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俳優)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 인(人)에 아닐 비(非)가 있어요. 사람이 아닌 일을 사람이 한다는 거죠.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요. ‘진짜’ 연기라는 것이 어디 있겠어요? 모두의 판단 기준이 다르잖아요. ‘진짜’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감히 모르지만, 저는 몰입하는 순간에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 한 순간의 진짜, 진짜 중의 진짜가 있다면 연기에 진심과 진정성을 담는 것 아닐까요?” (김혜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충무로의 간판스타. 수많은 수식어보다 세 글자의 이름만으로 설명이 가능한 배우. 김혜수 씨가 3년 만에 새로운 영화를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그가 주연을 맡은 ‘밀수’는 바다 아래 던져진 각종 밀수품을 건져 올리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이 일생일대의 큰 판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해양범죄활극.
극 중 김혜수 씨는 생존을 위해 해녀이자 보따리 장사 밀수꾼으로 살아가는 조춘자 역할을 연기했다. 앙칼지고 날카로운 모습부터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내는 섬세한 감정 변화, 몸을 아끼지 않는 수중 액션까지. 김혜수 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의 변신에 성공했다.
19일 오후 YTN은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혜수 씨와 인터뷰를 갖고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비롯해 연기에 대한 그의 가치관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김혜수 씨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팀워크의 가치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류승완 감독과 염정아 배우의 조합.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김혜수 씨. 그는 “’밀수’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 사이의 관계성이 중요한 영화였다.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물들의 앙상블이었기에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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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수' 속 배우 김혜수 ⓒNEW
김혜수 씨의 말처럼 이번 작품은 그를 비롯해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씨 등 걸출한 배우들이 나오지만, 단 한 명의 캐릭터도 낭비되지 않고 눈부신 하모니를 보여준다. 그는 이처럼 완벽한 호흡과 균형의 공을 모두 동료들에게 돌렸다.
“영화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늘 화합해야 해요. 시너지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시너지가 나오지 않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감동과 도움을 받기도 하죠. 이번 작품은 동료 배우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압도적인 일체감을 느꼈어요. 선물 같은 순간이었고, 진심으로 뜨거웠죠.”
평소 촬영에 앞서 대본을 충실하게 준비한다는 김혜수 씨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해도 결국 현장이 전부다. 현장은 여러 가지 변수로 늘 변화한다. 상대방에 맞춰 나도 미묘하게 달라져야 하는데, 내가 준비한 것만 한다면 가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밀수’의 현장에서는 모든 이들과 놀라울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덕분에 그는 ‘밀수’를 촬영하며 팀워크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혜수 씨는 “팀워크가 나의 정체성이자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배웠다. 팀워크가 영화의 성패와 직결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을 지닌 것 같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또 한 번 환기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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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이날 김혜수 씨는 진정성 있는 연기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삶의 모든 순간이 진짜일 수 없듯 영화도 모든 것이 진짜라면 재미없게 느껴질 것이다. 다만 배우라면 어떤 순간이든 진정성 있게 몰입하고 진심으로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짜 연기’와 ‘가짜 연기’를 구분하는 것에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지만 촬영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을 다해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해야만 한다는 것.
김혜수 씨는 “감히 진짜 연기라는 것을 논할 수 없지만 촬영하는 순간 진정성 있게 몰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라고 부연하며 자신만의 연기 철학에 대한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진심과 진정성이라는 그의 말처럼, 김혜수 씨는 인터뷰조차 자신의 마음을 있는 힘껏 눌러 담아내려는 듯했다. 모든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온 힘을 다해 성실하게 답하려 애쓰는 그의 태도는 ‘진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이전에 ‘진짜’ 인품을 갖춘 어른의 모습이었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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