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직장인 김 모 씨는 15년 전, 뇌전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증상은 호전됐지만, 학창 시절 1주일에 두세 번씩 발작을 겼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 모 씨 / 뇌전증 환자 : 애들 막 몰려와서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걱정되는 건) 20년 뒤에 병이 재발할 수도 있는 거고.]
최근 병역을 피하기 위해 뇌전증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는 브로커와 면탈자들의 소식을 듣자, 김 씨는 씁쓸한 감정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김 모 씨 / 뇌전증 환자 : 병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병이 없어지면 (오히려) 군대 2년만 갔다 오면 끝인 거라 좋은 건데 이걸 이용하니깐 저희는 화가 나는 거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발작은 돌보는 가족도 함께 움츠러들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 짊어져야 할 아픔이 누군가에겐 병역 회피 수단이었다니, 뇌전증 환자의 아버지는 그저 화가 날 뿐입니다.
[이종진 / 뇌전증 환자 아버지 : 뇌전증 환자로 판명된 환자들 중에도 가짜가 있지 않겠나 의심의 눈초리도 받을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는 기분이 나쁘죠.]
무엇보다, 뇌전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애꿎은 불똥이 튀는 건 아닐까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뇌전증은 경증 환자라고 해도 병역 의무를 이행할 때 배려가 필요한데, 자칫 불필요한 의심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병역 판정 검사에서 뇌전증을 쉽게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병역 회피 가담자들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상처를 준 셈입니다.
[김덕수 / 한국뇌전증협회 사무처장 : 오히려 군대를 가지 말아야 할 (환자)분들이 군대를 가서 군대 내에서 위험한 상황이 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병무청은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뇌전증에 대한 병역 판정 기준을 다시 정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임성재입니다.
촬영기자 : 박재현
자막뉴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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