타이완에서는 왜 총기로 격추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타이완군 당국은 중국 드론 등의 출현 때 경고음·방송·신호탄 발사 등을 통해 영공 밖으로 쫓을 계획이지만, 그래도 퇴각하지 않는다면 격추 등의 적절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타이완 간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된 이후 진먼 섬과 부속 섬에 날아드는 중국 무인기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일 이후 중국 무인기가 23차례 출현했습니다.

타이완 측은 이처럼 중국 무인기 출현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의 일환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타이완군은 총기 등 무기를 사용해 무인기를 격추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최전방에서 자칫 중국군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적절한 대응책 찾기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YTN 김원배 (wbkim@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