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31일) 새벽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쏜 직후, 새벽잠 설친 시민들 많으실 겁니다.
백령도에선 주민들이 긴급 대피에 나섰고, 서울 전역에서도 재난 문자와 사이렌 소리에 전쟁이 난 건 아닌지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주요 포털도 한때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30분 넘게 말 그대로 대혼란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정작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는 이 경보가 '오발령'인지, 아닌지를 놓고도,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사회부 김태원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백령도 상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은 경계경보가 해제된 거죠?
[기자]
네, 오늘 새벽 6시 29분에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가 이뤄지면서, 우리 서해 최북단 지역인 백령도에 경계경보가 발령됐는데요,
이후, 1시간 반 만인 아침 8시 1분에 경보는 모두 해제됐습니다.
경계경보는 화생방무기를 포함한 적 항공기·유도탄이나 지상·해상 전력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됩니다.
당시 백령면사무소는 대피소 20여 곳의 문을 열고 마을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몸을 피하라고 전파했는데요,
한 백령도 주민은 YTN과의 통화에서 경보 발령 직후 상황에 많이 놀라기는 했다면서도, 대피는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진수 / YTN 백령도 통신원 : 주민들 대피하라고, 실제 상황이라고 위성 발사체 때문에 실제 상황이라고 통보를 받고 방송을 듣고 사이렌을 계속 울리는 상태죠. 조업 나간 배들한테 안전 지역으로 대피하라고 이렇게 문자도 받고….]
[앵커]
네, 그런데 서울시에서도 이때 실제상황이라면서 시민 대피 문자를 보냈는데요,
아침 시간대라 출근길과 등굣길에 나선 시민들이 많이 놀랐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 어땠습니까?
[기자]
네, 서울시는 오늘 아침 6시 41분쯤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를 보냈는데요,
이 문자에는 오늘 아침 6시 32분 서울에 경계경보가 발령됐다며, 시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먼저 대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오늘 아침 출근길과 등굣길을 오가는 시민들을 만나, 경보가 발령될 당시 상황을 물어봤는데요,
평소처럼 출근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울리는 경보에 전쟁이라도 난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
[임재영 / 경기 용인시 : 긴급 문자 방송이 와서 깜짝 놀라서 사고가 난 줄 알고 대피해야 하는 줄 알고…. 두 번 연속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죠.]
학부모들도 곤히 자던 아이를 깨워 부랴부랴 대피를 준비하거나,
또, 큰 소리에 놀라서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학교에 보내는 등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 문자 받자마자 일어나서 애 깨우고 옷 입히고 준비하고. 애는 지진인 줄 알고 놀라고….]
[초등학교 학부모 : 너무 황당했던 게 왜 대피하라는 말도 없고 어디로 대피하라는 말도 없고 무조건 그냥 뭐 대피하고 준비하시오, 이렇게 나오니까….]
그런데 잠시 뒤 행정안전부가 서울시 경계경보가 오발령이라고 정정하고,
또, 서울시는 오발령이 아니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서울시가 문자를 보낸 지 22분만인 아침 7시 3분에 이번에는 행정안전부가 위급 재난 문자를 보냈습니다.
앞서, 서울시가 보낸 경계경보 문자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한 건데요,
경계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백령도뿐이라서 서울시가 잘못 보냈다는 게 행정안전부 설명입니다.
그러자 서울시는 다시 아침 7시 25분에 발령됐던 경계경보가 해제됐다고 문자를 보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확인해보니, 행정안전부가 서울시에 보낸 지령방송을 놓고 양측이 서로 해석을 다르게 한 겁니다.
행정안전부가 새벽 6시 30분에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에 지령방송을 보냈는데요,
"현재 시각, 백령면과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됐고, 경보를 미수신한 지역은 자체적으로 경보를 발령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경보를 미수신한 지역'이 어디냐를 놓고 문제가 생긴 건데요,
행정안전부는 백령도 안에서 기술적 결함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은 자체 경보를 발령하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경보 내용에 대해 행정안전부에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던 만큼, 상황을 파악하기 전까진 경계경보를 자체적으로 내는 게 옳았단 입장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오늘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면서도, 오발령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 천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서는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경보를 발령한 것입니다.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했던 거라면, 발사 추정 시각에서부터 10분 가까이 늦게 문자가 발송된 건 설명하기 어려워 보이고요,
이렇게 서울시와 행안부가 44분 동안 보낸 문자 내용이 계속 엇갈리면서, 시민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서울시가 재난문자를 잘못 발송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요?
[기자]
네, 당장 지난달 28일 밤 9시 39분에도 서울 종로구가 긴급 재난 문자를 잘못 발송한 일이 있었는데요,
밤 9시 5분에 지진이 발생했으니, 추가 지진 발생상황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는데, 정작 지진을 느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겁니다.
그러다 8분 뒤에 서울 종로구에서 아까 보낸 문자는 훈련 메시지였고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정정문자를 다시 보내왔는데요,
지진 상황을 가정해서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안내메시지를 전파했는데, 서울시와 자치구가 이 메시지로 훈련하던 과정에서 당직 근무자 실수로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 겁니다.
다만, 이 사례와는 다르게 이번 오발령 사태는 한 사람만의 책임보다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하면서 민방위 방송도 함께 이뤄졌다고는 하는데요, 이건 실효성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오늘 위급재난문자가 휴대전화로 발송될 때 주택가에선 경계경보가 발령됐다며 대피를 준비하라는 안내방송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저도 아침 출근길에 나서면서 마치 확성기에서 나오는 듯한 경보 방송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요,
시민들을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물어보니, 방송이 이뤄진 건 알겠는데 음질이 좋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는 정확히 알아듣기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엄윤식 / 서울 상암동 : 확성기로 무슨 안내 방송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요. 근데 경계경보 같은 내용 비슷하게 얘기해준 것 같은데 사실 소리가 크게 울려서 내용 자체는 정확하게 안 들렸던 것 같아요.]
결국, 오해로 인해 발령된 경계경보에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무작정 피하라는 말뿐이었고, 같이 나온 방송은 알아듣기 어려웠던 건데요,
당시 네이버와 같은 주요 포털 사이트의 일부 모바일 버전에선 접속 장애가 빚어졌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재난 문자 이후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일시적인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긴급 대피소 위치를 알려주는 행안부 안전디딤돌 앱도 당시 접속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기능이 마비됐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는데요,
서울시민들은 오늘 아침 자신이 왜 대피해야 하는지, 정말 긴급상황이 벌어졌다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김태원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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