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둘러싸고 직무감찰을 받으라는 감사원과 이를 거부하는 선관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경전은 정치권에서도 30년 가까이 이어졌는데, 집권 여부 또는 현안에 따라 정치권의 입장은 오락가락했습니다.
권남기 기자입니다.
[기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직원이 10명을 넘었지만, 선관위는 끝내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총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 (어제) :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하라! 수용하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혜는 문제지만, 지나친 흔들기는 안 된다고 맞섰습니다.
[박주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 큰 칼부터 막 무조건 휘두르겠다고 하는 것은 안 맞을 수 있죠.]
하지만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거대 양당의 입장이 언제나 지금 같지는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던 김대중 정부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의 이재오 원내대표는 선관위를 감사 대상에서 빼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감사를 압박하는 지금과는 정반대인 상황인데, 민주당이라고 다르진 않았습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선관위를 제외해선 안 된다는 감사원의 편을 들었고, 결국, 법안은 폐기됐습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도 여야의 생각은 극과 극을 오갔습니다.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문재인 후보가 있던 민주통합당은 투표 시간 연장을 밀어붙이며, 이에 반대하는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주장했습니다.
[이춘석 /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2012년 11월) : 직무감찰을 허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 감사하지 않으면 사실 유명무실화되지 않습니까?]
반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야당이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던 젊은 층 등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관위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유기준 /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 (2012년 11월) : 겉으로는 국민 참정권 보장을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철저한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이렇게 엇갈린 주장을 내놓을 때마다 꺼내 든 근거는 현재 감사원과 선관위의 충돌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감사원법의 직무감찰 제외 기관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감사원의 논리와,
[양 건 / 당시 감사원장 (2012년 11월) : 선관위 업무 자체의 성격이 어떤 행정적인, 집행적인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완전 배제하는 것은 무리다….]
헌법이 규정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 즉 '행정기관'의 범주에 선관위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선관위 반박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노태악 / 당시 선관위원 후보자 (2022년 5월) : 거기에는 분명히 헌법상 기구인 선관위는 들어가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나….]
선관위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건, 선거법 위반 행위 등을 감시·감독하는 선관위의 정치적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걸 방증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둘러싼 정치권의 신경전이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YTN 권남기입니다.
YTN 권남기 (kwonnk09@ytn.co.kr)
촬영기자: 이성모 한상원
영상편집 : 한수민
그래픽 : 황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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