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을 무마하기 위해 의료계 숙원이던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제안했습니다.
의사가 의료 사고를 내더라도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면 처벌받지 않거나 형을 감경해주겠단 건데, 위헌 논란이 함께 불거졌습니다.
김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의사에 대한 3가지 면책 조항을 골자로 합니다.
일정 한도에서 보상해주는 책임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한 의사가
의료 행위 도중 환자를 다치게 했더라도 합의가 이뤄지면 처벌받지 않는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한 경우 다친 환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하고,
환자가 숨졌더라도 응급이나 중증질환 치료 등 '필수 의료' 행위였다면 처벌을 면해주거나 감경해주겠단 겁니다.
이 같은 특례법 초안이 공개되자 피해를 당한 환자는 도외시한 채 의사 입장만 반영한 게 아니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의료사고의 경우 민사 소송에서 피해 입증이 어려워 형사 고소도 함께 진행하는데, 특례법이 제정되면 더욱 불리해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은영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 (사고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도 없이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소 제기 자체를 금지하거나, 형사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주는 위헌 논란으로….]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종합보험에 가입한 교통사고 가해자가 중상해를 입혀도 처벌을 면제해주는 건 위헌이라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그러나, 의료 행위가 환자와 의사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교통사고와 달리 폭넓게 면책할 필요가 있단 입장입니다.
[한상형 /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지난달 27일) : (의료진이) 사망이나 중상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정 부분 법적으로 허용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교통사고와 완전히 동일하게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의료인들은 도입 자체는 반기면서도, 보험료 수준이나 책임보험 가입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재찬 /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 (보험료 산정을) 개인별로 할지, 의료기관별로 할지 여기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인데…. 위험률에 따라서 보험료를 부과할 것인가 이런 것도 결정이 안 됐고….]
전문가들은 특례법이 만들어지면 의료인에게 전례 없는 특혜가 주어지는 거라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한규 / 변호사 : 사람의 생명이라는 건 가장 소중한 법익인데, 이 소중한 법익을 상실하는 경우에 대해서 (처벌) 감면에 이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치료받는 환자들, 국민 문제이기 때문에 이거는 좀 심사숙고해서….]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복귀시킬 당근책으로 의료사고 특례법을 꺼내 든 가운데,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 없이 입법 속도전을 밀어붙일 경우 의사와 환자 모두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 김태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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