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 이후 경제난이 심각해진 중남미 국가에서 미국행 불법 이민이 늘고 있습니다.
관문 격인 과테말라엔 불법 이민을 하려는 외국인이 몰려 노숙까지 하면서 여러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현지 우리 동포들도 경제와 치안 악화 가능성을 걱정하며, 해법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성우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외줄 하나를 아슬아슬하게 붙들고 험난한 산길을 내려갑니다.
계곡 물이 불어난 정글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지만, 되돌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 약 160km에 걸친 열대 우림 늪지대 정글, '다리엔 갭'을 건너는 불법 이민 행렬입니다.
'죽음의 정글'로도 불릴 만큼 위험천만하지만 사실상 남미에서 북중미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이다 보니 목숨을 건 발길이 이어집니다.
[켈리 라모스 /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 (정글을 횡단하며) 죽은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아이를 데리고 위험한 여정을 서둘러야 했기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올해 들어 남미에선,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이들의 수가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다리엔 갭' 정글을 통과한 사람은 예년보다 훨씬 많은 41만 명을 이미 넘어섰고,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까지 들어가다 적발된 이민자 수는 156만여 명에 이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계난에 치안 불안까지 심각해지자 불법 이민을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윌리엄 / 베네수엘라 출신 : 작은 아이가 아팠지만 목마를 태워서 정글을 횡단할 수 있었습니다. 근처 길에서 노숙하고 있습니다. 돈을 모아 멕시코를 지나 미국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호세 루이스 / 베네수엘라 출신 : 어제 버스로 도착했는데 돈이 없어 여기서 자고 있습니다. 자금을 구해 다음 목적지로 가야죠, 미국에 가기 위해 떠난 거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증가하는 불법 이민자를 임시 수용하거나 되돌려보낼 방법도 마땅찮다는 겁니다.
거리로 나온 이민자들은 노숙과 굶주림, 위생 문제뿐만 아니라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어 치안 불안도 커집니다.
종교시설이 마련한 한 이민자 보호소도 30명 정원이지만, 벌써 60명까지 수용한 상황.
[프라이 헤르만 탁스 / 이민자 수용시설 책임 신부 : 작년에 1,500명이 이 시설을 거쳐 갔는데 올해는 벌써 그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과테말라 역시 빈곤 문제 등을 겪는 터에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외국인들까지 몰리면서 경제와 치안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에 현지 우리 동포들의 걱정과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배형근 / 과테말라 과테말라시 : 사실 마음이 많이 안타깝고요. 그곳에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거나 본인들이 원했던 북미로의 이주가 정말 성공적으로 가능할지 많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김동진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 : 갓난아기를 안고 엄마가, 아빠가 같이 그러면서 부탁하고 그러는데 그런 걸 봤을 때 우리 한인사회나 과테말라 정부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동포들은 특히, 위험에 내몰린 어린이·청소년 노숙인도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도울 인도주의적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에서 YTN 월드 김성우입니다.
YTN 김성우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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