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 가운데에는 백발이 희끗희끗한 만학도들도 있습니다.
영문학도를 꿈꾸는 84살 여고생 등 늦깎이 수험생을 격려하는 열띤 응원 현장을,
윤태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미술 수행평가 발표가 한창인 고등학교 수업시간.
폐품을 이용해 만든 액자를 들고 사진도 끼워 넣습니다.
발표하는 학생들은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
나이는 조금 많아도,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어엿한 고3 수험생입니다.
[양춘심 / 일성여고 3학년(58) : 나도 졸업장이라는 거 이 세상 살면서 남기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능을 앞두고 후배들은 물론 이미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도 응원의 발걸음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구가연 / 서울과학기술대 헬스피트니스학과 4학년 : 저처럼 대학생이 되셔서 또 이 자리에 서실 수 있도록 제가 응원 많이 하겠습니다.]
올해 수능에 도전하는 최고령 응시자는 84살 김정자 할머니.
27년 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딸을 배웅하러 공항에 갔다가 영어는 물론 한글도 읽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이 공부를 향한 열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정자 / 일성여고 3학년(84) : 이렇게 무식한 엄마로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내 자신을 엄청 원망했습니다. 그러고서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야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5년 동안 결석 한 번 없이 공부에 매진한 이유도 영문학과에 진학해 한국말을 잘 모르는 손주들과 영어로 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정자 / 일성여고 3학년(84) : 물질적으로나 경제적이나 내가 조금 더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대학은 꼭 가야 되겠고요. 영어를 배워서 우리 손자들하고 자유스럽게 통화하고 싶어요. 그게 꿈입니다.]
누군가는 늦은 나이라고 말하지만, 배움을 통해 꿈을 품은 학생들 마음은 누구보다도 청춘으로 빛납니다.
"언니들 여태까지 고생하셨어요. 시험 잘 보시고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파이팅!"
"예은아, 너도 직장생활이 힘들 텐데 할머니 응원해줘서 고마워. 할머니 꼭 붙을게!"
YTN 윤태인입니다.
촬영기자 : 윤소정
YTN 윤태인 (ytae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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