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신호가 바뀌는 일반 건널목 신호등과 달리 버튼을 눌렀을 때만 파란 신호로 바뀌는 버튼식 신호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장 난 버튼식 신호등 때문에 전주국제영화제를 보러 갔던 30대 젊은이가 죽을 뻔했습니다.
오점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34살 이은호 씨와 누나 이은영 씨.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동생을 대동한 누나는 병원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는 다소 낯선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억울함 때문입니다.
[이은영 / 교통사고 피해자 누나 : 그거는 고장 난 버튼이야. 그거 잘 안 돼! 왜 서울이 거주지인 이은호가 전주에서 사고를 당했나 설명 드리겠습니다.]
7년째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던 은호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곳은 전주 아중역 부근의 삼거리.
보행자가 많은 시내가 아니라 버튼을 누르면 건널목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는 이른바 '버튼식 신호등'이 설치돼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 30일 아침 7시 반쯤, 은호 씨가 5분 이상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건널목 신호는 파란색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장이라고 확신한 은호 씨는 다른 사람처럼 그냥 건널목을 건너다 1톤 트럭에 치였습니다.
[이은영 / 교통사고 피해자 누나 : 트럭의 스키드마크도 현장 바닥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대로 차의 속도를 제 동생이 몸으로 그 충격을 안은 것 같습니다.]
사고 이후 취재팀이 현장을 가봤는데 실제로 신호등 버튼은 눌리지 않았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바뀝니다'라고 써 있는데요. 버튼을 한 번 눌러보겠습니다.
버튼이 눌러지지도 않고요. 아무리 눌러도 신호는 바뀌지도 않습니다.
고장 난 버튼을 지나 옆쪽으로 2∼3m가량 가면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 같은 버튼이 있는데 안내 표지판은 없었습니다.
[이영섭 / 전주시청 대중교통과장 : 앞쪽에 (새로 버튼을) 설치하면서 기둥이 없어서 안내 문구를 못 붙였어요.]
고장 난 신호등 때문에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한 것도 화가 나는데 이른바 '빨간불 무단횡단 사고'라 법 적용이나 보험 적용에서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할 처지가 된 게 더 억울한 상황.
[이은영 / 교통사고 피해자 누나 : 고장 난 버튼은 왜 그대로 방치해 놓은 겁니까? 그 버튼 위의 표지판은 왜 옮기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겁니까?]
가족들은 제2, 제3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 수술을 앞둔 중환자를 대동하고 불가피하게 기자회견을 했다며 행정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버튼식 건널목 이용자 / 전주시민 : 저도 항상 다닐 때마다 이 길은 너무 위험하다'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가족들의 하소연이 있던 날, 그러니까 사고가 난 뒤 열흘이 넘어서야 전주시는 고장 난 버튼과 버튼식 신호등 안내 표지판 보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ytn 오점곤입니다.
YTN 오점곤 (ohjumg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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