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4억 중국인의 '국민생수'로 불리는 농부산천에 대한 불매운동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아들이 미국 국적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애국주의 소비 심리의 역린을 건드린 겁니다.
베이징 강정규 특파원입니다.
[기자]
벽체만큼 쌓인 생수병 묶음, 멀쩡한 뚜껑을 뜯어서 하수구에 쏟아버립니다.
마트 진열대에서도 빨간 물병을 모두 치웠습니다.
14억 중국인의 국민 생수로 널리 알려진 '농부산천' 최근 불매운동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마트 직원 : 농부산천 것은 전부 치워버리세요.]
지난달 25일, 경쟁 음료 업체인 '와하하' 창업자의 별세가 발단이었습니다.
두 업체의 초창기 영업 경쟁의 역사가 재조명되는 과정에서 '애국주의'로 불똥이 튄 겁니다.
농부산천 창업자 아들이 미국 국적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중국 왕훙 : 당신이 중국에서 6천억 위안을 버는데, 만약 중국과 미국이 한판 붙게 되면 당신의 그 미국 아들이 6천억 위안을 총알로 바꿔서 중국에 퍼붓는 것 아닌가요?]
중국인들은 농부산천에서 만든 음료수의 도안이 일본풍이라는 점까지 문제 삼기 시작했습니다.
생수병 바닥이 일본 왕실의 문양과 닮았다거나 병뚜껑마저 일본 국기 같다고 트집 잡았습니다.
농부산천 음료수를 치우지 않은 가게 주인과 손님 사이에 이런 말다툼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매점 주인과 손님의 말다툼 : 나는 애국을 말했을 뿐이고, 네가 일본 물건을 파는 걸 경멸했을 뿐인데 뭐 어쩌라고? (어디에 일본 물건이 있다는 거죠?) 농부산천이 일본 물건이 아니고 뭐야?]
3월 들어 농부산천의 매출이 80% 줄고 시가총액은 4조 원 넘게 증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대신 인터넷에선 경쟁사인 와하하 생수만 마시겠다는 영상물이 유행처럼 올라오고 있습니다.
"물은 와하하만 마신다! 왜인지는 묻지 마!"
자국 기업에도 가차 없는 '애국주의' 역풍, 과거 '문화대혁명'이 떠오른다는 말마저 들립니다.
베이징에서 YTN 강정규입니다.
영상편집: 신수정
YTN 강정규 (liv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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