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속 묶인 기준금리…이번에도 동결 유력
2월과 4월, 5월 그리고 7월까지…기준금리가 4회 연속 동결됐다. 올해 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이후 지금까지 묶여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 인상하면서 결국 한미 금리 차이는 2%p로 벌어졌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미 금리 격차. 놀라운 일이지만 현재 우리 금융시장에서 '격변'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다. 아직은 그렇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주(24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관심에 크게 집중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동결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원래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언론사들이 거시 경제·채권 시장 전문가 10명 정도를 묶어 기준금리 전망을 묻는다. 일부 언론사에서 한 명 정도는 0.25% 인상을 염두에 둔다고 하지만 대부분 '100% 동결' 전망을 말한다. 결국 한국은행이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묶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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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YTN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
현재 한국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 5회 연속 금리 동결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동결 전망 자체에는 궁금증이 없지만 '왜 그럴까'는 궁금하다.
무엇보다 경기가 안 좋다. 소비와 투자 위축은 계속되고 수출 회복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발(PF)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는 건 한국은행으로선 큰 모험이다. 상반기 연속 동결 결정 때만 해도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 기댈 수 있었는데 현재로선 '상저하저', 그러니까 하반기에도 경기가 계속 안 좋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그래서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발 부동산 위기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흔들리면서 아시아 증시가 요동을 쳤다. 물론 이 위기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긴 하지만 현재 보이는 것만 봐도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신호탄은 헝다였다. 2021년 말 처음으로 달러 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이후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출금 상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과 국유 부동산기업 위안양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빠지고 최대 신탁사인 중룽신탁이 만기 상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리면서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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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계부채 '폭탄'은 계속 안고 간다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가면 가계부채 문제는 그냥 안고 가야 한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 1,000억 원. 6월보다 6조 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2021년 9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건 한국은행의 금리 연속 동결 영향도 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월부터 동결하기 시작했는데 이로부터 두 달 뒤부터 가계대출이 다시 크게 늘기 시작했다. 시중 금리에 반영되는 시기를 고려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물론 한국은행으로선 억울한 면도 있다. 가계대출 증가의 책임이 오롯이 한국은행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3월까지 오르지 않다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시행되면서 계속해서 올랐다. 지난 2월 이른바 '둔촌주공 살리기'가 시작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경착륙만은 막아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절박한 시도가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을 지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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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앞으로도 동결 전망…갈수록 좁아진 선택지
물론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구조개혁을 외면하고 재정·통화 정책에만 의존하려는 국내 경제 현실에 대한 5월 비판의 연장선이다.
그래도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다. 타이밍을 놓쳤다. '동결' 카드를 너무 빨리 쓴 측면이 있다.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과 내수 회복세 둔화, 그리고 건설 경기 악화가 지속될 수 있는데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에 아주 신중한 입장이다. 재정을 쓸 여력이 많지 않다. 이러면 성장률이 오를 요인들이 사라진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2월부터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면서 하반기부턴 경기가 살아나는 게 '희망 시나리오'였는데 실현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 연준이 올해 안에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9월은 건너뛰고 11월에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안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는 것보다 이미 한껏 올린 기준금리를 당장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 이는 이미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 어쨌든 올해 한미 금리차 기록은 다시 한번 경신될 수 있다. 한국은행으로선 선택지가 좁기 때문이다.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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